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지, LPGA 신인상·최저타수상 수상…유소연 준우승
유소연, 찰리 헐에 아쉽게 우승 내줘
쭈타누깐, 올해의 선수·상금왕·보너스 상금 100만 달러 차지
전인지(22, 하이트진로)가 리디아 고(뉴질랜드)를 극적으로 따돌리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16 시즌 최저타수상(베어트로피)을 받았다.
전인지는 2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클럽(파72, 6540야드)에서 열린 CME그룹 투어 4라운드에서 2타를 줄여 합계 13언더파 275타를 적어냈다.
시즌 최종전을 7위로 끝낸 전인지는 올 시즌 18홀 평균 69.583타를 기록하며 베어트로피의 주인공이 됐다.
리디아 고는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 공동 10위로 마치면서 평균 타수 69.596타를 기록, 0.013타의 간발의 차로 최저타수상을 전인지에게 양보했다.
경기는 치열한 양상을 보였다. 이번 대회 전까지 전인지는 69.611타로 리디아고(69.632타)에 뒤진 2위였다.
3라운드까지 전인지와 같은 타수를 기록 중이던 리디아 고는 4라운드 전반 보기 1개, 더블보기 1개를 적어내며 흔들렸지만, 10번홀에서 3개홀을 연속 잡고 16번홀(파3)에서도 버디를 추가, 최저타수상을 예약하는 듯 보였다.
그 사이 전인지는 14번홀까지 버디 2개, 더블보기 1개, 보기 1개로 1타를 잃고 있었다.
그러나 17번홀(파5)에서 반전이 일어났다. 1∼3라운드 내내 이 홀에서 버디를 잡았던 리디아 고가 4라운드에서는 갑작스러운 샷 난조로 보기를 적어낸 것이다. 전인지는 이 홀에서 버디를 잡아 최저타수상 가능성을 높였다.
18번홀(파4)에서 전인지는 두 번째 샷을 홀 3m 붙였고, 리디아 고는 파를 적어내고 먼저 홀아웃했다. 전인지가 버디 퍼트를 침착하게 성공하는 순간, 올 시즌 평균 타수 1,2위 순위는 뒤바뀌었다. 결국 지난해 올해의 선수, 상금왕을 차지한 세계 랭킹 1위 리디아 고는 빈손으로 시즌을 마치게 됐다.
전인지는 이번 경기를 통해 올 시즌 신인왕에 이어 최저타수상까지 받아 2관왕에 올랐다. LPGA에서 신인왕이 2관왕에 오른 것은 지난 1978년 낸시 로페즈(미국) 이후 38년만이다. 로페즈는 데뷔해인 1978년 9승을 올리며 신인상, 올해의 선수, 최저타수상을 휩쓸었다.
또 한국 선수로는 역대 6번째로 베어트로피상 수상자가 됐다. 지금까지 이 상은 2003년 박세리, 2004년 박지은, 2010년 최나연, 2012년과 2015년 박인비가 수상한 바 있다. 베어 트로피는 향후 명예의 전당 입성 조건 중 하나이기 때문에 비중이 상당히 크다.
전인지는 LPGA.com과의 공식 인터뷰에서 "마지막 퍼트가 베어트로피를 결정하는지 몰랐다. 정말 대단한 퍼트였다"고 밝혔다.
또 "리디아 고는 정말 훌륭한 선수다. 그와 함께 경기를 할 수 있어 즐거웠고, 그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라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올 시즌 LPGA 투어에 입성한 전인지는 올해 19개 대회에 출전해 지난 9월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기록했던 21언더파는 LPGA투어 역사상 최저타 기록이기도 하다. '톱10'은 10번을 기록했다.
전인지는 "새로운 코스들을 접했고 수많은 나라를 여행했다. 영어도 익히려 노력했다. 모든 게 힘들었지만 이 역시도 최대한 즐기려 노력했다. 다행히 모두가 나를 환영해줬고 덕분에 편안하게 경기를 펼칠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유소연은 버디 7개와 보기 2개로 5언더파 67타,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를 기록하며 19언더파 269타를 친 잉글랜드의 찰리 헐에게 아쉽게 우승을 내줬다.
이날 유소연은 16번홀까지 공동 선두를 달리다 17번홀(파5)에서 보기를 적어낸 뒤 만회하지 못했다. 앞선 3라운드에서 연속 공동 2위를 기록했지만 막판 보기로 역전에는 실패했다.
유소연은 지난 2014년 8월 '캐네디언 퍼시픽 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해 3승째를 기록한 뒤 2년 만에 통산 4승 달성에 도전했으나 준우승에 머무르게 됐다. 시즌 톱10 기록은 11번째다.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은 14언더파 274타로 공동 4위에 올라 올해의 선수상과 상금왕을 확정의 주인공이 됐다. 이와 함께 시즌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한 '레이스 투 CME글로브' 포인트에서도 1위에 올라 보너스 상금 100만 달러를 받았다.
한편 이날 발표된 롤렉스 여자 골프 순위에서 전인지는 7.77점을 기록하며 세계 랭킹 3위 자리를 지켰다. 유소연은 6.28점을 획득, 10위로 시즌을 마쳤다. 리디아 고가 1위, 에리야 쭈타누깐이 그 뒤를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