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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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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의 전원에 산다] '영끌족'을 구제하려면

모국어 중 어떤 한 글자에 경악한다. 그 글자는 '집'이다. '집'은 '빚'이란 글자를 뒤집어 놓은 형태다. 참으로 절묘하고도 신비로운 감정에 휩싸인다. 정확히 두 글자는 머리통이 반대로 달린 일란성 샴 쌍둥이인 셈이다. 사실 집을 산다해도 그 소유는 은행인 것과 같다. 오늘날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이 그렇다. 얼마전 한국은행은 금리를 크게 올렸다. 그런데 그게 끝은 아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할 때 금리 인상 폭을 더 높여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다음달에는 주택담보대출 금리 재산정이 이뤄진다. 이 경우 기존 대출 금리는 두배 가까이 올라 영끌족은 수십만원씩 더 이자를 내야할 판이다. 청년들이 보유주식이라도 팔아 대출을 줄이려해도 이마저 불가능해졌다. 최근 주가조차 급락해서다. 지금 금리를 더 올려야할 상황이지만 '영끌족'을 구제할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한숨은 더 깊어지고 있다. 시장에선 매물은 쌓이고 거래는 완전 실종상태다. 걱정은 이런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전문가들도 하락 전망은 한결같다. 금리인상, 집값 폭락, 소비 둔화, 물가 급등 등 경제는 파산 직전이다. 최근 10여년새 빚을 내서 집을 사라는 정부와 빚을 억제, 집을 못 사게 하려는 정부 사이에서 살았다. 서로 정반대의 정책이지만 언제나 갈등과 아우성이 끊이질 않았다. 그속에서 태어난 족속이 2030 '영끌족', '빚투족'이다. 주택시장에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 '빚투(빚내서 투자)'로 집을 산다는 게 한국적 현상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다. 전국 집값이 연일 하락 추세다. 빚내서 집 산 수십만 청년들은 죽을 판이다. 아예 청춘을 탕진, 좌절해가고 있다. 그 영끌족에 참여하지 않은 청년마저 희망을 거세당한 채 좌절하기는 마찬가지다. 그간 우리 사회는 빚투에 제동을 거는 측과 영끌을 부채질하는 측의 공방이 이어졌다. 차라리 유혈이 낭자할 지경이다. 결국 상처투성이 청년들에게 집은 '빚'이라는 감옥과 진배 없다. 하지만 아무도 이들을 구출해주진 않는다. 정부는 오는 9월 종료될 예정인 소상공인 대출 만기 연장과 상환을 금융권 자율로 유예 조치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여기에 소위 '영끌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서민들의 이자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4억원 미만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을 4%대의 고정금리 대출로 전환하는 방안을 포함시킬 태세다. 그러나 대책이 시행된다 해도 효과는 미지수다. 4억원 이상 주택 구입자들의 반발은 물론 형평성 문제는 또다른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이런게 영끌족을 구출해줄 지 도무지 알 수 없다. 그나마 위로라도 줄런지…. 지금 겪고 있는 주택문제에 대해 해법은 간단할 뿐 아니라 누구도 다 알고 있다. 단지 집 없고 가난한 자들에게 고통을 더 얹어줄 것이냐 해소해줄 것이냐 하는 문제일 뿐이다. 해법은 두가지다. (꿈같은 얘기지만) 하나는 집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임대주택을 확대해 나가는 것과 생애첫주택구입자에게 모기지대출을 전면 실시하되 금리를 없애는 것이다. 물론 이를 달성하기 위한 국민적 합의가 전제돼야하는 게 맞다. 어느 쪽인가의 희생도 요구된다. 그러지 않고서는 언제나 냉온탕만 있게 된다. 지금의 정부는 부자에게는 혜택을, 집없는 자들에게는 고통을 주는 쪽으로 정책을 운용하고 있는 듯 하다. 윤석열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종부세 완화, 다주택자 등 부자감세부터 시작했다. 그래서 부자감세는 집이 없거나 가난한 이들이 짊어져야할 짐이되는 판국이다.

2022-07-19 07:41:25 이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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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의 전원에산다] 친구에게 준 감자

최근 친구와 새롭게 연결됐다. 이미 40여년이 넘은 친구 사이인데도 연결, 소통이 달라졌다는게 의아하긴 하다. 그걸 가능하게 해준 것은 마을에서 생산되는 채소다. 마을 농가에서 채소를 사는 것이 좋다. 그럴 때마다 시장이 나만큼 가까이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고 자부한다. 그건 엄청난 자부심이다. 잣나무골을 내려가 동네 어귀를 돌아보거나 풍성한 채소밭을 보면 전부 내 것인양 괜시리 흐믓해진다. 잘 자란 채소를 맘껏 저렴하게 먹을거라는, 이 마을사람과 분리되지 않았다는 동질감이 가득 차오르곤 한다. 도시라면 가질 수 없는 감정일게다. 이번에 마을 농장에서 오이 두박스를 샀다. 그러자 농장아저씨는 가지 스무개를 덤으로 주셨다. '우리 반찬하려고 따온건데 먹을텐가'라고 물었다. 거절할 이유가 없다. 오이를 싸게 사는데 가지까지 공짜로 얻어가는게 미안할 따름. 게다가 오이 한봉지를 더 주셨다. "이번 주말에 감자 캐. 생각 있으면 말해." "감자값은 얼마예요." "요즘 값은 잘 모르겠고. 작년엔 10㎏이 1만5000원이었어." "그럼 두 박스만 주세요." "시세는 알아볼테니 주말에 와." 돌아와서는 왠지 뿌듯했다. 그래서 한박스는 친구 주고 나머지는 오이지와 소박이를 반반씩 담기로 했다. 한박스에 1만원, 거기에다 가지와 오이를 덤으로 받아 실컷 먹게 생겼다. 마트의 절반 값이다. 시장에 가는 것보다 마을 농부들한테 필요할 걸 사 오는게 좋다. 값이 싸서가 아니라 그렇게 만나고 얘기하고 먹거리 일부를 감당한다는게 만족스럽다. 딸기농장, 옥수수·고구마밭을 찾을 때도 동네사람들과 유대감을 느낀다. 그들도 그런 나를 반기곤 한다. 드디어 일요일 아침 농장주가 교회에 가기전 이른 아침 감자를 사러 갔다. "좀 올랐대. 10㎏에 2만원이야." 두박스를 샀다. 감자알이 엄청 컸다. 그런데 5만원밖에 없어 거스름돈을 주저됐다. 가락시장에 나가려던 박스더미 옆에 채 정리 안된 작은 감자들이 보였다. 작은 것들도 시장에 내다 팔거냐고 물었다. 농장주는 집에서 찬거리로 쓸거라고 했다. "그러면 저걸 1만원 어치 담아주세요. 저도 아무거나 먹어도 돼요." 그러자 농장주는 비닐봉지를 가져다 작은 감자 한보따리를 담았다. "올해는 감자농사가 잘 돼 50박스는 더 컸어. 감자값도 올랐는데 수확도 많아서 기분 좋아." 농장주의 말뜻을 알만하다. 그는 나보다 열댓살은 더 많다. 그건 감자를 몇 키로 더 넣었으니 주저말고 가져가라는 말이다. 꼭 츤데레 같은 마음씀이다. 이런 때 여간 뿌듯한 게 아니다. 값싸게 물건을 얻어서라기보다 정을 느낄 수 있어서다. 감자를 싣고 떠나려할 때 다른거 팔 때 있으면 전화하겠다고 했다. 그가 한 두 박스 나한테 파는게 나을 건 없다. 그저 시장 도매상에 더 비싼 값에 한꺼번에 넘기는게 당연히 낫다. 그럼에도 그는 덤까지 얹어 쪼개 판다. 순전히 마을 이웃이라서. 그러나 이렇게 가끔 물건을 주고받는게 서로에게 익숙해졌다. 감자를 가져온 후 친구에게 전화했다. 그는 최근 장만한 제천 주말주택에 가 있어 일요일 오후 집에 돌아갈 때는 우리 마을을 지나야한다. 우리 집은 인터체인지 근처에 있다. 그렇게 일요일 저녁 감자를 주고받고 함께 밥을 먹었다. 지난번 오이를 나눠먹고 이번에 감자를 나눴다. 친구네는 전부 오이소박이를 만들었단다. 친구 아내는 감자값을 주겠다고 한사코 얼마냐고 물었다. 친구는 그런 아내에게 아니라고 말렸다. '장 봐다준 것도 아닌데. 그럴 거면 차라리 시장에서 우리가 사먹으면 되는 걸 굳이 이동네 감자를 사서 주겠냐"고 했다. 그가 그러는게 맘에 들었다. 내가 값을 받자고 우리 동네 채소를 사준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저 무언가를 표현하고 싶었을 뿐이다. 채소와 친구의 연결은 또 다른 공유로 확장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2022-07-05 08:59:26 이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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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1000가구 이상 대단지 65곳, 10만8837가구

