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혹한 현실"에 맞선 삼성전자 조직 쇄신, 새로운 시너지로 '초격차' 더한다
시스템LSI사업부장 박용인 사장 /삼성전자 "냉혹한 현실을 봤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최근 미국 출장을 다녀온 후 이같은 소감을 밝혔다. 그리고 코로나19 재확산과 끊이지 않는 사법리스크 등 악재 속에서도 불과 13일만에 또다시 '짜투리' 시간을 쪼개 중동으로 출장을 떠났다. 이번 사장단 인사는 이같은 위기감 속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업계에서는 이번에도 삼성전자가 꾸준한 성과를 만들어온 사장단을 유임하며 안정을 지킬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국 사장단 뿐 아니라 조직까지 개혁하며 혁신을 가속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종희 부회장이 올 초 '퍼스트 룩' 행사에서 '스크린 포 올'을 소개하는 모습. /삼성전자 ◆ 세트 통합으로 '팀삼성' 본격화 가장 큰 변화는 IM 부문과 CE 부문을 통합해 만든 세트 부문이다. 삼성전자는 오랜 기간 모바일과 가전 사업을 각각 운영하며 글로벌 1위로 성장시켜왔지만, 최근 들어 기기간 '통합' 전략을 구상하고 모바일과 가전간 시너지를 구상해왔다. 갤럭시Z플립3를 비스포크 에디션에 편입한 시도가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세트 부문이 만들어지면서 모바일과 가전간 통합 작업은 가속화할 전망이다. 스마트폰 디자인은 물론, IoT 플랫폼인 스마트싱스를 중심으로한 '팀삼성'을 대폭 개선할 것으로 기대된다. 팀삼성은 삼성전자 가전을 스마트싱스 플랫폼을 통해 연동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개념이다. 모바일 환경에만 국한됐던 갤럭시 생태계가 가전과 더 나아가서는 자동차 등 다양한 기기로 연결될 수 있다. 디스플레이도 모바일과 가전을 연결하는 핵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트부문장을 맡은 한종희 부회장은 TV 개발 전문가 출신으로, 삼성 TV가 15년 연속 세계 1위를 지켜낼 수 있게한 핵심 인사다. 한 부회장이 제시한 '스크린 포 올' 비전에도 힘이 실렸다. 스크린 포 올은 어떤 곳에서든 최적의 스크린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스크린 에브리 웨어'에서 한 단계 진화한 개념으로, 스크린이 공간을 채우는 데에서 더 나아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장애인 등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환경 보호에까지 이바지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스크린 포 올 전략을 통해 장애인들이 TV를 쉽게 볼 수 있도록 하는 수어 확대와 자막 이동, 다중 출력 오디오 기능과 친환경 리모컨, 친환경 포장인 에코 패키지 등을 선보인바 있다. 한 부회장이 세트 부문을 도맡게 되면서 모바일 부문에서도 이같은 시도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한 부회장은 전사 차원의 신사업과 신기술 등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책임도 지게 됐다. 세트 사업 새로운 도약을 이끌 것으로 삼성전자는 기대했다. 한종희 부회장 대신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문을 함께 맡게된 정현호 부회장은 세트부문의 안정적인 사업과 미래 준비를 적극 지원하게 됐다. 그동안 대내외 악재속에서도 안정적으로 사업지원 T/F장을 맡아 삼성전자와 계열사 등 시너지를 발굴하며 경쟁력 강화를 지원했던 역량을 인정받아 2개 보직을 맡았다. 경계현 DS부문장 /삼성전자 ◆ 반도체 젊은피로 '모어 댄 초격차' 김기남 부회장은 삼성전자 반도체를 확고한 글로벌 1위로 올려놓은 주인공이다. 1986년 삼성반도체에 입사해 다양한 기술을 직접 개발하며 D램 사업을 이끌어왔고, 반도체연구소장과 종합기술원장, 시스템LSI사업부장과 DS부문장 등 반도체 사업 핵심 분야를 두루 거치며 다양한 경험을 쌓기도 했다. 여전히 DS부문 임직원 사이에서도 신망이 두텁다고 알려져있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공을 인정하고 김 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시켰다. 2017년 권오현 상임고문이 승진한 이후 4년만이다. 