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너도나도 '애국 마케팅'…반사이익 효과는 '글쎄'
'일본 불매 운동'이 연일 확산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일본산 제품의 판매를 중단하거나, 할인 행사에서 배제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가운데 '애국 마케팅'도 심화되는 분위기다. 소비자들이 일본 제품을 대체할 국산품으로 눈을 돌리면서 반사이익 효과가 기대되고 있어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애국 마케팅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직접적인 매출 효과가 크지 않고, 소비자들의 피로도만 높인다는 지적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불매 운동의 취지마저 흐려질 거란 우려도 나온다. ◆日 없애고 토종 내세우고… 일본 불매 운동 이후, 가장 타격을 입은 품목은 주류다. 주요 대형마트와 일부 편의점들이 수입 맥주 할인행사에서 일본 맥주를 제외하거나, 신규 발주를 중단하고 나서면서 매출 타격도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이미 일본 아사히 맥주는 중국의 칭따오 맥주에 1위 자리를 내줬다. 29일 한국주류수입협회가 2018년 7월~2019년 6월, 1년 간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수입 맥주 가운데 1위는 칭따오로 이 기간동안 48만7501헥타리터(1 헥타리터=100ℓ)를 팔았다. 칭따오는 전년 동기만 해도 아사히에 이은 2위였지만, 지난 1년간 아사히의 판매량은 0.8% 감소한 반면, 칭따오의 판매량은 13.9% 증가하면서 1, 2위가 역전됐다. 업계는 아사히를 비롯한 일본 맥주의 매출 타격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일본 제품을 거부하고, 점주들이 단체 행동에 나선 데 이어 수입맥주의 주 판매처였던 마트와 편의점들도 본사 차원에서 움직임에 나섰다"면서 "일본 맥주 매출 타격은 한동안 더 급격하게 내리막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들은 제품에 한글로 표기한 일본어를 스티커로 가리거나, 홍보물에서 일본 브랜드 제품을 베재하고 있다. 반면, 국산 마케팅은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노노(NONO) 재팬' 등 국산 대체재를 찾아주는 사이트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업들도 '애국 마케팅'에 편승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다양한 업계에서 보인다. 최근 교보문고는 국산 필기구에 태극기, 무궁화 등의 이미지를 표시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또, 편의점 이마트24는 영화 '봉오동전투'와 협업해 최근 광복절 식품 3종을 선보였다. 또한, BYC 등 기업은 토종 브랜드임을 적극 강조하고 있다. 일본 브랜드로 오인 받은 일부 기업들은 발빠르게 선긋기에 나섰다. ◆지나친 애국 마케팅…득일까 실일까 일본 브랜드인 유니클로는 이번 불매 운동 이후 가장 직격탄을 맞았다. 이와 동시에 국내 토종 SPA 브랜드인 탑텐, 스파오 등은 상대적으로 주목 받는 모양새다. 탑텐의 경우, 지난 2월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출시한 '리멤버 프로젝트'의 2탄을 최근 출시했다. 이 시리즈는 첫 출시 때보다 2배 빠른 판매 속도를 보이고 있다. 스파오 역시 최근 만화 '로보트 태권브이'와 협업 상품을 출시하면서 토종 콘텐츠로 자존심을 지켜온 국가 브랜드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매출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산 대체재들이 주목 받고 있지만 여론과 달리 매출로 직결되진 않고 있다"면서 "불매 운동이 장기화되는 조짐인 만큼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불매 운동이 강화되면서 소비자들의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고, 강한 피로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강성 애국 마케팅이 불매 운동의 취지를 흐리게 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일본 여행을 취소하면 보상을 해주는 형태의 애국 마케팅이 보인다. 이 경우, 불매 운동의 순수한 의도가 폄훼될 수 있다. 순수한 의도가 계속 가기 위해선 불매 운동이 마케팅적으로 변질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한, 불매 운동이 소비자 자유권을 침해해선 안 된다. 불매 운동은 규범적 소비를 강요하는 것으로, 타인으로 인해 과도한 강제나 두려움을 느끼게 된다는 건 자유 시장 경제 논리에 맞지 않다"면서 "불매 운동이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이뤄질 경우, 경제 타격마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