올 하반기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1000가구 이상 대단지가 속속 분양에 나선다. 28일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 하반기 분양을 준비 중인 아파트는 227곳, 총 20만1985가구(총 세대수 기준, 임대 제외)다. 이 중 대단지 아파트는 65곳, 총 10만8837가구로 나타났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대단지 아파트는 규모가 큰 만큼 조경과 커뮤니티 시설 등이 다양하고, 주변 편의시설과 교통망이 빠르게 형성된다"며 "가격 상승에서도 소규모 단지보다 유리하고 불황기에는 가격 변동폭이 적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 대표적인 대단지 아파트로 롯데건설은 이달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성사동(원당4구역) 일대에 '원당역 롯데캐슬 스카이엘' 35~84㎡, 1236가구 중 35~59㎡, 629가구를 일반분양한다. 지하철 3호선 원당역 역세권 단지로 교통이 편리하며, 원당시장, 하나로마트, 롯데마트, 이케아, 스타필드 등의 편의시설 이용도 손쉽다. 단지 내에는 피트니스클럽, 실내골프클럽, 스크린골프장, 맘&키즈카페, 작은도서관 등의 커뮤니티 시설이 들어서며, 그리너리 필드, 스파클링 가든, 코지 가든, 웰니스 가든 등 다양한 테마의 조경 공간도 꾸며진다. DL건설과 DL이앤씨는 오는 7월 인천시 부평구에서 'e편한세상 부평역 센트럴파크' 39~84㎡ 1500가구 중 49~59㎡ 457가구를 일반분양한다. 수도권 지하철 1호선 부평역과 인천지하철 1호선 동수역을 도보로 이용 가능한 '더블역세권' 입지로, 2개 노선을 이용할 수 있다. 대전시 서구에서는 한화건설이 7월 정림동, 도마동 일원에 '한화 포레나 대전월평공원'을 분양한다. 단지는 2개 단지 규모이며, 84㎡, 1349가구로 지어진다. 단지 옆으로 여의도공원의 17배 면적(약 400만㎡)에 달하는 월평근린공원이 들어설 예정이며, 단지에서 대청병원, 도마2동행정복지센터, 도마동우체국, 도마실국민체육센터 등도 가깝다. 코스트코, 세이백화점, 홈플러스 등의 대형 쇼핑시설 이용도 편리하다. DL이앤씨은 오는 9월 서울 송파구 문정동 일원에 '힐스테이트 e편한세상 문정' 1265가구 중 296가구를 일반 분양한다. 단지 가까이에 문정초중고가 위치하고 있으며, 지하철 8호선 문정역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장지공원, 문정근린공원, 두댐이공원 등도 가깝다.

2022-06-28 10:04:20 이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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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의 전원에 산다] 이 깊은 산중에

친구가 충북 제천 의림지로 불렀다. 의림지는 1983년 겨울에 가본 적이 있다. 분지 한 가운데 큼직한 웅덩이 같았던 의림지는 예전과 달랐다. 사람도 많았다. 식당을 비롯한 편의시설들, 역사박물관, 산책로 등이 들어서 산보하기 좋았다. 산책로에 전시된 시들도 읊었다. 친구네와 우리 부부는 근처 식당에서 여느 관광객 처럼 산보하며 사진도 찍고, 더덕구이도 먹고 산비탈 카페에서 차도 마셨다. 그리고 잠시 후 그가 최근에 완성한 주말주택으로 자리를 옮겼다. 지난해 친구부부는 주말주택용 택지를 찾아 여러 곳을 헤맸다. 수십 곳을 둘러본 끝에 기어이 다다른 곳이 제천땅 구불구불 깊은 산속이다. 그를 따라가는 동안 이런 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산길을 따라 도로변에서 10여㎞ 숲길을 달려서야 500고지에 달하는 그의 주말주택에 닿았다. 소싯적 차령산맥이나 대관령, 진고개를 넘었던 것과 다른, 깊음을 느꼈다. 고요한 새소리만 있을 법한 산중에 그의 주말주택은 아주 소박한 쉼터, 아늑했다. 그 집은 열평 남짓한 공간에 부엌과 화장실, 방 하나, 작은 포치로 이뤄진 농막이었다. 우리는 계곡과 폭포 등 주변을 산책하고 돌아와 데크에 앉아 얘기를 나눴다. 작정하고 나눈 얘기는 아니지만 주로 자식들과 노후에 대한 것들이었다. 그 부부는 30여년을 교사로 살았다. 그의 아내는 언젠가부터 늘그막에 물러나 앉는 것을 내비치곤 했었다. 그 농막이 바로 그들의 작은 소망으로 코로나 와중에서도 인생2막을 향한 발길이라고나 할까. 나야 오래전부터 전원에서 도시를 오가며 살아서 탈도시를 생각하기에는 어색하다. 그러나 친구의 주말주택은 온전히 이해가 된다. 학교에서 코로나와 싸우며 입시지도를 하느라 당연히 지칠 법도 할 터. 주말쯤은 숲에 들어야하겠다는 심정을 알만 했다. 특히 교사인 그의 아내가 이곳을 몹시 반색했다. 어느날 우연히 드라이브 중 숲길에 이끌려 찾아들었다가 사로잡힌 건 그녀였다. 그럴만도 했다. 특히나 집을 감싸듯이 휘감는 앞산 풍광은 잡힐 듯 아스라했다. 그러면서도 '3년 잘 버텨야할텐데'. 친구는 말했다. 교사들의 정년은 62세, 남은 시간 무사히 마무리하고 싶다고. 우리에게 닥친 베이버부머의 말년이라니. 명백하게도 지금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채 노년이 다가왔다. 그러나 노년의 쉼터를 마련한 그의 성취감, 말하자면 자신에게 휴식을 줘도 되지 않느냐는 위로같았다. 그 농막말이다. 세상은 우리가 하는 말을 듣지 않는다. 우리의 생각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나날이 위기속이고, 때로는 옥죄고 억압하는 일뿐이다. 우리 베이비부머들. 그러니 매사 폭력같다. 출근길, 지하철역 출구를 향해 줄달음치는 발자욱소리에 더욱 쫒기는 것처럼…. 그 정치의 서글픔때문일까. 의림지 산보를 핑계삼아 산중으로 나를 불러낸 친구의 뜻을 알 것 같았다. 젊었을 적 나는 늙어가는 모습을 그려본 적이 없다. 누구나 처럼 여유가 없었다. 사실 상상하고 고민하고 무언가 행동했어야하는데. 몇번 고향에서 텃밭을 일구는 상상을 해본 적은 있다. 젊어서 지은 잣나무골 회색 목조집이 마지막 거처일거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하지만 어디로 가야할 지는 정하지 못 했다. 코로나가 끝난다고 끝난게 아니다. 코로나가 와도, 끝나도 끝났다고 이익을 챙기려는 그들의 정치적 셈법이 여기서도 한걸음 더 떠미는 세상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2022-06-21 07:44:51 이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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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의 전원에 산다] 동물들도 변하나

