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거리 마트가 두배 넓어졌다. 유동인구가 많아지거나 주민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져서는 아니다. 수도권 변두리 작은 시골마을의 마트가 넓어졌다는 건 주목할 만 하지도 않다. 그러나 마트를 둘러싼 3차전쟁은 세상사의 본질을 담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최근 생필품 몇가지를 사러 마트에 들렀을 때 일이다. 소주, 어묵, 두부, 아이스크림 등을 바구니에 담고 채소코너, 정육코너를 지나다가 아시아마켓이라는 팻말이 붙은 마트 내 마트를 발견했다.
그 공간안에는 외국 노동자 서넛이 바구니에 물건을 담고 있었다. '어 ! 돌아온거야 ?' 한동안 보이지 않던 외국 노동자들이 눈에 띄었다. 그들은 향신료를 구입하느라 노란 유리병을 진지하게 살피고 있었다. 아마도 인도나 스리랑카 등 서남아시아인으로 보였다. 얼굴에 덥수룩한 수염을 봐서는 틀림없다. 그러면서도 마트주인이 마트를 확장하느라 꽤 많은 투자를 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강남 갔던 제비 처럼 외국 노동자들의 귀환, 그보다 한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마트 주인 등…. 포스트 코로나19가 어떻게 전개될 지 가늠할 길 없는 나의 뇌리를 휘갈겼다.
이걸로 안거리 마트는 길 건너편 구멍가게 같은 아시아마트와도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한 셈이다. 최근 아시아마트 하나가 댓평 정도 아주 작게 자리잡을 때만해도 의아했었다. 그래봤자 '코로나도 안 끝났는데 역시 장사하는 사람들은 발 빠르구나'하는 정도의 의아함이랄까.
하여간 안거리마트의 변신은 새로웠다. 사실 안거리마트는 30여년째 주변과의 치열한 경쟁을 벌이며 생존해 왔다. 당시 전원주택 및 공장 신축이 허용되면서 안거리를 중심으로 주변 마을에 골프장, 물류창고, 소규모 공장 등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그때 안거리에 3개의 마트가 성업중이었고, 마트는 늦은 밤까지 북적였다.
외국 노동자도 몰려왔다. 시흥, 안산, 인천 등 수도권 도시들에도 외국노동자가 넘치던 시기였으니 이곳도 별스러울 건 아니었다. 우즈벡인, 인도·스리랑카인, 네팔인, 베트남인 등 아시아계는 물론 아프리카인 마저 끼어 있었다. 그때는 마트에서 특별히 아시아물건을 따로 팔지는 않았다. 그런 가운데 세 마트의 경쟁은 치열했고 덕분에 물건값은 저렴했다.
이후 경기침체가 오고 마트 두개가 문을 닫았다. 그렇다고 나머지 마트 한개가 승전고를 울릴 처지가 못 됐다. 대신 안거리 농협지점에서 하나로마트를 열었다. '그때 안거리마트는 얼마나 놀랐을까'. 안 봐도 안다. 하나로마트와 안거리마트가 꽤 오랫동안 양립해 오면서도 안거리마트는 언제나 울며 겨자먹기로 하나로마트보다 물건값이 싸야했다. 싸지 않으면 망해야하는 것이 당연지사. 하나로마트는 농협이라는 거대한 배경을 갖고 있는 데다 지역주민 모두 농협 회원이었으니. 둘은 경쟁이란 말이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안거리마트는 연명해 왔다.
그렇게 어렵사리 생존해오던 안거리마트에 새로운 도전장을 낸 곳은 댓평짜리 구멍가게 같은 아시아마트. 이 마트는 아마도 프랜차이즈 형식으로 편의점 처럼 전국에 깔리고 있는 것 처럼 여겨진다. 그래서 안거리마트는 뒷마당까지 아시아마켓으로 확장, 새로운 싸움에 나섰다. 돌아오는 외국노동자를 빼앗기지 않으려는, 3차 마트전쟁이 펼치지고 있는 것이다.
주변 공장에 밥배달하거나 구내 식당 노릇을 하는 한식부페식당도 곧 건곤일척 한판 전쟁에 나설 듯 하다. 당분간 부페 식당 세곳은 밥값을 올리진 못 할 상황이 왔다. 식당 세곳은 작년 여름 500원을 올리고, 올초 500원을 한날한시 올렸다. 코로나 한복판 다른 물가가 뛰니 그들도 견디지 못했을 터. 그러나 왠지 담합 냄새가 났었다. 그러나 이제는 만만치 않을 듯 싶다. 코로나가 끝나고 다시 새롭게 짜여지고 있는 수도권 변방의 모습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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