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스마트폰 결산] 사면초가 삼성전자, 폴더블폰 대중화로 '초격차' 재시동
갤럭시 S21 언팩 모습 /삼성전자 한류가 모든 분야에서 전세계를 강타한 2021년, K-스마트폰 만큼은 '냉혹한 현실'을 확인하는 한해를 보냈다. LG전자는 결국 사업을 철수했고, 삼성전자는 화웨이가 떠난 후에도 공세를 강화하는 중국 브랜드에 맞서 힘겹게 1위를 지켜냈다. 그렇다고 한국산 스마트폰이 내리막길로 돌아선 것은 아니다. LG전자는 철수 직전 롤러블폰을 선보이며 한발짝 앞선 폼팩터 기술을 확인시켰고, 삼성전자는 폴더블폰 대중화를 성공시키며 스마트폰 시장에 새로운 시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LG전자는 LG롤러블을 공개하고는 실제 출시하지 못하고 스마트폰 사업 철수를 단행했다. /LG전자 ◆ 사면초가 갤럭시 삼성전자는 올 초 갤럭시S21을 1월에 조기 출시하는 전략으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지난해에는 글로벌 점유율이 20% 아래로 떨어졌지만, 1분기에는 21.8%로 뛰어오르면서 세계 1위 타이틀을 다시 지켜낼 수 있었다. 다만 스마트폰 시장 우위를 지켜냈다는 평가는 아니다. 한 때 삼성전자를 위협하던 중국 화웨이가 미국 무역 제재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지만, 다른 중국 브랜드들이 '가성비' 전략을 앞세우고 성능 개선까지 이뤄내면서 화웨이 빈 자리를 빠르게 대신하게 됐다. LG전자도 스마트폰 시장 철수를 선언했다. 올 초 CES2021에서 롤러블폰을 소개하며 재기 발판을 마련하는 듯 했지만, 벨벳을 마지막으로 사업을 접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국내 유일한 스마트폰 브랜드가 된 것. 삼성 갤럭시 어썸 언팩 행사에서 무선 마케팅팀 이세진 프로가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중저가 모델을 강화하며 위기 극복에 나섰다. 처음으로 A 시리즈를 대상으로 '어썸 언팩'을 열고 A52와 A72를 공개했다. 저렴한 가격에도 플래그십에 준하는 성능으로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 그러나 이마저도 녹록지 않았다. 베트남 등 주요 생산 공장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가동을 멈춘데다가, 비메모리 반도체 부족으로 공급에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다. 중국 샤오미는 이 틈새를 놓치지 않았다.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큰폭으로 성장하며 삼성전자를 바짝 뒤따르거나 인도에서는 잠시 1위를 뺏기도 했다. 비보와 오포 등 브랜드 역시 샤오미와 함께 성장하며 중국 브랜드 점유율은 절반 이상을 확고히 했다. 애플도 플래그십 시장 주도권을 확고히했다. 올해 처음 출시한 5G 스마트폰인 아이폰 13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면서 5G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을 1분기 34%로 끌어올렸다. 매출액 기준으로는 무려 53%에 달했다. 삼성전자가 '샌드위치' 신세가 된 셈이다. 아이폰 13 프로 /애플 ◆ 폴더블로 돌파 그렇다고 삼성전자는 포기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하반기 언팩 행사에서 과감하게 노트 시리즈 대신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를 공개했다. 사실상 플래그십이던 노트 시리즈를 폴더블폰으로 대체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이같은 전략은 적중했다. 갤럭시 Z 폴드3와 플립3는 국내 출시 39일만에 100만대 판매를 돌파했다. 갤럭시 노트10과 갤럭시S8에 이은 3번째 기록으로, 폴더블폰이 바형 스마트폰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는 얘기다. 삼성전자 갤럭시 Z폴드3. /뉴시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미국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갤럭시 Z폴드3와 갤럭시 Z 플립 3 출시 후 폴더블폰 판매 비중이 지난해 1% 수준에서 12%로 급증했다. 폴더블폰 대중화가 본격화된 것. 비메모리 반도체 부족으로 공급 부족 현상까지 있었지만, 미국뿐 아니라 유럽이나 중국 시장에서까지 적지 않은 관심을 받았다. 이에 따라 폴더블폰 시장 규모는 올해 890만대로 지난해(290만대)보다 3배 이상 성장했다. 삼성전자가 점유율 85%로, 중국을 제외하면 사실상 유일한 폴더블폰 메이커로 시장을 리드했다. 내년에는 1690만대로 또다시 2배 가량 확대될 전망, 삼성전자도 출하량 목표를 1000만대 안팎으로 설정한 상태다. 중국 브랜드도 추격에 나서긴 했다. 오포가 갤럭시Z폴드3와 같은 파인드 N를 공개했고, 아너도 '매직V'라는 폴더블폰을 새로 내놓을 예정이다. 화웨이도 갤럭시Z플립3와 같은 클림쉘형 폴더블폰인 P50 포켓을 출시하면서 재기에 나섰다. 갤럭시Z플립3 비스포크 /삼성전자 이들 제품은 지난 화웨이 메이트X 등과는 달리 충분히 경쟁력을 높여 주목받았다. 파인드N이 새로운 힌지로 구겨짐을 최소화했다고 주장했으며, 가격도 갤럭시Z폴드3보다 저렴하게 책정됐다. 화웨이 P50 포켓은 갤럭시Z플립3보다 비싸고 하모니OS를 썼지만, 황금색 컬러에 훨씬 큰 외부 카메라와 디스플레이 등으로 중국 현지 소비자들 사이에서 관심이 높다. 다만 이들 제품이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경쟁력을 넘어서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삼성전자가 오랜 기간 쌓아온 노하우가 적지 않은데다가, 최근 '팀삼성' 기조를 통해 연결성을 대폭 강화하고 비스포크까지 적용하는 등 '초격차'에 나섰기 때문. 최근에는 보란듯이 두번 접는 스마트폰 특허를 내면서 앞선 기술력을 뽐내기도 했다. 중국 브랜드가 폴더블폰을 만들기 위해서는 결국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한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사용해야하는 만큼, 삼성전자가 주도권을 뺏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오포 파인드 N /오포 애플 폴더블폰 출시는 폴더블 대중화의 마지막 열쇠다. 여전히 폴더블폰 비중이 전체 스마트폰의 1% 남짓, 애플이 폴더블폰을 출시하면 시장 규모는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폴더블폰 시장을 선점한 삼성전자는 점유율을 뺏길 수는 있지만 플래그십 스마트폰 시장 리더십을 공고히 할 수 있음은 물론, 판매량도 다시 반등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애플 폴더블폰 출시 시기를 2023년에서 2024년으로 보고 있다. /김재웅기자 juk@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