종종 동물들의 습성이 예전에도 그랬나하는 의구심이 들곤 한다. 우선 고라니들이다. 이놈들은 좀 기이하다. 마당 한켠에 우두커니 서 있었던 주말 오전. 그때 숲 비탈길을 내려오는 고라니들이 보였다. 예닐곱마리가 무리로 움직였다. 이런 경우 가족인 것이 분명하다. 겨울과 봄을 나면서 그새 새끼를 낳고 기르는 모양이다. 그놈들은 한걸음 두걸음 점점 더 내쪽으로 다가왔다. 지난 봄 고라니들은 텃밭의 소루쟁이를 훔친 적 있다. 조금 더 자라면 된장국을 끓여먹어야겠다고 지켜보았던 걸 어느 새벽에 감쪽같이 뜯어 먹었다. 그래서 나는 녀석들에게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그래 오늘 잘 만났다. 혼 좀 나봐라.' 막 비탈길을 내려오는 고라니들을 향해 '이놈들!'하고 냅다 벽력같이 소리쳤다. 그저 놀래킬 심산이었다. 헌데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큰 소리에도 고라니들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그리고 내가 그대로 가만히 있자 텃밭쪽으로 옮겨왔다. 보통 소리가 나면 후다닥 도망쳐야 하는 것 아닌가. 무시당한 기분이었다. 다만 어미 한 마리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내쪽을 바라보기는 했다. 요즘 고라니들은 미쳤어. 반응도 않다니….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재차 혼내줄 궁리에 빠졌다. 이번엔 소리 대신 좀 더 큰 동작을 해보자. 옆에 놓인 빈 고무화분을 걷어찼다. 그제서야 '퍼억' 소리에 고라니들이 혼비백산하며 숲 위쯕으로 후다닥 도망쳤다. '놀랐지, 푸하하하'. 고라니의 발자욱 소리로 숲이 소란해졌다. 놀란 고라니들이 고소했다. 물론 가책이 들기는 했다. '에휴, 다음부터는 텃밭에서 뭐든지 맘 놓고 뜯어먹어도 봐줄게'. 헌데 왜 고라니는 내 소리에는 위협을 느끼지 않은 걸까. 그들은 한동안 천적 없이 살아왔다. 고라니는 어느 숲에서 쉽게 눈에 띈다. 시골에서는 농작물을 망쳐 곤혹스러울 지경이다. 그래서 단지 소리만으로는 반응하지 않았던 건지. 고양이도 의아하다. 나비야 나비야. 고양이 부르는 소리가 이어지더니 끝내 윗집 주인이 우리 마당주변까지 내려왔다. 윗집 주인은 십오년전 이사 왔다. 윗집에 이사온 분은 세계적인 토목, 교량 설계를 담당한 엔지니어다. 국내외 도시계획 설계·감리 등을 도맡아 왔다. 본래 살던 벼루장인이 작업장을 이천으로 옮기면서 그는 주말주택으로 이용하고 있다. 주말엔 작은 텃밭과 마당을 가꾸며 고양이를 벗삼아 노년의 여유를 즐기는 중이다. 그런데 고양이는 잣나무골에만 오면 숲냥이 무리와 어울려 종종 사라졌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갈 때마다 고양이를 찾아다닌다. 숲에 오기만 하면 고양이는 야성을 버리지 못하는 모양이다. 일흔이 넘은 엔지니어와 고양이라는 관계는 내게 낯설다. 여기서 나의 의구심은 고양이들은 반려묘로 키우더라도 본성은 절대 버리지 못하는 것인가. 새로운 환경에서 만난 동족에게 곧바로 정을 느끼는 건가 하는 것이다. 윗집 반려묘는 고양이 무리속에 있다가도 주인이 보이면 어디론가 숨어버린다. 그럴땐 어린아이같다. 한동안 숨바꼭질이 이어지다가도 주인이 도시로 돌아가야할 시간이 돼서야 나타난다. 나타났다가보다 발견돼 준다는 말이 옳다. 고라니를 쫓는 나, 고양이를 찾는 이웃. 하여튼 동물들과 사람관계가 예전에도 이랬었나 싶다. 사람한테 두려움이 사라져가는 고라니, 숲에선 새 친구들과 어울리느라 정신 없는 고양이. 요즘 예전과 다른 짐승들의 행태를 이해해 보려고 무척 애쓴다. 이제 저들과 소통하는 방법도 달라져야할 것 같아서.

2022-06-07 09:01:08 이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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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의 전원에 산다] 안거리에서 펼쳐지는 전쟁

