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훈 9단(60)이 일본판 '알파고'로 불리는 인공지능(AI) '딥 젠 고(Deep Zen Go)'와의 첫 대결에서 대국 시작 3시간 반만에 승리했다.
20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조 9단은 전날 일본 도쿄 시내의 한 호텔에서 열린 바둑 소프트웨어 '딥 젠 고'(Deep Zen Go)와의 대국에서 223수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흑을 잡은 조 9단은 초반 열세를 딛고, 종반 역전에 성공했다. '딥 젠 고'의 실수를 조 9단이 냉정하게 파고들었기 때문. NHK는 초반 조 9단의 입에서 간혹 불평 섞인 말이 튀어나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딥 젠 고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도쿄대학의 연구자 등이 세계 최고 수준의 바둑 AI를 목표로 개발한 프로그램이다. 이세돌과 승부를 겨뤘던 구글의 알파고처럼 스스로 학습하는 '딥 러닝(Deep Learning)' 기술을 채용했다.
딥 젠 고는 핸디캡 없이 프로 기사와 동등한 조건에서 대국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해, 일본 역대 최다 타이틀(74개)을 획득한 조 9단과 대국을 하게 됐다. 일본에서 핸디캡 없이 AI와 프로 바둑기사가 대국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9단은 대국 후 "엄청나게 재미있었다. AI는 앞을 읽는 힘이 인간 이상으로 우수하다고 느꼈다"며 "다음 대국에서는 좀 더 충동적으로 임해야 할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국 바둑계에서도 전설로 불리는 조 9단은 1968년 일본기원 사상 최연소인 11세 9개월에 입단했으며, 주로 일본에서 활동을 벌여왔다. 조 9단과 딥 젠 고의 대국은 20일과 23일에도 각각 한 차례씩 더 열린다.
한편 지난 3월 '세기의 대결'로 불린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에서는 이세돌 9단이 1승 4패로 알파고에 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