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X 독점 시대 끝났다…넥스트레이드 운영 개시
국내 최초 대체거래소(ATS, Alternative Trading System)인 넥스트레이드(NXT)가 4일 공식 출범했다. 70년간 유지돼 온 단일거래소 체제가 복수 경쟁체제로 전환되면서 투자 환경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넥스트레이드는 이날 오전 9시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윤한홍 국회 정무위원회 위원장,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 등 자본시장 주요 관계자 참석 아래 개장식을 갖고 오전 10시부터 서비스 운영을 시작했다. 기존 한국거래소(KRX)의 정규 거래 시간(오전 9시~오후 3시 30분)과 달리, 넥스트레이드는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 거래할 수 있다. 넥스트레이드의 거래 종목은 한국거래소의 시간 외 단일가 시장(오후 4~6시) 매매 대상에서 제외되는데, 이는 불공정 거래 및 시세 조종 등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김학수 넥스트레이드 대표이사는 환영사에서 "60년 넘게 하나의 거래소만 운영되던 한국 자본시장이 이제 두 개의 거래 플랫폼 체제로 전환됐다"며 "이는 단순한 양적 확대가 아니라 질적인 변화를 동반한 도전이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이제 막 첫발을 뗀 작은 묘목이지만, 머지않아 넥스트레이드는 한국 자본시장이라는 거대한 숲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견고한 나무로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넥스트레이드 출범은 주식시장, 자본시장 거래 인프라 측면에서 밸류업으로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며 "복수 시장 간 건전한 경쟁으로 거래 수수료가 인하되고 주식 거래 시간이 연장돼 투자자도 출근 전이나 퇴근 이후에 여유롭게 투자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투자자 편익이 제고될 수 있도록 불공정 거래 감시 체계를 강화하고 자본시장 전산 시스템의 안정적인 유지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했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 회장은 "오늘 출범하는 넥스트레이드 시장 역시 주식시장의 새로운 100년을 향한 혁신의 시작이 될 것"이라며 "증권업계는 변화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발전하고 투자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더욱 공정하고 효율적인 시장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출범 당일 넥스트레이드의 개장 시간은 기존보다 2시간 늦춰진 오전 10시부터 서비스를 제공했다. 넥스트레이드 출범을 계기로 '중간가 호가'와 '스톱지정가 호가' 같은 새로운 주문 유형이 도입됐다. 중간가 호가는 최우선 매수·매도 호가의 중간 가격으로 주문이 들어가는 방식이며, 스톱지정가는 투자자가 미리 설정한 가격에 시장 가격이 도달하면 지정가로 주문이 실행되는 방식으로, 손절매·분할매수 전략 등에 활용할 수 있다. 수수료 측면에서도 한국거래소보다 저렴한 수준이다. 현재 각 증권사가 한국거래소에 내야 하는 거래 수수료는 모든 거래의 0.0023%이다. 넥스트레이드는 이보다 낮게 수수료를 책정하고, 메이커 주문(시장 가격이 아닌 지정가 주문)에 대해서는 거래대금의 0.00134%, 테이커 주문(시장 가격 주문)에 대해서는 거래대금의 0.00182%를 부과하기로 했다. 투자자는 별도의 앱에 접속할 필요 없이 참여 증권사 앱을 통해 수수료 등을 비교한 후 원하는 거래소를 선택할 수 있다. 별도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자동주문전송시스템(SOR)이 적용되며, 증권사가 가격·비용·체결 가능성 등을 고려해 투자자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으로 배분하게 된다. 이번 주 넥스트레이드와 한국거래소에서 동시에 거래할 수 있는 종목은 롯데쇼핑, 제일기획, 코오롱인더, LG유플러스, 에쓰오일, 골프존, 동국제약, 에스에프에이,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컴투스 등 10개 종목이다. 넥스트레이드는 향후 단계적으로 종목 수를 확대해 총 800개로 늘릴 방침이다.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포함한 350개 종목은 이달 24일부터 거래할 수 있으며, 31일부터는 800개 종목이 거래 가능하다. 거래 가능 종목은 넥스트레이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복수 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는 종목은 매 분기 말 5거래일 전에 발표될 예정이다. 넥스트레이드는 지속적인 시장 모니터링과 운영 상황 점검을 통해 개장 후 초기 시장의 안정성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김학수 대표이사는 "철저한 테스트를 통해 시스템의 안정성을 확인했고, 제도적 장치도 마련했다"며 "앞으로도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안정적 운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