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2022] 코로나19에 텅 빈 CES, 한국 덕에 구색 맞췄다
5일(현지시간)부터 7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2가 열리는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 센트럴관 입구. 예년과 달리 사람이 많지 않았다. /김재웅기자 "썰렁하다." 매년 CES에 참가해왔던 한 관람객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말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갑작스레 미국을 덮치면서 2년만에 현장에서 개최된 CES2022는 자리를 텅텅 비운 채로 문을 열 수 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실패한 것만은 아니라는 평가다. 여전히 글로벌 첨단 기술이 온오프라인을 통해 전세계에 소개됐고, 여러 기업들이 만나 협력을 약속하기도 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다시 한 번 세계 최고 수준 기술력을 증명하며 이목을 독차지한 가운데 새로운 시대 개념까지 제시해 4차산업혁명 '개척자' 위상을 확인하기도 했다. 현대자동차는 5일(현지시간)부터 7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2에서 인간의 이동 범위를 가상공간으로까지 넓힌 '메타모빌리티'를 제시해 높은 관심을 받았다. 사진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가운데)와 마크 레이버트 보스턴 다이내믹스 회장(가운데 오른쪽) /현대자동차그룹 ◆ 메타버스 벽을 깬 현대차 현대자동차가 발표한 '메타모빌리티'는 올해 CES2022에서 가장 CES 다운 내용으로 호평받았다. 전세계 기업들이 가상현실인 메타버스에만 주목하고 있는 상황, 현대차는 로보틱스 기술을 활용해 메타버스와 현실을 넘나들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냈기 때문이다. 메타모빌리티는 로봇 기술로 모든 사물을 메타버스에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개념이다. 산업계가 메타버스에만 주목하는 사이, 메타버스를 실제로 활용할 방법을 제시했다. 현대차는 이를 가능케할 로보틱스 기술인 DnL과 PnD 모듈, 그리고 콘셉트 모빌리티인 모베드 등을 공개했다. 이른바 모빌리티 오브 씽스(MoT)로, 크기와 무게에 관계 없이 모든 사물에 이동성을 부여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조감도.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는 메타모빌리티를 당장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올해 말 완공 예정인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를 '메타 팩토리'로도 구현키로 한 것. HMGICS는 공장을 대부분 자동화한 혁신 생산 기지로, 소비자에 맞춤형 모빌리티를 생산해줄 수 있는 다품종 소량생산 기지다. 메타팩토리는 실제 공장을 디지털 트윈으로 만들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운영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다.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는 것뿐 아니라, 사고 등 상황 발생시 원거리에서도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5일(현지시간)부터 7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2에서 삼성전자 부스에 전시된 '팀삼성' 공간 / 김재웅기자 ◆ 여전한 '워너비' 삼성전자 현대차가 CES2022에서 가장 미래적인 주제를 소개했다면, 가장 주목받은 회사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올해 CES2022에 비스포크 홈과 라이프스타일 TV, 갤럭시Z폴드3를 비롯한 갤럭시 생태계 제품들을 대거 공개했다. 특히 '스크린 에브리웨어'를 실현할 수 있는 '더 프리스타일'과 갤럭시S21FE도 함께 공개하며 많은 호응을 이끌었다. '스크린 포 올' 철학에 맞춘 솔라셀 리모컨과 에코패키지도 관람객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비록 예전처럼 핵심 명제를 지목하지는 못했지만, 여전한 '초격차' 기술로 경쟁 기업들을 압도한 셈. 5일(현지시간)부터 7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2에서 TCL 부스의 '스마트 키친' 공간 /김재웅 기자 삼성전자를 사랑하는 팬은 또 있었다. 바로 중국기업인 TCL과 하이센스다. 이들은 미중무역분쟁 심화와 코로나19로 인한 잇딴 전시 포기 속에서도 적지 않은 규모로 부스를 구성하며 추격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5일(현지시간)부터 7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2에서 TCL 부스에 전시된 폴더블 폰 '시카고' /김재웅기자 이들 부스 공통점은 디자인이 삼성전자 부스를 모티브로 삼은 게 분명했다는 것. 특히 TCL은 스마트 키친과 에어솔루션 등 카테고리 별로 분류하고, 배치와 글씨체, 색상과 콘셉트 등에서 큰 유사성을 보였다. 