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 전세계서 '공장 유치' 애정 공세…그래도 어려운 이유
인텔이 세울 예정인 독일 팹 조감도 /인텔 전세계가 반도체 공장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도체가 미래 핵심 산업으로 자리잡으면서 높은 경제적 효과를 누릴 수 있을 뿐 아니라, IT와 자동차 등 관련 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됐기 때문이다. 다만 반도체 공장이 들어서기 위해서는 까다로운 조건이 필요한 만큼, 실제 투자가 이뤄지는 곳은 제한적일 전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최근 삼성전자에 반도체 제조 시설을 지어달라고 요청했다. 인도는 이미 최근 몇년간 간접적으로 반도체 업계에 러브콜을 보내왔다. 이번 요청은 지난해 말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을 발표한 이후 구체적으로 구애 작전을 시작한 것. 아울러 인도는 이스라엘 타워 반도체와 대만 폭스콘, 싱가포르 컨소시엄 등에도 반도체 공장을 제안한 상태다. 인도뿐만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일찌감치 유럽과 베트남 등에서도 반도체 제조 공장을 지어달라는 요청을 받은 바 있다. 인텔이 최근 유럽에 110조원 투자를 결정한 가운데, 글로벌파운드리도 유럽 생산 기지를 세울 예정이다. TSMC도 구애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정./삼성전자 국내에서도 반도체 공장 유치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여러 지자체들이 주목하는 가운데, 김진태 강원도지사 예비후보가 원주에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냈다. 국내외 반도체 공장을 원하는 정부들은 저마다 전폭적인 지원을 제시하고 있다. 인도는 투자금 뿐 아니라 인프라 구축, 인센티브 등을 협의해 최대한 제공하겠다는 의지, 베트남도 삼성전자에 아낌없는 지원을 약속했었다. 김진태 예비 후보도 선제적으로 인프라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실제 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계가 쉽게 생산 기지를 세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반도체 팹을 세우기 위해서는 다양하고 복잡한 조건이 골고루 충족돼야 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전기 공급이다. 반도체 공장은 일시적인 정전으로도 자칫 몇달간 정상 가동이 어려워지는 만큼,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필수로 한다. 전력 공급이 안정적이지 않은 인도나 베트남이 반도체 공장 입지로는 적합하지 않은 이유다. ESG 경영이 중요해지면서 주로 화석연료 발전에 의지하는 지역에 공장을 세웠다가는 자칫 더 큰 혹을 붙일 우려도 있다. 당장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미국 텍사스 전력 공급 문제로 현지 팹 가동을 한동안 멈췄던 상황, 새로운 팹 투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현지 정부와 안정적인 전력 공급 문제를 논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안정적인 공업 용수도 필수적이다. 반도체 공정에서 열을 식히거나 웨이퍼를 세정하는 등 많은 물이 필요하다. 최근 대만 TSMC가 현지 가뭄으로 가동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었다. 특히 최근에는 우수 인력 확보가 반도체 공장 입지에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공정이 대부분 자동화되면서 현장 인력 필요성은 크게 줄어든 가운데, 미세 공정을 이해하고 다양한 소재를 제대로 다룰 줄 아는 석박사급 인력 필요성이 높아지면서다. 반도체 업계가 국내에서도 새로운 공장을 서울 가까이로 옮겨오려는 가장 큰 이유다. 일각에서는 현지에 고등 교육 기관을 새로 유치하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지 산업 기반도 고려할만한 요소다. 반도체 공장이 소재와 장비 등 다양한 협력사를 필요로 하는 데다가, 완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물류망도 충분히 갖춰져야 한다. 정치적이나 사회적으로 불안해도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공장을 세우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갑자기 공장을 닫게 하거나 물류를 멈추고 지원을 멈추는 것, 혹은 소요 사태 우려도 없어야 한다는 것. 한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은 돈만 있다고 세울수 있는 게 아니다. 물리적인 것만 아니라 사회 안정성까지 다양한 요소를 총체적으로 고려해야 투자 손실을 피할 수 있다"며 "지금 수요가 많다고 투자를 강행했다가 공급 과잉을 유발하면 생존까지도 불투명해지는 만큼, 새로운 팹을 건설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재웅기자 juk@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