안거리 마트가 두배 넓어졌다. 유동인구가 많아지거나 주민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져서는 아니다. 수도권 변두리 작은 시골마을의 마트가 넓어졌다는 건 주목할 만 하지도 않다. 그러나 마트를 둘러싼 3차전쟁은 세상사의 본질을 담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최근 생필품 몇가지를 사러 마트에 들렀을 때 일이다. 소주, 어묵, 두부, 아이스크림 등을 바구니에 담고 채소코너, 정육코너를 지나다가 아시아마켓이라는 팻말이 붙은 마트 내 마트를 발견했다. 그 공간안에는 외국 노동자 서넛이 바구니에 물건을 담고 있었다. '어 ! 돌아온거야 ?' 한동안 보이지 않던 외국 노동자들이 눈에 띄었다. 그들은 향신료를 구입하느라 노란 유리병을 진지하게 살피고 있었다. 아마도 인도나 스리랑카 등 서남아시아인으로 보였다. 얼굴에 덥수룩한 수염을 봐서는 틀림없다. 그러면서도 마트주인이 마트를 확장하느라 꽤 많은 투자를 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강남 갔던 제비 처럼 외국 노동자들의 귀환, 그보다 한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마트 주인 등…. 포스트 코로나19가 어떻게 전개될 지 가늠할 길 없는 나의 뇌리를 휘갈겼다. 이걸로 안거리 마트는 길 건너편 구멍가게 같은 아시아마트와도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한 셈이다. 최근 아시아마트 하나가 댓평 정도 아주 작게 자리잡을 때만해도 의아했었다. 그래봤자 '코로나도 안 끝났는데 역시 장사하는 사람들은 발 빠르구나'하는 정도의 의아함이랄까. 하여간 안거리마트의 변신은 새로웠다. 사실 안거리마트는 30여년째 주변과의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생존해 왔다. 당시 전원주택 및 공장 신축이 허용되면서 안거리를 중심으로 주변 마을에 골프장, 물류창고, 소규모 공장 등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그때 안거리에 3개의 마트가 성업중이었고, 마트는 늦은 밤까지 북적였다. 외국 노동자도 몰려왔다. 시흥, 안산, 인천 등 수도권 도시들에도 외국노동자가 넘치던 시기였으니 이곳도 별스러울 건 아니었다. 우즈벡인, 인도·스리랑카인, 네팔인, 베트남인 등 아시아계는 물론 아프리카인 마저 끼어 있었다. 그때는 마트에서 특별히 아시아물건을 따로 팔지는 않았다. 그런 가운데 세 마트의 경쟁은 치열했고 덕분에 물건값은 저렴했다. 이후 경기침체가 오고 마트 두개가 문을 닫았다. 그렇다고 나머지 마트 한개가 승전고를 울릴 처지가 못 됐다. 대신 안거리 농협지점에서 하나로마트를 열었다. '그때 안거리마트는 얼마나 놀랐을까'. 안 봐도 안다. 하나로마트와 안거리마트가 꽤 오랫동안 양립해 오면서도 안거리마트는 언제나 울며 겨자먹기로 하나로마트보다 물건값이 싸야했다. 싸지 않으면 망해야하는 것이 당연지사. 하나로마트는 농협이라는 거대한 배경을 갖고 있는 데다 지역주민 모두 농협 회원이었으니. 둘은 경쟁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안거리마트는 연명해 왔다. 그렇게 어렵사리 생존해오던 안거리마트에 새로운 도전장을 낸 곳은 댓평짜리 구멍가게 같은 아시아마트. 이 마트는 아마도 프랜차이즈 형식으로 편의점 처럼 전국에 깔리고 있는 것 처럼 여겨진다. 그래서 안거리마트는 뒷마당까지 아시아마켓으로 확장, 새로운 싸움에 나섰다. 돌아오는 외국노동자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3차 마트전쟁이 펼치지고 있는 것이다. 주변 공장에 밥배달하거나 구내 식당 노릇을 하는 한식부페식당도 곧 건곤일척 한판 전쟁에 나설 듯 하다. 당분간 부페 식당 세곳은 밥값을 올리진 못 할 상황이 왔다. 식당 세곳은 작년 여름 500원을 올리고, 올초 500원을 한날한시 올렸다. 코로나 한복판 다른 물가가 뛰니 그들도 견디지 못했을 터. 그러나 왠지 담합 냄새가 났었다. 그러나 이제는 만만치 않을 듯 싶다. 코로나가 끝나고 다시 새롭게 짜여지고 있는 수도권 변방의 모습이라니….

2022-05-24 08:39:13 이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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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부터 확인하자"…상한제 적용단지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금리 인상이 주택시장 핵심 이슈로 떠오르면서 수요자들의 자금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택지비와 건축비를 더한 기준금액 이하로 분양가를 제한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인근 시세의 70~80% 수준에서 분양가가 책정된다. 입주시기에 주변 아파트 시세와 비슷해져 내집마련은 물론 시세차익까지 기대된다. 현재 신도시 등 공공택지를 비롯해 서울 18개 구와 경기 3개시 등 민간택지에 적용 중이다. 지난 2월 서울 영등포구 일원에서 분양한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영등포' 59㎡는 분양가 상한제를 통해 6억원 중후반대에 분양가가 책정됐다. 같은달 영등포구의 60㎡ 이하 소형아파트의 가구당 평균 가격이 9억5763만원(부동산R114)인 것을 고려하면 3억원 가량 낮았다. 이에 해당 단지는 199.74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는 지역들은 대부분 신도시 등 인기지역이다"라며 "인근 단지들과 생활 인프라를 공유하면서도 낮은 가격에 내집마련이 가능해 청약 통장이 몰리고 있다"고 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단지로 대우건설은 이달 경기 수원시 영통구 망포6지구에서 선보이는 '영통 푸르지오 트레센츠(A1블록)'와 '영통 푸르지오 파인베르(A2블록)'을 분양한다. 영통 푸르지오 트레센츠(A1블록)는 84·105㎡ 796가구, 영통 푸르지오 파인베르(A2블록)는 84·105㎡ 770가구 등 1566가구로 구성된다. GS건설은 이달 충북 제천시 미니복합타운 D1블록에 들어서는 '제천자이 더 스카이' 79~112㎡ 713가구를 분양한다. 단지는 제천시가 공영개발 방식으로 추진하는 27만 7400여㎡ 규모의 공공택지지구인 '제천 미니복합타운'에 들어선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단지로, 유주택자 및 세대원도 청약 신청이 가능해 청약 문턱이 낮다. DL이앤씨는 이달 경기도 양주시 옥정신도시 일원에 'e편한세상 옥정 리더스가든' 84~99㎡ 938가구를 분양한다. 단지는 대규모 택지개발지구에 조성돼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된다. 단지는 인근에 위치한 지하철 1호선 덕정역에 GTX-C 노선 정차가 예정돼 있다. 시티건설은 전남 무안군 남악신도시 오룡지구에서 '남악오룡 시티프라디움' 84㎡ 534가구를 분양중이다. 단지는 택지지구 내 공급돼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 받는다. 인근으로 KTX와 SRT가 지나는 목포역과 목포 종합버스터미널이 가깝다./이규성기자 peace@metroseoul.co.kr

2022-05-11 08:19:45 이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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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시대] 부동산 시장 해법은?

윤석열정부 출범으로 부동산정책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최근 인수위는 부동산 부문 과제와 해법을 내놨다. 그 내용은 크게 공급, 세제, 금융 등 3개 부문으로 주택 공급 확대 및 사전 청약 개선, 부동산세제 개편, 대출규제 완화 등 주택금융제도 개선, 주거복지 지원 등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해법에 있어서 여야·계층 간 합의 조정, 시기·장소, 우선 순위 결정 등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아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게다가 주택정책 운용에서 금리인상 가능성이 가장 큰 변수로 등장한 상황이다. 우선 공급과 관련, 윤 정부는 5년동안 250만가구 공급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문재인정부의 205만가구 공급보다 45만가구가 늘어난 수치다. 당장 정부는 3기 신도시 사전청약 계획물량을 올해분 7만 가구에서 규모를 더 늘릴 계획이다. 그러나 사전청약 공급 예정 물량의 공급 시기와 지역은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은 상태다. 3기 신도시 예정지 보상 및 철거, 지구단위계획 등 각종 인허가 절차를 앞당겨야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용택지 확보 방안도 나와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도심공급 확대를 위해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촉진, 역세권 용적률 완화 등의 방안을 내놓고 있다. 최근 대통령 인수위에서는 분양가상한제, 재건축 부담금, 안전진단 등 정비사업 관련 제도 개선으로 도심 주택 공급을 촉진하고 1기 신도시 특별법을 제정, 10만 가구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정비 시기 조정 등이다. 자칫 전세난을 촉발시켜 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세제와 관련해선 종합부동산세 체계를 개편, 세부담을 낮출 방침이다. 종부세 완화를 위해 공시가격, 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1세대1주택 고령자 납부유예 등을 도입하고 다주택자에 대한 중과 등 양도소득세를 개편한다는 것이다. 이 같이 양도세 중과를 한시적으로 유예하고 부동산세제 종합개편 과정에서 다주택자 중과세 정책을 재검토할 계획이다. 더불어 서민 주거비에 대한 세제지원 방안으로 월세세액공제율 조정, 주택임차자금 상환액 소득공제 한도를 확대하기로 했다. 취득세는 생애 최초로 구입한 주택은 감면을 확대하고 다주택자 중과 또한 완화할 방침이다. 세제 개편을 둘러싼 여야·계층 간 충돌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세제 완화는 다주택자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는 만큼 주택 구입심리를 자극, 가수요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또한 세제를 둘러싼 국민적 합의가 요구된다는 의견이다. 금융과 관련, 대출 규제 완화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특히 생애최초 주택구입이 아닌 가구에 대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의 최대상한 비율을 지역과 상관없이 최대 70%까지 올릴 방침이다. 현행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LTV비율(현재 최대 40%)을 상향시킬 계획이다. 조정대상지역의 경우도 현행 LTV 50%인 상한을 70%로, 생애최초 주택 구매 가구는 80%까지 높일 계획이다. 이 부분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조정 방안이 마련돼야 할 부분이다. DSR의 경우 정부내에서도 미래·장래소득 반영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그간 저금리 기조가 주택가격을 상승시킨 측면이 있다"며 "최근 미국 등의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만큼 빚투족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2022-05-10 10:40:51 이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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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의 전원에 산다] 포스트 코로나와 마을 풍경

