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를 판다"…패션업계, 공간 마케팅의 진화
"가치를 판다"…패션업계, 공간 마케팅의 진화
패션업계의 공간 마케팅이 진화하고 있다. 온라인의 급격한 성장세에 오프라인 매장은 점차 밀려나고 있지만, '쇼핑 공간'의 한계를 깨고 새로운 가치를 전달하면서 밀레니얼 세대의 발길을 유인하고 있다.
패션업계가 편집숍에 주목한 것은 최근 몇 년 사이의 일이다. LF, 삼성물산 패션, 나우(nau), 한섬 등이 공간의 가치에 주목하며 적극적인 투자를 펼치고 있다.
현재 삼성물산 패션은 구호 한남 플래그십 스토어, 메종키츠네 가로수길 플래그십 스토어, 비이커 청담·한남점, 준지 도산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 중이다. LF는 라움하우스와 스페이스H를, 나우는 나우하우스를 운영 중이며, 한섬은 22일 더한섬하우스를 새롭게 선보인다.
이 매장들은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공간을 넘어 브랜드 핵심 가치와 라이프스타일을 결합한 이색 공간으로 주목 받고 있다. 최근에는 새로운 공간 구성으로 차별화를 시도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패션업계의 공간 마케팅은 단기적 성과가 아닌 중장기적 관점에서 이뤄진다"며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집약한 공간을 고객과 공유하면서 브랜드에 대한 고객의 신뢰도와 충성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변화무쌍 '카멜레존' 주목
패션업계의 공간 전략 재편 핵심은 가치 공유다. 제품 중심의 공간을 벗어나 라이프스타일과 문화를 더한 공간으로 진일보한 것이 특징이다.
2019 트렌드 키워드가 '카멜레존'일 정도로 변화무쌍한 공간 활용도 주목 할만 하다. 카멜레존은 주변 상황에 따라 색깔을 바꾸듯 상황에 맞춰 변신하는 현대 소비 공간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LF의 라움이스트와 스페이스H는 1층을 적극 활용 중이다.
라움이스트는 1층에 카페 '브릿지앤드'를 배치하고, 시기별로 색다른 팝업스토어를 오픈하는 한편, 리빙 관련 브랜드를 비치해 상품 구성의 폭을 넓혔다.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약 1700㎡ 규모로, 1층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에서는 LF에서 전개하는 패션, 뷰티, 푸드 등 다양한 브랜드를 만나볼 수 있다.
스페이스H는 헤지스의 정체성을 담은 매장으로, 지상 1층부터 루프트톱까지 약 1200㎡의 규모다.
스페이스H의 1층은 매장보다는 전시장의 느낌이 강하다. 칵테일 파티, 미니 콘서트, 북토크, 강연 등 다채로운 공간 변신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또한, 문학동네가 운영하는 북카페 '카페꼼마'와의 협업 공간을 배치해 클래식한 분위기 속에서 책과 커피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다.
구호 한남 플래그십 스토어는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총 3개층 628㎡ 규모로, 의류와 라이프스타일 상품들을 함께 판매 중이다. 특히 2층은 미니멀한 쇼룸으로 클래스, 각종 이벤트 공간으로 활용되며 다양한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LF 관계자는 "다른 업계의 경쟁력 있는 브랜드와 손잡고 공간 속 이색 콘텐츠를 더한 사례"라며 "방문 체류 시간을 늘리는 동시에 매장 접점에서 긍정적인 경험의 폭을 확대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브랜드 가치, 하나의 문화로
나우의 나우하우스는 지난 1월 브랜드 가치인 '지속가능성'을 문화로 만들고, 이를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하고자 압구정 도산공원에 오픈한 공간이다.
건물 설계부터 나우의 철학적인 의미를 재해석해 주변 환경에 최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조립식 모듈을 적용했으며 업사이클링 디자인을 접목했다.
나우는 나우하우스를 기반으로 브랜드 가치를 담은 다양한 활동을 전개 중이다. 공익 가치를 실현하는 다양한 브랜드가 셀러로 참여하는 플리마켓 '나우마켓'이 대표적인 예다. 지속가능한 삶의 방식을 알리는 '서스테이너블 클래스'도 정기 운영 중이다.
최근 오픈한 삼성물산 패션의 준지 도산 플래그십 스토어는 총 2층, 396㎡ 규모로 남녀 컬렉션 및 리미티드 협업 상품 등 모든 라인을 한 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삼성물산 패션은 1층에 대표 아이템인 '트렌치 코트'를 주제로한 '리아카이브'를 별도 배치했다. 지난 10년간 컬렉션에서 선보인 스페셜 아이템을 선별, 컬러의 재해석을 통해 새롭게 디자인한 것이 특징이다.
이윤하 나우 마케팅 담당 과장은 "나우마켓과 서스테이너블 클래스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직접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에 대해 이해하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며 "앞으로도 나우는 좀 더 친밀하고 대중적으로 소비자에게 다가서는 다양한 활동을 이어 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업계 최초 '콘셉트 스토어'
패션업계가 새로운 공간 구성에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한섬이 '콘셉트 스토어'라는 새로운 공간을 선보였다.
한섬은 22일 광주광역시 광산구 수완지구에 자사 전 브랜드가 총망라된 콘셉트 스토어 '더한섬하우스'를 오픈한다고 밝혔다.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총 4개층으로, 1208㎡(366평) 규모다.
콘셉트 스토어를 오픈하는 것은 한섬이 국내 패션업계 최초다. 콘셉트 스토어는 이종 브랜드의 제품을 최신 트렌드와 매장 콘셉트에 맞춰 한 공간에 혼합 배치하고, 고객에게 맞춤형 스타일링과 문화체험 콘텐츠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신개념 유통 채널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더한섬하우스'에는 타임·시스템·마인 등 22개 한섬 브랜드의 남녀 의류·액세서리·유아동복 등 500여 제품이 각 층별 테마에 맞춰 혼합 배치된다. 봄·여름 시즌 바캉스 룩으로 '시스템'의 재킷과 '타임'의 스커트, 'SJSJ'의 슬리퍼 등으로 스타일링을 연출해 고객에게 제안하는 방식이다.
'더한섬하우스'의 또 다른 차별점은 바로 '패션 큐레이션(curation)'이다. 이 서비스는 패션전문 상담원이 고객별 취향에 맞춰 다양한 한섬 브랜드의 제품을 믹스매치해 제안하는 것으로, 한섬은 베테랑 판매 상담원 20여 명을 배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