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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이규성의 전원에 산다] 동물들도 변하나

이규성 선임기자.

종종 동물들의 습성이 예전에도 그랬나하는 의구심이 들곤 한다. 우선 고라니들이다. 이놈들은 좀 기이하다. 마당 한켠에 우두커니 서 있었던 주말 오전. 그때 숲 비탈길을 내려오는 고라니들이 보였다. 예닐곱마리가 무리로 움직였다. 이런 경우 가족인 것이 분명하다. 겨울과 봄을 나면서 그새 새끼를 낳고 기르는 모양이다. 그놈들은 한걸음 두걸음 점점 더 내쪽으로 다가왔다.

 

지난 봄 고라니들은 텃밭의 소루쟁이를 훔친 적 있다. 조금 더 자라면 된장국을 끓여먹어야겠다고 지켜보았던 걸 어느 새벽에 감쪽같이 뜯어 먹었다. 그래서 나는 녀석들에게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그래 오늘 잘 만났다. 혼 좀 나봐라.' 막 비탈길을 내려오는 고라니들을 향해 '이놈들!'하고 냅다 벽력같이 소리쳤다. 그저 놀래킬 심산이었다. 헌데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큰 소리에도 고라니들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그리고 내가 그대로 가만히 있자 텃밭쪽으로 옮겨왔다. 보통 소리가 나면 후다닥 도망쳐야 하는 것 아닌가. 무시당한 기분이었다.

 

다만 어미 한 마리가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내쪽을 바라보기는 했다. 요즘 고라니들은 미쳤어. 반응도 않다니….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재차 혼내줄 궁리에 빠졌다. 이번엔 소리 대신 좀 더 큰 동작을 해보자. 옆에 놓인 빈 고무화분을 걷어찼다. 그제서야 '퍼억' 소리에 고라니들이 혼비백산하며 숲 위쯕으로 후다닥 도망쳤다. '놀랐지, 푸하하하'. 고라니의 발자욱 소리로 숲이 소란해졌다. 놀란 고라니들이 고소했다. 물론 가책이 들기는 했다. '에휴, 다음부터는 텃밭에서 뭐든지 맘 놓고 뜯어먹어도 봐줄게'.

 

헌데 왜 고라니는 내 소리에는 위협을 느끼지 않은 걸까. 그들은 한동안 천적 없이 살아왔다. 고라니는 어느 숲에서 쉽게 눈에 띈다. 시골에서는 농작물을 망쳐 곤혹스러울 지경이다. 그래서 단지 소리만으로는 반응하지 않았던 건지.

 

고양이도 의아하다. 나비야 나비야. 고양이 부르는 소리가 이어지더니 끝내 윗집 주인이 우리 마당주변까지 내려왔다. 윗집 주인은 십오년전 이사 왔다. 윗집에 이사온 분은 세계적인 토목, 교량 설계를 담당한 엔지니어다. 국내외 도시계획 설계·감리 등을 도맡아 왔다. 본래 살던 벼루장인이 작업장을 이천으로 옮기면서 그는 주말주택으로 이용하고 있다. 주말엔 작은 텃밭과 마당을 가꾸며 고양이를 벗삼아 노년의 여유를 즐기는 중이다.

 

그런데 고양이는 잣나무골에만 오면 숲냥이 무리와 어울려 종종 사라졌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다. 그래서 집으로 돌아갈 때마다 고양이를 찾아다닌다. 숲에 오기만 하면 고양이는 야성을 버리지 못하는 모양이다. 일흔이 넘은 엔지니어와 고양이라는 관계는 내게 낯설다. 여기서 나의 의구심은 고양이들은 반려묘로 키우더라도 본성은 절대 버리지 못하는 것인가. 새로운 환경에서 만난 동족에게 곧바로 정을 느끼는 건가 하는 것이다. 윗집 반려묘는 고양이 무리속에 있다가도 주인이 보이면 어디론가 숨어버린다. 그럴땐 어린아이같다. 한동안 숨바꼭질이 이어지다가도 주인이 도시로 돌아가야할 시간이 돼서야 나타난다. 나타났다가보다 발견돼 준다는 말이 옳다.

 

고라니를 쫓는 나, 고양이를 찾는 이웃. 하여튼 동물들과 사람관계가 예전에도 이랬었나 싶다. 사람한테 두려움이 사라져가는 고라니, 숲에선 새 친구들과 어울리느라 정신 없는 고양이. 요즘 예전과 다른 짐승들의 행태를 이해해 보려고 무척 애쓴다. 이제 저들과 소통하는 방법도 달라져야할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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