봄날, 마을이 분주해졌다. 우선 마을 회관에 노인들이 돌아왔다. 거리두기가 풀리면서 주민들의 왕래도 잦아진 것 같다. 아직 마을회합을 갖지는 않지만 분명 달라진 분위기는 역력하다. 이는 늦은 오후 노인정을 떠나는 할머니들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엿보이는 걸 보면 알 수 있다. 밭에서도 품앗이하는 모습이 눈에 띤다. 작년 이맘때 코로나의 한복판에서 신음했던 걸 생각하면 달라진 게 확실하다. '뭐지 ? 이 이상한 기운은'. 요즘 곳곳에서 설명하기 어려운 공기가 감지된 것은 지난 산책길에서다. 마을 초입에 올해 새 이장과 총무가 연임됐음을 알리는 플래카드가 보였다. 플래카드가 걸리기 며칠 전, 문자로 찬반을 묻는 공지가 날라오더니 곧 연임 확정을 알려준 거다. 그리고 그 플래카드 밑에 또다른 현수막 두개가 내걸렸다. 마을 지원금과 관련, 사업 안건을 묻는 내용과 수목장(樹木葬) 설치 반대를 적은 현수막이다. 예전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텐데…. 마을사업으로 수익사업, 마을 공원조성, 창고 건립 등 우선 순위를 정하자는 안건도 예전과 다른 모습이다. 수목장과 관련해선 아주 큰 충돌을 예감하게 만든다. 곧 한판 붙을 듯 하다. 몇해전 절골에 절이 세워졌다. 규모는 작으나 마당에 탑, 불상이 놓여지고 대웅전과 요사채 하나가 자리했다. 그리고는 그 절에서 '이후락별장' 앞 야산 1만여 평을 사들인 뒤 수목장터를 조성, 운영했다. 실제 얼마전 장의버스 한대가 마을로 들어오면서 주민과 충돌이 벌어졌다. 충돌 이후 절에서는 수목장사업을 확대해 나갔다. 이에 주민들은 마을이 장송곡에 휩싸일 것이라고 반대하는 입장이다. 결국 본격적인 싸움이 벌어지기 직전이다. 이 또한 마을에 불어닥친 새 기운이다. 또다른 기운은 잣나무골로 오르는 언덕길 수백평 짜리 밭 몇개가 주말농장으로 변신, 도시민들의 발길이 잦아진 것이다. 밭에서는 십여평 단위로 나뉘어진 구간마다 명패가 꽂히고 각 구간마다 상추, 아욱, 파 등 모종이 이뤄졌다. 주말 오전 땅을 분양받는 도시민들이 몰려 활기찬 동네 모습이라니. 주말농장은 우리마을에서 없었던 일이다. 주민들이 농협에 농장 운영을 신청하고, 농협이 도시민을 모아준 것이다. 100여개도 넘는 주말농장 구좌가 다 채워져 밭떼기는 명패가 가득하다. 딸기농장에서도 비닐하우스 바깥에 커다란 현수막을 내걸었다. 견학 및 체험활동 등을 알리는 현수막으로 벌써 여름을 부르는 듯 하다. 마을 곳곳에서 완연히 달라진 모습에 봄이 훌쩍 밀려나는 듯 싶을 지경이다. 잣나무골 아래 한낮에는 여름같은 기온이 느껴지기도 할 정도로 햇살도 뜨거워졌다. 한편에선 새 바람이 일어나고 다른 편에서는 충돌이 벌어지고. 예전과 다른 기운이 갑자기 용솟음친 듯 이미 마을은 분주하다. 그래서 코로나 이후 대반격이 시작됐다고나 할까. 마을사람과의 접촉 없이도 달라지는 느낌을 감지하기란 어렵지 않다. 그 중에서도 수목장과는 이미 전초전을 끝내고 대회전을 펼치기 직전이다. 몇해전 철탑싸움으로 홍역을 치룬 적 있는 마을사람들에게는 트라우마가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전혀 다른 상대와 부딪친다는게 여간 곤혹스럽지 않은 상황이다. 주말농장이나 딸기농장에 도시민들이 들어오는 것은 환영 일색이다. 두 곳은 모두 아이들의 체험을 콘텐츠로 삼고 있다. 반면 수목장은 정반대다. 코로나 이후 낯설면서도 다른 새바람 앞에 주민들은 더욱 분주한 삶과 마주치는 형국이다.

2022-05-10 09:32:08 이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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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의 전원에 산다] 과수원으로 변한 텃밭

