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시행 車보험료…경미한 사고라도 자주 내면 불리해져(종합)
2018년도부터 시행되는 자동차보험료 할인·할증제도는 대형사고를 낸 운전자에게 비교적 유리하고 크고 작은 사고를 빈발하게 낸 운전자에게는 불리한 구조다. 금융소비자단체들은 보험료 편법 인상이 아니냐며 반박했으나 당국에서는 형평성 문제라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은 자동차보험료의 할증 기준을 현재의 사고 '크기'가 아닌 '건수'로 변경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선안을 확정해 2018년부터 시행한다고 20일 밝혔다. 보험료를 할인하는 무사고 기간을 현행 3년간에서 1년간으로 단축해 무사고자의 보험 부담을 줄여준다. 그러나 개선안을 뜯어보면 사망, 1~7급 상해 등 할증점수가 큰 대형사고를 낸 운전자가 경상사고나 물적사고 등 할증점수가 작은 사고를 낸 운전자보다 유리한 구조다. 금감원 측은 "대형사고 운전자는 실제 위험보다 과다하게 할증되고 경미사고는 그렇지 않아 대형사고를 낸 운전자는 자신이 낸 보험료보다 적은 금액의 보험금을 지급받는 반면, 경미사고 운전자는 낸 보험료보다 많은 보험금을 받는 문제가 나타났기 때문"이라며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 측면에서 손해율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경미하더라도 사고 자주 내면 '보험료 폭탄' 현행 제도에서는 대인 사망사고 1건 등 대형사고를 낸 운전자의 경우, 4~5개 등급의 보험료가 한꺼번에 오른 뒤 3년간 지속된다. 개정안에서는 첫해 2등급의 보험료가 할증되고 이후 사고가 없으면 다음 해부터 1등급만큼씩 보험료가 내려가게 된다. 동일한 사고에 대해 제도 변경 전에 운전자가 내는 보험료가 3년간 매해 81만6000원(4등급 할증)씩 244만8000원이었다면 개정 후에는 72만8000원(2등급 할증), 68만4000원(1등급 할증), 64만원으로 점차 줄어들어 총 39만6000원을 덜 내게 된다. 그러나 규모가 작더라도 사고를 자주 내면 더 불리해진다. 개정안에 따르면 경미한 사고를 자주 낸 운전자는 처음에는 1~2등급을 할증한 뒤, 또 사고를 내면 3등급만큼의 보험료를 인상한다. 150만원 물적사고 1건을 낸 경우를 예로 들면, 2018년 64만원의 보험료를 내는 운전자라면 현행 제도에서는 등급 변화 없이 그대로 2021년까지 매년 같은 보험료가 유지된다. 반면 개정안 시행 후에는 2019년 72만8000원으로 2등급 할증된 뒤 2020년 68만4000원(1등급 할증), 2021년 64만원이 적용된다. 13만2000원의 보험료를 더 내게 되는 것이다. 50만원 미만의 물적사고 1건의 경우 개정 후에도 변화가 없다. 40만원짜리와 300만원어치 물적사고 2건을 낸 운전자라면 할증 차이가 확연해진다. 현행 제도에서는 1등급만큼 보험료가 올라 매년 68만4000원씩 3년간 총 205만2000원을 내야하는 반면, 개정안에서는 첫해 4등급이 할증돼 81만6000원을 내고 이듬해 77만2000원(3등급 할증), 그 이듬해 72만8000원(2등급 할증)으로 경감돼 총 231만6000원의 보험료를 내야 한다. 3년간 보험료 부담이 26만4000원 늘어나는 것이다. 현행 자동차보험료 등급 체계는 26등급으로 구성되며 최초 보험 가입하면 11등급으로 설정된다. 할증될수록 등급이 낮아지고 할인받을수록 등급이 높아진다. 1등급당 약 6.8%씩 보험료가 오른다. 현행 제도에서는 건당 사고 크기에 따라 0.5점 할증유예 또는 1~4점이 부과되고, 1점당 1등급이 오르며 할증 상한은 없다. 변경된 방안에 따르면 앞으로는 1회 사고는 2등급, 2회 사고부터 3등급을 할증해 연간 최대 9등급을 할증한다. ◆금융소비자단체, 건수제 도입 "보험료 편법 인상" 반발 금융소비자 단체들은 건수제 도입이 보험료 편법 인상이 아니냐고 반발하고 있다. 결국 보험가입자가 웬만한 경미한 사고는 자비로 처리할 우려가 커졌다는 것이다. 손해보험업계는 그동안 경상사고와 가벼운 물적사고에 대해 상대적으로 가볍게 적용되는 할증점수가 보험사의 손해율을 악화시킨다는 건의를 금융당국에 줄곧 해왔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측은 건수제가 유럽과 일본 등 전 세계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보험료 산정방식이라고 강조했다. 현행 사고 크기 기준의 보험료 할증기준은 우리나라에서만 유일하게 지난 1989년 도입해 25년간 시행해왔다. 당국은 보험개발원의 분석결과를 봐도 건수 기준이 장래 사고위험을 더 정확하게 반영했다고 전했다. 또 1회 50만원 이하의 소액 물적사고는 개정 후에도 보험료 차이가 없으므로 문제 없다는 반응이다. 원일연 금감원 보험감독국 팀장은 "1회 사고 중 50만원 이하의 소액 물적사고는 첫해에만 1등급 할증되도록 했는데 이는 사고위험에 따른 할증 수준을 적절하게 정하기 위함이다"라며 "이같은 소액 물적사고가 전체 자동차사고의 31.7%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점을 고려하면 자비처리 우려가 현재보다 더 커지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