아직 출시 계획조차 없는 클림셸형 폴더블폰인 '시카고'까지 내놓고 삼성전자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관람객들은 하이센스가 주력으로 내놓은 레이저 TV에 의구심을 숨기지 않았다. 일단 프로젝터 한계상 밝기에 불만을 나타내는 경우도 잦았고, 화질 역시 마찬가지로 만족스럽지 못한 분위기였다. 5일(현지시간)부터 7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2에서 TCL이 전시한 레이니다오 /김재웅 기자 다만 TCL이 공개한 '레이니아오 AR'은 위협적이었다. 레이니아오는 AR안경으로, 영상을 보거나 메시지 확인, 가전제품 제어 등을 할 수 있는 모바일 대체 기기다. 다만 현장에서 직접 기능을 시현하지는 않아 출시 가능성을 단정하기는 어려워보였다. 5일(현지시간)부터 7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2에서 중국 BOE가 전시한 차량용 OLED. /김재웅 기자 ◆ 한류 열풍도 여전 올해 CES2022의 또다른 관전 포인트는 한류였다. BTS가 현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만큼, 현대차부터 작은 블루투스 스피커 부스에서 BTS 음악소리가 자주 울려퍼졌다.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 'BOE'도 BTS에 숟가락을 얹었다. 따로 음악을 재생하지는 않았지만,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콘셉트에 BTS '버터'를 재생해놓은 화면을 보여줘 눈길을 끌었다. 그 밖에도 곳곳에서 걸그룹 오마이걸이나 블랙핑크 등 여러 K팝을 들을 수 있었다. 비록 롯데와 국내 디스플레이 관련사 등에서 재생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관람객들도 K팝에 관심이 많은 듯 많은 관심을 보이고 참여율도 높았다. K팝이 아닌 기술적으로도 한류가 대세였다. 삼성전자나 현대차는 물론이고, 두산그룹과 현대중공업이나 스타트업까지도 국내 기업 부스 인기가 월등하게 많았다. 숫자와 규모 면에서도 한국 기업이 압도했지만, 기술적으로도 한국 기업을 넘어설만한 곳을 찾기 어려웠다. 소니와 보쉬 등 글로벌 주요 테크 기업들도 이미 한국 기업들이 상용화 단계로 접어든 전기차나 수소 스택, 전동화 모듈 등을 소개하면서 감흥을 주지 못했다. 5일(현지시간)부터 7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2에서 빈패스트가 자사 자율주행 개발 현황을 소개하고 있다. /김재웅 기자 그나마 베트남의 약진은 볼만한 거리였다. 자동차 업체 빈패스트가 주인공. 빈 패스트는 당초 BMW 차량을 재조립하는 수준에 불과했지만, 이번 행사에서는 자체 개발한 A~E 세그먼트의 전기차를 공개하며 눈길을 끌었다. 전기차 개발이야 난이도가 높지 않지만, 부스 옆에는 자율주행 자회사 자리도 마련하고 첨단 자동차 기업으로 가는 준비를 확인해줬다. 전시장 안팎에도 여러 광고판을 세우는 적극적인 모습도 보였다.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2 현대차 미디어 컨퍼런스. 마이크로소프트 울리히 오만 부사장이 참석했다. /김재웅 기자 ◆ 합종연횡도 가속 올해 CES2022 발표 기업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협업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M&A는 물론이고 MOU와 같은 방법으로 필요한 기술만 있다면 크고 작음과 관계없이 힘을 합치겠다고 주요 경영자들은 말했다. 현대차는 미디어 컨퍼런스에 마이크로소프트 울리히 오만 부사장을 세웠다. 아직 협력 약속도 하지 않은 관계지만, 울리히 부사장은 메타모빌리티가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을 통해 이룰 수 있다며 자사의 솔루션 아주르가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대차도 MS와 협력을 논의중이라고 밝혔다. 정 회장은 삼성전자 부스에서 한종희 부회장도 만났다. 문재인 대통령도 협업을 제안할 만큼 양사는 주력 사업에서 힘을 합해 큰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SK텔레콤 유영상 사장(왼쪽)이 5일(현지시각) 'CES 2022' 삼성전자 노태문 사장(오른쪽)과 함께 삼성전자 전시관을 관람하고 있는 모습. /SKT 삼성전자 노태문 사장과 SK텔레콤 유영상 사장은 각각 하드웨어와 통신을 주력 사업으로 하는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번 CES2022에서도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융합 서비스를 향한 의지를 다졌다. 5일(현지시간)부터 7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2에서 퀄컴이 스냅드래곤을 활용한 자율주행 플랫폼을 소개하고 있다. /김재웅 기자 국내 기업끼리만은 아니다. SK 박정호 부회장과 SK하이닉스 이석희 사장 등은 퀄컴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를 만났다. 최근 SK가 메모리뿐 아니라 AI반도체 기업인 사피온을 새로 설립하고 'SK ICT' 연합을 결성하는 등 역량을 강화하는 상황, 치열한 경쟁 속에서 협업을 통한 역량 강화를 노리는 것으로 풀이됐다. 해외 기업끼리도 많은 연합을 확인했다. GM이 자율주행 '울트라 크루즈'에 퀄컴칩을 쓰기로 했고, 스텔란티스는 아마존과 SW 개발을 선언했다. 볼보는 루미나와 자율주행 기술 '라이드 파일럿'을 첫선 보였다. /김재웅기자 juk@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