벗나무의 꽃이 지고 잎이 피기 시작했다. 그새 밭에 심은 과일나무의 잎도 나왔다. 참 다행이다. 지난달 말 텃밭에 과수 10여그루를 심었다. 밭에 나무를 심은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우리 집에는 괴상한 텃밭 하나가 있다. 그저 우리 마당에 붙어 있어 한 덩어리처럼 보이지만 지번에 전혀 다른 맹지로 다른 이의 땅이다. 그 땅에 도로 개설이 불가능해 내가 그저 밭으로 일궈 왔다. 주인은 누구인지 모른다. 지난 20여년 동안 주인이라고 나타난 사람은 없다. 분명 아내한테 집을 지을 당시 땅주인이라며 땅을 살피던 이가 있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은 있다. 중년을 넘어선 그는 변호사이고 머지 않아 집을 지을거라고 했다. 그리곤 지금껏 그를 본 적이 없다. 그새 다른 이에게 땅을 매각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그는 나타나지 않은 지 오래다. 그가 나타나지 않는 동안 그 땅 앞에 내가 집을 지었고 내 집과 연접해 또 다른 변호사가 집을 지었다. 그래서 그 땅으로 들어가는 길은 없다. 집을 짓기 위해서는 내 땅 혹은 앞집의 승락을 구해야 도로를 개설할 수 있게 됐다. 그건 우리도 모르는 새 본래 땅주인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그런 문제가 생겼는데도 그는 나타나지 않는다. 아무튼 이곳에 자리잡고부터 그 맹지를 텃밭으로 쓰고 있다. 버려둘 수도 없고…. 한동안 텃밭 일구는 재미에 빠져 상추, 아욱, 통, 고구마, 들깨, 부추, 오이 등 10여가지 이상 채소를 심었다. 텃밭 일구는 재미란, 어느 핸가 한 친구는 내 텃밭을 보고는 '아열대 식물을 키운거냐'며 너털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텃밭이 자리잡고서는 우리 집도 마당과 텃밭이 균형잡혀 보이고 어엿한 그림도 그려졌다. 그리고 한가지 버릇이 생겼다. 그 버릇은 출근 전 마당과 텃밭을 한바퀴 둘러보고서야 집을 나선다는 것이다. 텃밭을 살피지 않으면 하루 종일 뭔가 허전한 느낌을 지을 수 없었다. 날마다 훌쩍 자라고 있는 식물들에게 형언할 수 없는 위안을 받기도 했다. 하루에 한뼘은 자란 것 같은 상추, 주렁주렁 빨갛게 익어가는 토마토, 탐스런 고추…. 하여간 텃밭에서 받는 충족감, 그걸로 아침 출근길이 싱그러웠다. 주말이면 채소 가득한 밥상, 친구들과 나누는 삼겹살 파티 등 여러가지 추억이 만들어졌다. 그런 텃밭을 올해부터는 과일나무로 채웠다. 그리고 밭 가장가리에는 측백나무 몇그루도 심었다. 몇 년 전 교통사고 이후 그 후유증에 온전히 텃밭을 일구질 못 한다. 풀이 무성한 밭퉤기에 제대로 자라지도 못한 채소들, 그걸 본다는 건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다. 풀더미 속에서도 잘 자라는 것들이 있다. 취나물이나 부추 등은 달리 가꾸지 않아도 봄마다 피어난다. 돌나물도 그렇다. 두릅이나 오가피 순, 민들레, 고들빼기 등도 거저 먹을 수 있다. 쑥이며 냉이는 또 어떤가. 그래서 아내와 상의끝에 텃밭에서 나는 채소 수확을 전면 재편하기로 했다. 우선 텃밭에 과일나무를 심고 감자, 오이, 토마토, 고추 등의 작물은 마을 농장에서 조달하기로 했다. 대신 자연에서 채집한 나물을 주로 이용하기로 심은 게 과수들이다. 그렇게 심은 과수들이 무사히 뿌리내렸다. 앵두, 매실나무는 꽃을 피웠다 지고 이제는 잎을 피우고 있다. 사과나무와 배나무는 솜털 가득한 잎을 튀웠다. 채리나무도 그렇고, 다들 내 텃밭에 와서 뿌리내리기 시작한 것. 나무 한그루 죽이지 않고 무사히 텃밭을 리모델링한 것을 확인하고서야 그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다른이의 땅일 망정 내손으로 심은 너희들, 잘 자라다오. 비록 주인이 나타나 내가 돌보지 못하더라도…."

2022-04-26 08:14:30 이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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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의 전원에 산다] 내가 사는 곳의 봄

4월이다. 초록이 깨어났다. 하지만 잣나무골은 북향이어서 서울보다 봄이 며칠 늦게 찾아온다. 한동네에서도 남향인 맞은편이 봄색에 물들고 나서야 아지랑이가 비틀대며 잣나무골 언덕길을 기어 오른다. 햇빛 받는 차이가 그토록 다르다. 이곳에서 살면서 봄 벗꽃이 북상하는 속도는 하루 100㎞쯤 되고 가을녁 단풍이 남하하는 속도는 하루 50㎞ 가량 된다는 걸 알았다. 물론 정확하진 않다. 대략 그렇다. 진해 벗꽃이 개화하면 닷새 후 여의도 윤증로도 벗꽃이 피기 시작한다. 잣나무골은 같은 위도인데도 여의도보다 닷새 가량 벗꽃이 늦게 핀다. 아마도 그때쯤 벗꽃은 북한 땅 함경도나 평안도 신의주쯤 도달했을거다. 그러니 북녘땅에 사는 것과 같다. 지금 우리 마당의 벗꽃은 꽃망울을 튀웠을뿐 아직 터트릴 기색은 아니다. 아마도 꽃을 보려면 닷새는 지나야할 듯 하다. 군입대하던 때, 진해로 가던 중 대구쯤에 이르러 (지금은 산들이 푸르지만 당시는) 민둥산마다 진달래가 붉게 물든 걸 보고 새삼 봄임을 실감했다. 그건 아주 낯선 감정이었다. 여러번 봄을 보냈음에도 그전까지 내게 봄은 그저 그런 계절이었다. 새삼스럽지도 않고 유별나지도 않아 기억되는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때는 민둥산의 진달래꽃들은 왜 그리 붉던지. 군에 가는 마음을 진달래는 더욱 처연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오후 무렵 진해에 도착해서는 도시 전체가 연분홍 벗꽃밭인 걸 보고 또 놀랐다. 게다가 군항제 마지막날 휴일 거리에는 발 디딜 틈 없이 몰려든 사람들의 인파에 전율했다. 거기서 또 꽃을 보러 사람들이 몰린다는 사실에 경탄스러웠다. 바람결에 꽃잎이 눈송이처럼 흩날리는 광경은 감동스럽기도 했다. 그 분분했던 낙화! 나를 배웅하러온 친구와 벗꽃길을 따라 해변까지 인파속을 거닐었다. 그리고 짜장면 한그릇을 나누고 훈련소로 들어갔었다. 진달래와 벗꽃은 잣나무골에 들어와서 마당에 처음 심은 나무다. 마당 초입에 벗꽃과 진달래를 나란히 심으며 내 마당도 숲속같기를 바랬다. 그 나무를 심은 후 이웃집 아저씨와 나는 이천, 여주 등 여기저기로 꽃구경 다녔다. 이천에 산수유축제가 열릴 땐 흥겨운 잔칫판 같았다. 사람들은 가족들의 손을 잡고 맘껏 봄날을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내친 김에 아내와 아이 손을 잡고 남한강가를 산보하러 나서기도 했다. 그리고 산수유 두어그루를 마당에 심었다. 산수유를 심으며 '아이들이랑 함께 커 가라. 그리고 어른이 됐을 때 그 나무와 함께 자란 모습을 꼭 기억하길….' 염원도 심었다. 그렇게 나무 몇 그루와 염원 하나를 땅에 심고 나서 불현듯 고향마을에 가서 소나무를 가져다 심어야겠다는 생각에 들었다. 고향집 뒷산에서 가져온 소나무 다섯 그루는 세그루가 살아 있다. 내손으로 심어서일까. 그동안 마당의 나무들에게 말을 거는 버릇이 생겼다. '잘 잤니 ?' 혹은 '태풍 불어서 힘들었지 ?' 등. 폭설이 내린 겨울 어느 날 아침 창문 너머 땅바닥까지 휘어져 있는 소나무가지를 보고는 '저걸 어째! 제발 부러지지 말거라'하는 순간 '푸르르'하고 화들짝 눈더미를 스스로 털어내는 것을 보고 감탄에 마지 않은 적도 있다. 지금 소나무들은 굵직하게 자라 지붕을 넘어섰고 초여름 샛노란 송화가루를 흩날린다. 그때마다 솔향 가득한 마당에서 햇빛, 바람에 취하는 느낌은 무엇에도 비할 바가 없다. 바램대로 벗꽃은 아주 울창하고 의젓한 나무가 됐고, 마당의 풍경을 늘상 새롭게 변화시켜주고 있다. 소나무도 마당 한켠을 차지하고 있어 봄이 더욱 푸근하기만 하다. 지금 그 나무들이 자라나던 걸 아이들은 맘속에 담아두고 있을까.

