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좋게 지주사 분리하는 효성, 형제간 책임 경영 시너지 기대감
효성그룹이 사업을 이원화하며 미래 경쟁력을 더욱 공고히 한다.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이 사이좋게 계열을 나눠가지며 새로운 경영 승계 사례를 남길 가능성도 점쳐진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효성은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효성신설지주(가칭)을 설립하고 계열사를 인적 분할하는 계획을 결의했다. 신설지주에 효성첨단소재와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을 비롯해 계열사들을 배치하는 내용이다. 효성홀딩스 USA와 베트남 비나물류법인, 광주일보와 효성 토요타와 더클래스효성 등 모빌리티 플랫폼도 함께다. 효성그룹은 효성중공업과 효성티앤씨 및 효성티앤에스, 효성화학과 효성ITX와 함께 FMK와 기타 계열사를 이어서 거느리게 된다. 효성은 오는 6월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회사 분할 승인 절차를 거쳐 7월 1일자로 2개 지주사 체제로 새로운 체제를 시작할 예정이다. 분할 비율은 장부가액을 기준으로 ㈜효성이 0.82, 효성신설지주가 0.18로 결정했다. 신설지주회사는 조현상 부회장이 대표를 맡아 안성훈 효성중공업 부사장과 신덕수 ㈜효성 전무가 이사회를 꾸릴 예정이다. 사외이사로 권오규 전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오병희 전 서울대병원장, 이상엽 카이스트 부총장과 김진수 ㈜툴젠 고문을 내정했다. 효성은 ㈜효성이 전통적인 사업인 중공업과 섬유를 이어가는 가운데, 신설지주가 미래 소재 및 물류 및 데이터 솔루션 사업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신설지주가 첨단소재와 데이터 솔루션, 글로벌 SCM을 중심으로 신사업과 M&A를 모색하며 성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효성은 이번 분할이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환경에서 책임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고 전문화해 경영을 효율화하겠다는 것. 증권가에서는 효성첨단소재가 부채 비율이 높은 효성화학과 완전히 분리되면서 재무구조를 안정화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내놓고 있다. 특히 재계에서는 효성이 지주사 분할을 통해 형제간 계열 분리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고 있다. ㈜효성이 조현준 회장 21.94%, 조현상 부회장이 21.42%로 비슷한 지분 구조, 조현상 부회장에 따로 지주사를 마련하면 '형제의 난'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어서다. 분리된 계열사는 이미 조현준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이 경영 능력을 증명한 곳이기도 하다. 조현준 회장은 2017년 회장에 취임해 효성티앤씨 '1조클럽'에 가입시키는 등 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왔으며, 조현상 부회장은 효성첨단소재 이사를 겸임하며 타이어코드를 중심으로 첨단소재 부문에서 경쟁력을 높이는데 성공했다. 조현상 부회장은 효성첨단소재 지분도 12.21%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효성이 성공적으로 계열을 분리하면 재계에서 또다른 안정적인 승계 사례를 남길 수 있을 전망이다. 차남인 조현문 씨가 일찌감치 관계를 끊은 상황, 사촌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오랜 기간 형제의난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효성은 조현준 회장이 평화적으로 3세 경영을 시작하고 상속 지분 정리도 잡음 없이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계열분리를 위해서는 지분 구조가 다소 복잡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장 부친인 조석래 명예회장이 효성 지주사 지분을 10.14%나 보유하고 있음은 물론 효성중공업(10.55%)과 효성화학(6.30%), 효성첨단소재(10.32%)등 계열사에서도 대주주로 남아있다. 비상장사를 제외하고 시가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효성 계열사인 효성중공업(약 2000억원)과 효성화학(약 150억원) 지분이 약 2150억원, 신설지주인 효성첨단소재 지분이 약 1500억원으로 차이가 있다. ㈜효성 지분도 약 1500억원, 분할 비율로 계산하면 조현준 회장에 2배 가량 많은 지분을 상속해야 한다. 때문에 양 지주사가 완전히 분리하는 대신, 앞으로도 공동 경영을 이어갈 가능성도 남아있다. SK그룹과 SK디스커버리와 같이 지분 구조와는 관계 없이 같은 계열사를 유지하면서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양 지주사는 다른 계열분리 사례와는 달리 상당 부문 사업을 공유하고 있다. 효성화학과 효성티앤씨, 그리고 효성첨단소재는 효성그룹을 이끌어왔던 3대 계열사로 꼽힌다. 효성 계열사들이 해외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만큼, 미국 사업소와 비나물류법인을 보유한 신설지주와 관계를 끊기도 어렵다. 조현상 부회장 역시 효성토요타와 '더클래스효성' 등 모빌리티 사업에도 높은 관심을 이어온 만큼, 전기차 충전소 필수 부품인 변압기와 미래 에너지인 수소 생산에 공을 들이는 효성중공업과 시너지도 기대할만 하다. ㈜효성 완전 자회사인 FMK도 마세라티 등 자동차 판매와 정비 사업을 중심으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