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 증권업계, 인력 구조조정 태풍에 소송까지 '이중고'
1년새 4100명 대량 감원 …15개사 행정소송 패소 이미지 타격 우려 수익 악화로 고전하는 증권업계가 구조조정과 각종 분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력 감축 및 지점 통폐합은 물론 잇따른 행정소송 패소로 이미지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0일 재벌닷컴이 매출 상위 28개 증권사를 대상으로 영업점과 직원 변동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 6월말 기준 직원 수는 3만3091명으로 1년새 4134명(11.1%) 줄어 들었다. 국내외 영업점(지점·출장소·사무소)은 1344개로 1년 전보다 229개(14.6%) 감소했다. 증권사별로는 삼성증권과 우리투자증권이 1년 새 영업점을 30개 이상 축소했다. 삼성증권의 국내외 영업점은 지난해 109개에서 올해 76개로 33개나 감소했고, 우리투자증권은 지난해 115개에 달한 영업점을 올해 85개로 30개 줄였다. 동양증권의 영업점도 118개에서 90개로 28개 줄어들었고 현대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17개씩, 메리츠증권은 15개, 하나대투증권과 HMC투자증권은 11개씩 감소했다. 이어 동부증권이 9개, 대신증권 8개, 한국투자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은 6개씩, NH농협증권은 5개, 신영증권과 신한투자금융, 부국증권, 대우증권은 각각 4개씩 영업점을 줄였다. 영업점 축소 등으로 조사 대상 28개 증권사 중 23개사의 직원 수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삼성증권의 직원 수는 지난해 3194명에서 올해 2263명으로 931명 감소했고 동양증권 직원 수는 903명 줄어든 1665명으로 3분의 1의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또 한화투자증권 514명, 대신증권 503명, 우리투자증권 344명, KTB투자증권 223명, SK증권 119명, 하나대투증권 118명, NH농협증권 110명 등의 인원을 감축했다. 반면 메리츠종금증권은 영업점 감소에도 직원 수를 924명으로 지난해보다 71명 늘렸고 이트레이드증권 22명, 하이투자증권 20명, KB투자증권 12명, 대우증권 2명등 이들 증권사는 직원수가 오히려 증가했다. 금융업계는 그동안 안정적이거나 고액의 연봉을 받는 이른바 '화이트칼라'(사무직 노동자)들의 대량 감원 사태가 올해 말 도미노처럼 확산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각종 분쟁과 소송까지 겹쳐 난관에 봉착했다. 실제로 시장이 침체를 거듭하면서 고객이 증권사에 손해배상 소송을 걸거나 증권사간 손실 책임을 묻는 사례가 늘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6월 현재 소송이 가장 많이 걸린 증권사는 불완전판매로 한바탕 홍역을 앓은 동양증권(72건)이다. 증권사간 진흙탕 싸움도 볼썽 사나울 지경이다. HMC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은 지난 6월 중국기업으로 국내 상장했다가 상장폐지된 고섬의 투자 손실을 물어달라며 KDB대우증권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서울남부지법에 냈다. 현대증권은 지난 3월 불법 신탁운용 관련, 신한금융투자에 손배 소송을 청구했다. 또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에 반발, 행정소송을 건 증권사 15곳이 재판에서 잇달아 패소했다. 지난달 21일 판결이 난 우리투자증권을 포함, 한국투자증권·대우증권·삼성증권·현대증권·신한금융투자·농협증권 등 13곳은 국민주택채권 등 소액채권 수수료를 담합해 부당매출을 올린 혐의로 공정위에서 과징금 192만원을 부과받은 결정에 항소했으나 줄줄이 원고 패소 판결을 받았다. 이 가운데 일부 증권사는 대법원 상고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그러나 공정위 입장 역시 워낙 강경해 패소 판결을 뒤집을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공정위가 이 중 6개 증권사를 별도로 검찰에 고발함에 따라 벌금형이 확정되면 향후 증권사들의 신규사업 진출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점도 큰 우려 요인이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증권사들이 과징금을 부과받거나 고객들의 소송이 걸릴 경우 회사 브랜드 이미지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높아 이처럼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