2022-04-12 10:46:07 이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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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의 전원에 산다] 나는 여전히 예맥족인가

안거리에 나갔다가 오랫만에 어떤 아줌마 한분을 봤다. 아줌마는 5년전에 생긴 마트를 들러 막 집으로 가려는 참이었다. '마트에는 일본 식자재가 없는 걸로 아는데, 그새 일본 식품이 새로 들어왔나. 하여간 세월에 장사 없구나'. 그녀의 얼굴에도 세월의 흔적이 역력했다. 그녀를 처음 봤을때는 20여년 전, 월드컵이 열리던 때 초등학교 운동장에서였다. 그 날 운동장에는 스크린이 펼쳐지고 멍석도 깔렸다. 중고등학생들은 잠실로 거리 응원을 나가고 청년 몇은 양평 고수부지로 떠나 운동장에는 주로 노년층과 주부들, 어린 아이들로 가득했다. 운동장 한편에서는 마을 부녀회가 장만한 삼겹살 구이, 순대국밥 등이 차려져 진칫날 같았다. 응원전에 동원된 풍물패 소리도 특별히 흥겨움을 더 했다. 축구 관람에 한참 빠져 있을 때 한 아줌마가 우리 앞에 순대 한 접시를 가져다 놓아줬다. 그러자 옆에 있는 마을 형님이 말했다. "일본 여자인데 내 친구랑 결혼해 학교 뒷편에 사는 분이야." 당시 나는 한국사람과 결혼한 일본 여자는 본 적도 들은 적이 없어 심하게 놀랐다. 중국 조선족이나 베트남 여성들과 결혼하는 농촌총각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아무튼 가난한 나라에서 온 결혼 이주는 아닐테고…. 우리 아주머니들과 전혀 구별이 안 되는 것도 신기했다. '일본은 잘 사는 나라라는데 여기까지 어떻게 왔을까?' 몹시 궁금한 게 많았다. 하지만 응원에 미쳐 더 이상 의문을 이어가지 못했다. 다만 그 때 덧니가 보이던 그 아줌마는 똑똑히 기억한다. 하도 의아해서 말이다. 그게 끝이다. 인사 한 번 나눠본 적 없는, 그런 아줌마를 다시 본 것이다. 그렇다고 이후에도 인사를 나눈 적도 본 적도 없다. 그저 그때 운동장에서 한 번 봤다는 것이고, 그녀 또한 나를 기억할 리 없다. 헌데 여전히 이곳에서 잘 살아가고 있었구나라는 생각은 들었다. 그건 아무런 스토리가 없는 얘기였다. 다만 다문화속에 '한국남자+일본여자' 조합이 없던 나로서는 아주 진한 인상만 남았을 뿐이다. 아시아마트도 별다른 내력이 있는 것도 아니다. 이름만 마트지 작은 구멍가게에 지나지 않는다. 생긴지도 7, 8년 됐다. 그렇다고 아시아마트에 일본제품이 들어오기는 한 건가 들어가볼 일도 아니었다. 다만 안거리나 곤지암 시내를 활보하던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코로나 시국에 모두 떠나 요즘 마트는 썰렁했다. '그래도 일본 아줌마는 남았네.' 하지만 그 속에 전혀 변하지 않은 내 의식이 존재한다는 걸 발견했다. 월드컵 이후 우리나라는 다문화사회라는 말이 휩쓸었다. 게다가 무슨 사회운동인양 지자체마다 각종 다문화 프로그램들이 생기고 TV에서도 외국인들이 고정 출연하는 일이 빈번했다. 우리에게도 단일민족이라는 인식에 커다란 변화가 생겼다. 어떤 이들은 다문화가정, 다문화사회, 다문화라는 말을 쓰지 말자고 했다. 그게 문화적 차이를 설명한 용어는 아니며 본질적으로는 혈통 따지는, 저급한 말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다문화라는 용어가 오히려 차별을 깔고 있다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틀린 말이 아니다. 어릴 적 '튀기'니 '짬뽕'이니 하던 말의 변종이 '다문화'다. 지금 우리나라엔 100만명이 넘는 외국인이 섞여 살고 있다. 결혼 혹은 노동 등 여러 이유로 우리와 함께 살아야 하는 이들이다. 즉, 다문화라는 용어는 이들과 우리 한족(韓族) 사이의 구분을 칭하는 말처럼 들린다. 여전히 외국인에 선입견을 버리지 못한 내가 오늘따라 한심하게 여겨질 뿐이다. 이제 다문화라고 칭하는 이들은 우리 사회, 정치, 문화예술에까지 스며들어 다양한 소통, 연결을 이뤄가고 있다. 그런데도 아직 일본 아줌마에게 놀라고 있으니. 곧 코로나가 끝나면 여기도 외국인 노동자가 돌아올 것이다.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쥬신계열의 예맥족으로 산단 말인가.

2022-03-29 08:14:34 이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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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 지방도시 3만8000여 가구 분양

올 봄 지방에서 3만8000여 가구의 아파트가 공급된다. 14일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3~4월 중 지방에서 3만8538가구가 분양 예정이다. 작년 같은 기간(2만1272가구) 보다 81.1% 증가했으며, 수도권(2만7448가구)보다도 1만여 가구 가량 많다. 지방 부동산은 지역별 온도차가 커 봄 분양 성적표도 엇갈릴 가능성이 크다. 최근 뜨거운 곳은 단연 중소도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작년 4분기 충북(3.64%), 경남(2.83%), 충남(2.60%) 등의 상승세가 두드려졌다. 서울(1.92%), 경기(2.35%) 증가폭을 웃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5대 광역시는 대출규제 강화로 자금마련 부담도 커 청약이 주춤하다"며 "지방 중소도시는 비규제지역이 많아 대출, 청약 문턱이 낮고, 수도권과 광역시보다 집값이 저렴해 매수 열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관심을 끄는 단지로 대우건설은 오는 4월 충북 충주기업도시에서 '서충주 푸르지오 더 퍼스트'가 아파트(전용 74~124㎡, 1029가구)와 주거형 오피스텔(전용 84㎡, 140실) 등 1169가구 를 분양한다. 기업도시는 전국구 청약 지역인 데다 비규제 지역이라 유주택자는 물론 세대주, 세대원 모두 청약 가능하다. 전매 제한이 없고, 재당첨 제한도 적용 받지 않는다. 또 SK에코플랜트·GS건설은 청주 흥덕구에서 '청주 SK뷰 자이' 59~101㎡ 1745가구 중 1097가구를 일반분양한다. KCC건설은 이달 충남 아산에서 '아산 벨코어 스위첸' 아파트 84·92㎡ 299가구와 오피스텔 84㎡ 20실을 분양한다. DL이앤씨는 부산에서 'e편한세상 에코델타 센터포인트' 68~84㎡ 953가구를 선보인다. 우미건설은 이달 경남 양산 사송지구에 '양산 사송지구 우미린' 84~112㎡ 688가구를 공급한다. 대우건설도 울산에서 399가구를 분양한다. DL이앤씨는 4월 강원 원주에서 'e편한세상 원주 프리모원' 572가구를 분양한다. /이규성기자 peace@metroseoul.co.kr

