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여성 싱글맘' 코리 부시 하원의원의 당찬 연설
이번 미국에서 당선된 '흑인 여성 싱글맘' 코리 부시(Cori Bush·44) 민주당 하원의원의 당선 후 연설이 울림을 주고 있다. 그녀의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그녀를 소개할 때면 노숙자, 간호사, 유치원 보조교사, 싱글맘, 흑인 인권 운동가란 수식어가 붙었다. 집이 없어 거리에서 잠을 자도, 남편과의 이혼으로 두 아이를 홀로 키워도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2014년, 그녀는 흑인 인권 운동가로 이름을 알렸다. 당시 미국 미주리주 퍼거슨에서 경찰이 비무장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에게 총을 쏴 브라운이 숨졌다. 브라운은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쳤고 이를 적발하고 검문하려는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다가 총을 맞았다. 경찰은 넘어져 있는 브라운에게 최소 6발을 쐈다. 백인 9명과 흑인 3명으로 참여한 대배심에서 대런 윌슨 경관은 불기소 처분됐다. 표결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고 그가 정당한 공무 집행이란 이름 아래 면책되자 이를 생중계로 지켜보던 흑인 사회는 들끓었다. 시민들은 인종차별에 저항하기 위해 시위대를 조직했고 거리에 나섰다. 시위는 격화됐다. 복면을 쓴 시위자들이 경찰서를 공격했다. 경찰차에 불을 질렀고 약탈과 방화도 이어졌다. 퍼거슨 교육청이 휴교령을 내릴 정도로 소요 사태는 격렬했다. 그럼에도 인종차별에 저항하는 시위는 미국의 대도시로 확산됐다. 당시 미국의 대통령은 최초의 미합중국 흑인 대통령 버락 오바마였다. 코리 부시는 브라운의 죽음에 앞으로 나섰다. 그는 퍼거슨에서 지속적으로 전개된 블랙 라이브스 매터(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은 중요하다) 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끈 사람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정치에 나섰다. 2016년, 2018년 2번의 실패 끝에 2020년 미주리 제1선거구(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에서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미주리 제1선거구는 같은 당 빌 클레이 의원이 1969년부터 2000년까지 지역구를 맡았고 그의 아들 레이시 클레이 의원이 2001년부터 하원의원이었다. 2020년 8월, 민주당 미주리 제1선거구 경선에서 그녀는 48.6%를 득표해 45.5%를 얻은 클레이 후보에 승리했다. 현지 언론들은 마이클 브라운,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 같은 인종 차별이 지속되는 상황에 대한 분노와 이에 적극 저항해 온 코리 부시를 응원하는 여론에 힘입은 것으로 경선 승리 원인을 분석했다. 그리고 2020년 10월 5일, 그는 당선 후 연설에서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6년 전에, 전세계의 관심은 퍼거슨 소요로 세인트루이스에 쏠렸습니다. 우리는 불의를 참을 수 없었습니다. 더 나은 세계를 위해 싸운 우리 선조들의 전통 속에서 우리는 마이클 브라운을 위해 뭉쳤습니다. 나란히 서로 팔짱을 끼고, 400일을 함께했습니다. 세인트루이스는 강합니다." 그는 연설 말미에 주먹을 하늘 위로 치켜들었다. 연설하는 그녀 주위의 지지자들도 그녀를 따랐다. "이제 여러분께 봉사하는 것이 제가 할 일입니다. 이끄는 것,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봉사하려합니다. 이 순간이 왔습니다. 경제적 정의, 인종, 사회를 위한 운동을 위해, 이제 우리는 의회로 가야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도전에 직면할 겁니다. 나란히, 서로 팔짱을 끼고 하늘에 주먹을 내지르며 우리 모두가 자유로워 질 때까지 서로에게 봉사할 준비를 합시다" 현지 매체 복스(Vox)는 코리 부시 하원의원 혼자 많은 것을 할 수는 없겠지만, 그의 뒤를 받쳐주는 지원군들이 굳건하기 때문에 미국을 위한 그녀의 비전이 법안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