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축제'로 탈바꿈, 삼성전자 주총…GOS 논란 사과에 '신뢰' 확인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DX부문장)이 16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3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손진영 기자 son@ 삼성전자가 주주들을 만나 회포를 풀었다. 사업 성과와 계획을 나누고, GOS 논란에 대해서는 주주들에 고개 숙여 사과하기도 했다. 주주들도 최근 여러 논란과 주가 하락에 불안과 비판을 숨기지 않으면서도, 인증샷을 찍고 힘찬 박수를 전하는 등 삼성전자 미래를 응원하며 '축제'를 즐겼다. 삼성전자는 16일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제53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주총회는 ▲재무제표 승인 ▲사내·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등 안건을 승인하는 자리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철저한 방역 조치와 함께 온라인 중계를 병행한 가운데, 적지 않은 인파가 몰려 주총을 시작한 이후에도 한동안 입장 행렬이 끊이지 않았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DX부문장)이 16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3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손진영 기자 son@ ◆ GOS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 주총이 열리기 전 수원컨센션센터 앞에는 다소 어두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을 뿐 아니라, 갤럭시S22가 성능을 제한하는 'GOS' 적용 논란으로 체면을 구겼기 때문이다. 일부 주주들은 소규모 집회를 열고 삼성전자를 성토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응답했다. 한종희 부회장은 인삿말과 DX부문 사업 계획을 발표한 직후 단상 앞으로 나와 고객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다며 고개를 숙이고 사과를 표했다. 한 부회장은 당초 스마트폰을 최적화해 일관성있는 사양을 제공하기 위해 GOS를 적용했다며, 다만 처음부터 최고 성능을 요구하는 고객 목소리를 반영해 GOS 실행에 선택권을 주는 방향으로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여러 주주들이 GOS 논란에 대한 해명과 해결 방안을 요구했고, 한 부회장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고 최고 제품과 서비스로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답했다. 삼성전자는 '품질을 훼손하면서까지 원가 절감을 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원칙도 확인하며 의혹을 불식시켰다. 주주들도 화답했다. 이번 주총 안건 중에는 모바일 부문장인 노태문 사장을 사내 이사로 선임하는 내용이 있었는데, 99%를 넘는 높은 찬성표를 받으며 통과됐다. 다른 사내이사 선임 안건과 비교해도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노 사장이 그동안 갤럭시 시리즈를 비롯한 여러 사업을 성공시킨 주역인 만큼, 다시 한 번 신뢰를 보낸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경계현 사장도 DS 부문 주주들의 우려에 적극적으로 해명하며 주총을 이어갔다. 초미세공정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수율 등 문제에 직면해있지만, 이미 확보한 '초격차' 기술력을 바탕으로 메모리 뿐 아니라 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경쟁 우위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16일 오전 경기도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3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참석하고 있다. /손진영 기자 son@ ◆ '국민 기업' 축제 장으로 이번 주총은 GOS 논란 속에서도 안팎에서 즐거운 분위기가 감돌았다. 삼성전자 주주가 500만명을 넘으며 '국민 기업'으로 거듭난 상황, 주총에도 단순 투자자뿐 아니라 가족, 친구 단위로 참가하는 모습이 눈에 띄게 늘었다. 삼성전자도 이를 감안해 주총을 즐거운 자리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다소 경직된 얼굴로 주총에 입장한 주주들도 마음을 놓고 즐겼다. 우선 삼성전자는 행사에 앞서 세계 각국 임직원들이 직접 감사 메시지를 담아 제작한 영상을 방영했다. 주주들도 다시 한 번 삼성전자의 글로벌 기업 위상을 확인하며 주주로서 자부심을 고취하는 분위기였다. 로비에는 '삼성전자 주주총회 포토존'도 만들었다. 사진을 찍어 공유하기를 즐기는 MZ세대 주주들을 겨냥한 것. '삼성전자 주주인증'이나 '삼성전자 올해도 화이팅' 등 문구를 담은 토퍼도 증정했다. 실제로 젊은 주주들이 부모님과 함께 인증샷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온라인 중계에서는 '응원메시지 월'을 실시했다. 주주들이 회사에 바라는 점이나 응원메시지를 작성해 부착하도록 하고, 이 메시지를 전자 표결 시간 60초간 영상과 수원컨벤션센터 디지털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DID)에도 공개하는 방식이다. 여러 주주들이 삼성전자를 향한 신뢰와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메시지가 선택된 주주는 모바일 상품권과 추첨을 통해 경품도 받을 수 있었다. 한 주주는 응원메시지 월을 통해 '주총이 이렇게 재밌나요'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달라진 주총 분위기를 실감케 했다. 16일 경기도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3기 삼성전자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진이 자리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재완 사외이사회 의장, 김선욱, 박병국, 김종훈, 안규리, 김한조 사외이사.손진영 기자 son@ ◆ 주주 친화 정책 가속화 삼성전자는 질적으로도 주주 중심 경영 노력을 이어갔다. 배당금을 지난해 기준 9조8000억원을 지급했으며, 앞으로도 이익을 최대한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주주총회 안내 브로셔'도 처음 배포했다. 이 브로셔는 행사장 안내도와 전자표결 단말기 사용방법, 편의시설 안내와 무료 셔틀 버스 및 주차 안내 등 주총을 찾은 주주들이 필요할만한 정보를 담았다. 처음 방문한 주주도 주총 정보를 쉽고 편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위해서다. 질문 기회도 최대한 많은 주주에 제공했다. 주총을 시작하고 발표가 끝날 때마다 질문과 답변 시간을 갖고 현장 참가자 뿐 아니라 온라인 참가자의 질문 내용도 추려 답변했다. 질문 기회도 남녀노소 다양한 주주에 공평하게 분배하려는 모습이었다. 젊은 주주 질문이 눈에 띄게 늘었다. '박수 통과'도 완전히 사라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전자표결 단말기를 국내 최초로 도입해 안건에 대해 주주 모두의 찬반을 묻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대주주를 중심으로 사전투표와 위임장 의결권 행사를 받아 따로 표결을 거칠 필요가 없지만, 젊은 주주들을 중심으로 정당성에 대한 우려와 거부감이 있다는 판단에 전자표결 단말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이 만연한 상황, 수원컨벤션센터를 대관해 많은 주주들이 여유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했을 뿐 아니라 지난 10일부터 매일 현장을 소독하고 행사 당일에도 체온검사와 방역을 실시하며 위생에 만전을 기했다.또 건강확인소를 마련해 의심 환자를 진료하고 발열 의심 주주도 외부 중계소를 통해 행사에 참석할 수 있도록 도왔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날 경계현 사장과 노태문 사장을 사내이사로 선임했으며, 김한조 사외이사를 두번째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2018년 처음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한 이후 박재완 의장에 이은 두번째 사외이사 의장이다. 이를 통해 독립성과 투명성도 더욱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재웅기자 juk@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