2022-03-14 11:13:46 이규성 기자
LH, 16일부터 올해 첫 공공 사전청약

LH는 오는 16일부터 올해 첫 공공 사전청약을 실시한다. 이번 접수는 신혼희망타운 1840가구가 대상이다. 구체적인 청약대상은 ▲남양주왕숙(A20블록 582가구) ▲남양주왕숙2 (A4블록 483가구) ▲인천계양(A17블록 284가구) ▲인천가정2(A2블록 491가구)이다. 신혼희망타운은 입주자모집공고일 기준, 혼인기간 7년 이내 등 신혼부부, 예비신혼부부, 6세 이하 자녀를 둔 한부모 가족 등이 신청 가능하다. 또한 무주택세대구성원, 입주자저축, 소득 및 총자산 기준 등 청약 자격을 충족해야 한다. 아울러 인천가정2 신혼희망타운은 공고일 현재 인천광역시에 2년 이상 거주하거나 거주 예정인 자, 인천계양 신혼희망타운은 인천광역시 및 수도권에 거주하는 자, 남양주왕숙·왕숙2 신혼희망타운은 남양주시 및 수도권에 거주하는 자가 신청할 수 있다. 청약접수는 16∼23일까지며 거주 지역에 따라 접수일자가 다르다. 해당 주택건설지역 거주자는 16∼18일, 경기도 및 기타지역(수도권) 거주자는 21∼23일까지 청약 접수하면 된다. 청약은 사전청약 홈페이지, LH청약센터에서 인터넷으로 가능하다. 다만 인터넷 사용이 어려운 만 65세 이상 고령자, 장애인의 경우 현장접수처에서 신청할 수 있고, 이 경우 사전 예약 후 방문해야 한다. 청약과 관련된 기타 문의사항은 사전청약 홈페이지를 참조하거나, 콜센터를 통해 안내받을 수 있다. 신혼희망타운은 법정기준보다 넓은 어린이집, 다함께 돌봄센터, 미세먼지 저감 첨단시설이 설치된 실내놀이터, 다양한 놀이공간 등 육아 특화설계가 적용되는 신혼부부 맞춤형 주택이다. 특히 신혼희망타운의 경우 본 청약 시 주택공급가격이 총자산가액을 초과하는 주택의 입주자로 선정되면 HUG가 운영하는 '신혼희망타운 전용 주택담보 장기대출(수익공유형 모기지) 상품'에 가입해야 하고, 수익 공유형 모기지 대출한도 등은 본 청약 시점에 확정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2022-03-14 09:21:19 이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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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의 전원에 산다] 잣나무골에 비가 내린다

봄비가 줄곧 내렸다. 비가 반가운 이유는 봄을 깨우느라 분주해서라기 보다는 바짝 마른 숲을 적셔줄 수 있어서다. 나는 숲을 좋아한다. 집 뒤는 바로 잣나무숲. 거기서 몇 걸음 더 위로는 밤나무, 참나무, 소나무 등이 어우러진 잡목숲이다. 온갓 산나물도 많다. 고사리, 취나물, 당귀, 참나물, 혼잎나물 등 지천이다. 봄철, 도시민 중에는 나물을 채취하러 오는 이들도 심심찮다. 게다가 고라니며 멧돼지 등 산짐승도 꽤 많다. 잣나무골은 천덕봉의 한 능선을 등지고 있다. 천덕봉은 이 일대에서 원적산, 양자산과 더불어 제법 큰 산이다. 그래 봐야 해발 수 백m 남짓이지만 예전에는 호랑이가 많기로 유명했다. 인근 마을 중에는 상호리, 하호리라는 지명이 말해주듯 골짜기가 깊다. 바로 그 능선 너머 아이들이 다니던 초등학교가 있고 그 동편에는 골프장이 자리잡고 있다. 종종 아이들과 그 능선을 걸으며 산책을 즐겼다. 능선은 천덕봉을 향해 밋밋한 오르막으로 돼 있고 능선 끝에서 본격적으로 천덕봉으로 이어지는 곳부터는 골프장과 맞닿아 있다. 그런데 골프장 맨 북쪽, 능선과 맞닿아 있는 홀은 슬라이스홀이다. 그래서 능선에는 OB(아웃오브바운스)난 골프공이 수두룩하게 나뒹굴었다. '골프공도 여기만 오면 등산하고 싶어지나 보다'. 일부러 로스트볼을 주으러 아이들과 숲길을 산책하기도 했다. 낡은 골프채 하나를 지팡이 삼아 아이들과의 산책은 두어시간 걸린다. 그건 무엇과도 비교하기 어려운 즐거움이다. 봄철 어느 일요일. 여느 때처럼 회사에 출근해 오후 식사를 마쳤을 때 긴급한 전화가 울렸다. 능선 뒷편에서 불이 번져 우리 집쪽으로 능선을 넘어오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아내는 불길이 너무 무섭단다. 급히 귀가하던 중 고속도로에서도 천덕봉의 자욱한 연기가 한 눈에 들어올 정도였다. 걱정스러웠다. 건축한 지 얼마 안 된 목조집. 숲 언저리여서 삽시간에 사라질 지도 모를 일이다. 한 시간을 달려 가까스레 집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2시께. 이미 소방차 두대가 올라와 있었다. 불길은 집에서 수 십m까지 도달한 상태. 소방차는 연신 우리집, 윗집 지붕과 주변 숲 언저리에 물을 뿌려대고 있었다. 소방관들은 불길이 내려와도 집은 안전하게 할테니 걱정 말라고 안심시켰다. 숲은 곧 소방 헬기가 도착, 진화할 것이라고 했다. 숲이 불타는 광경이란 그야말로 끔찍하다. 화르륵! 키 큰 소나무마저 푸른 잎새가 순식간에 폭발하듯 불꽃으로 덮혔다. 그 공포감은 무섭다는 말로는 표현도 안 된다. 나도 괭이를 들고 숲속으로 뛰어 들었다. 마을 사람들과 불길이 내려오지 못 하도록 방어선을 만들던 중에는 헬기에서 퍼붓는 물폭탄에 생쥐꼴이 되기도 했다. 어둡기전에 간신히 불길이 잡혔다. 우리는 잔불을 정리하고 내려왔을 때는 해가 질 무렵, 얼마나 다행스러웠는지…. 숲속에서 불길을 잡으러 뛰어다니는 건 왜 그리 비호같았던지, 불길은 무서웠으나 몸은 새털같았다. 머리 위에서 치솟던 불길도 겁나지 않았다. 모두 돌아가고 나서도 윗집 형님과 밤 이슥하도록 숲을 지켰다. 잔불이 다시 살아나 집을 덮칠지 몰라 겁 먹은 채 어느 봄날을 보냈었다. 그건 추억이 아니라 트라우마다. 요즘 동해안 일대는 산불 피해로 신음하고 있다. 피해 중에서도 집 잃은 사람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울진, 삼척, 강릉, 동해, 영월 등 수백채가 불타고 이재민도 수 천 세대. 화재 진압에 헬기, 지휘차·진화차·소방차 등과 소방·경찰·해경·군인과 공무원 등 수만명의 인력이 투입됐다니. 이제 비가 잔불마저 정리하게 됐다. 산불, 조심하고 또 조심할 일이다.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산불, 겨우 하늘에 기대어 살아가는 시간이지 않기를 바란다.

2022-03-14 08:38:44 이규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