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반도체 R&D 인력 '주52시간제 제외' 정책 디베이트 노사 의견 대립 '팽팽'
글로벌 반도체 경쟁 심화와 중국 AI(인공지능)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의 AI 모델이 던진 충격으로 대한민국 반도체 산업 육성의 중요성이 나날이 커가는 가운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좌장을 맡아 반도체 R&D(연구·개발) 인력에 대한 '주52시간제' 제외 조항의 반도체 특별법 삽입 여부를 놓고 팽팽한 찬반 토론을 벌였다. 앞서, 제22대 국회가 출범하자 여야 가리지 않고 반도체 인프라 지원 등을 담은 반도체 특별법을 발의했다. 여야가 합의하면 2월 임시국회에서라도 반도체 특별법이 통과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은 가운데, 핵심 쟁점은 반도체 기업의 핵심 자산인 연구·개발 인력에 대해 근로기준법(근기법)에 명시된 '주52시간제' 적용의 제외 여부다. 민주당은 특정 산업의 특정 인력을 위해 근로기준법의 예외를 허용하는 조항을 허용하면 안된다는 입장이었으나, 이재명 대표가 반도체 특별법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면서 토론회의 안건으로 오르게 됐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 디베이트에서 찬성 측 주장과 반대 측 주장을 최대한 좁혀보자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이 문제는 쌍방의 오해가 있는 것 같다. 노동계에선 법 개정을 통해 (사측이) 장시간 노동을 시켜서 이에 따른 이득을 취하려고 노동자들을 어렵게 만드는 것 아닐까라고 오해를 한다"며 "경영계 측에선 충분히 대가를 지급할 것이고 합리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효율적으로 하자는 것이지, 부당한 이익을 취하겠다는 것은 (노동계의) 오해이고 우리만 형식적인 규제 때문에 (개발을) 못 하고 있어서 불합리한 점을 고쳐야 한다는 이야기"라고 정리했다. 민주당에서 반도체 특별법을 포함해 이른바 '칩스3법'을 대표 발의한 김태년 의원은 법안 설명을 하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고 있다는 취지로 아쉬움을 드러냈다. 김 의원은 "22대 국회 들어 1호 법안으로 칩스3법을 만들고 발의하면서 기업, 협회, 학계, 지방정부의 의견을 수렴했고 가급적 반영하려고 노력했다"며 "주52시간 적용 제외는 전혀 요구된 사안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보도되더니 쟁점으로 등장해서 인프라 구축, 세제 지원, 산은법 개정이 뒤로 밀리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표현했다. 이후 토론에선 찬반 패널의 치열한 토론이 이어졌다. 찬성 측의 안기현 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근로 시간을 기준으로 반도체 연구·개발을 할 때 성과를 내기 쉽지 않다. 정해진 시간을 채우면 퇴근하기 때문"이라며 "엔지니어들은 우리가 경험해보지 못한 것을 개발해야 하고 문제 해결에 창의력까지 발휘해야 하는데 시간 기준에선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생산과 연구·개발은 특성이 많이 달라서 제도상 구별해야 한다"며 "반도체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반도체 기술 개발 안하던 미국이 이제 기술 개발하고 중국은 턱밑까지 왔다. 기술 개발에서 추월당하는 순간 제조시설 경쟁력도 떨어진다"며 악순환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면, 김영문 화섬식품노조 SK하이닉스기술사무직지회 수석부지회장은 "진정 산업 경쟁력 약화의 원인이 근로시간이라는 근거가 있나. SK하이닉스는 주 최대 52시간 유연근무제를 하고 있다. 지금하는 체계가 생산성을 떨어트리는 원인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유연근무제 도입 이후 평균 43시간을 일하고 있다. 하이닉스는 HBM(고대역폭메모리) 제품을 통해서 많은 영업이익을 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연간 총 노동 시간을 늘리지 않고 중요 산업의 연구개발 분야의 고소득의 전문가가 동의할 경우 예외로 그들이 특정 시기에 집중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하는 것에 왜 반대하냐고 노동계 측에 물었다. 노동법 연구자인 권오성 연세대학교 법학교수는 "기존 제도에서 재량근로제가 있다. 특정 업무에 대해 근로시간을 계산하지 않는 제도로, 현 제도에서 없지 않다"며 "다만, (근기법의) 옆문을 뚫는 것이 아니라 재량근로제 요건을 확대한다거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조치, 연가 보상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위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과 반대 측 패널이 기존 근기법에 선택적 근로제와 재량근로제 등이 있음에도 주52시간 적용 제외를 요구하는 이유에 대해 묻자 삼성글로벌리서치의 김태정 상무는 "3개월 선택적 근로제를 쓰지 못한다는 것이지,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연장 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1개월 단위에서 3개월 단위로 확장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소득 전문직은 기업의 핵심 자산이다. 이들이 이직을 하면 기업의 경쟁력이 무너진다"며 "그런 차원에서 당연히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동의가 부담이 되면 신청이라는 방식으로 자율성을 확보할 것이다. 또한 기업 입장에서 강한 건강 보호조치를 세울 것이고 전문가와 함께 과다근로 예방, 휴가 등 휴식권 확보, 건강검진 등의 조치를 상시적으로 하는 것이 당연히 필요하다. 보상 체계도 넓고 획기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해야 기업의 경쟁력이 나온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