이건희 회장 사후 공석이던 회장직도 다시 채워졌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번에도 회장에 오르지 않으면서 삼성전자에서는 유일한 회장이 됐다. 김 회장은 앞으로 종합기술원을 책임지게 됐다. 그동안 노하우를 활용해 미래기술 개발과 후진 양성에 이바지할 예정이다. DS부문은 삼성전기 대표이사를 역임한 경계현 사장에 지휘봉을 넘긴다. 경 사장 역시 메모리사업부에서 십수년간 D램과 플래시 개발을 맡아 3D V낸드 메모리 개발에도 참여하는 등 삼성전자 메모리를 확고한 글로벌 1위로 자리매김하는데 크게 공헌한 설계 전문가다. 2020년부터 삼성전기를 이끌며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것뿐 아니라 MLCC 기술 경쟁력 제고 등 미래 먹거리까지 확보하며 높은 경영 능력을 선보였다. 경 사장은 메모리 개발 능력을 바탕으로 김기남 회장을 이어 DS 부문 메모리 '초격차'를 지속하는 책임을 맡는다. 이미 기술뿐 아니라 경영 능력까지 인정받은 만큼, 메모리 사업 기술력 제고와 경영 효율화 등 부품 사업 전반에서 혁신이 기대된다. 아울러 전장용 MLCC 기술을 끌어올렸던 만큼, 전장 등 새로운 먹거리 부문 육성에 대한 기대감도 적지 않다. 시스템 반도체 부문도 경영진 쇄신을 통해 시너지 극대화에 나선다. 강인엽 사장이 DS부문 미주총괄로 자리를 옮기고, 전략마케팅실장이었던 박용인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시스템LSI사업부장으로 임명됐다. 박용인 사장은 LG반도체 출신으로, 텍사스 인스트루먼츠에 이어 동부하이텍 대표이사까지 역임하는 등 다양한 비메모리 사업 경험을 가진 전문가다. 2014년 차세대제품개발팀장으로 삼성전자에 입사해 업계최초 0.7마이크로미터 이미지센서 개발을 주도하는 등 LSI개발을 이끌어왔으며, 전략마케팅을 거쳐 시스템LSI사업부를 총괄하게 됐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비전2030'으로 비메모리 육성에 힘을 쏟는 만큼, 박 사장이 적지 않은 책임을 맡았다는 평가다. 최경식 세트부문 북미총괄 /삼성전자 ◆ 조직 혁신 본격화 삼성전자는 이번 사장단 인사를 주요 사업 성장과 회사 경쟁력 강화에 기여한 부사장들을 대상으로 한 '성과주의 인사'라고 설명했다. 새로 사장단에 합류하며 세트부문 북미총괄을 맡은 최경식 사장은 지난해 북미총괄 보직을 맡아 역대 최대 매출을 이끌어내는 등 현지 경쟁력 강화에 크게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1994년 삼성전자 총무그룹으로 입사해 북미와 유럽 등 다양한 지역에서 무선사업 영업 분야에서 활약하며 SEA법인장까지 맡았으며, 앞으로 해외 주재 경험과 북미 시장 전문성 및 영업 역량을 두루 갖춰 현지 사업 경쟁력 강화 및 위상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새로 사장단에 합류한 김수목 사장은 박용인 사장과 마찬가지로 '정통' 삼성 출신은 아니다. 1993년 부산지방검찰청 검사로 부임해 근무하다가 2002년 김&장에서 변호사로 활동했다. 2004년에 구조조정본부 법무실 담당임원으로 삼성에서 근무를 시작해 미전실과 법무실, 준법경영실 등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삼성전자는 김 사장이 송무팀장으로 차별화된 법률지원과 법무역량 제고를 이끌어왔다고 평가하며 사장으로 승진, 법무실장을 맡겼다. 앞으로 법무 전문성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준법경영 강화에 힘을 실을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조만간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통해 조직 쇄신을 더욱 가속화할 계획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해 인사제도를 대폭 개편하는 '미래지향 인사제도' 혁신안을 발표한 바 있다. 직급을 완전히 파괴하고, 능력이 있는 직원에게는 파격적인 승진 기회를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도 이같은 기준을 적용해 대대적인 변화를 꾀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관심이 쏠리는 부분은 젊은 임원이 얼마나 나올지다. 삼성전자가 이번 임원 인사부터 파격적인 변화를 주겠다고 나선 만큼, 30대 임원과 40대 경영진을 대폭 확대할 것으로 재계는 예상하고 있다. 이미 사장단 인사에서도 '3대표' 체계를 완전히 없애면서 대대적인 인사 혁신을 예고했다는 평가다. /김재웅기자 juk@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