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개혁을 논의 중인 여야가 인구구조 변화, 경제성장률 등 경제 상황에 따라 급여를 자동적으로 조정하게 만드는 '자동조정장치'를 두고 막판 조율을 거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국민연금 개혁안을 발표하며 보험료율(내는 돈) 9→13% 인상, 명목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노후에 받을 수 있는 연금 수령액의 비율) 40→42% 인상과 함께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자동조정장치(인구구조나 경제상황 변화에 따라 연금 보험료율과 연금수령액이 자동 조정되는 방식)의 도입 취지는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과 세대 간 형평성 제고를 위해서다. 한국은 출생률 감소와 기대여명 증가로 기금 소진 등 연금 재정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연금 수급자는 물가상승률이 반영돼 매년 소폭 오른 연금액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연금 재정의 안정적 운용을 위해 물가상승률에서 조정률(최근 3년 평균 가입자 수·기대여명)을 감안해 연금 인상액을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자동조정장치는 연금 재정이 악화됐을 때 주로 발동하기 때문에, 수급자의 기대보다 못 미치는 연금액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야당과 양대노총 등이 자동조정장치를 '자동삭감장치'라고 반발하는 이유다.
정부는 자동조정장치를 ▲연금 급여 지출액이 보험료 수입보다 많을 경우 ▲연금 수지 적자 5년 전 ▲수지 적자 시기 등 재정 위험 신호가 감지되는 시점에 발동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자동조정장치 도입 시기에 따라 현행 대비 기금 소진 시기가 21~32년 정도 늘어날 수 있어 연금의 지속가능성 확보에는 도움이 된다는 평가다.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한 국가들도 여럿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24개국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특히 일본은 임금상승률 및 물가상승률에서 3년 평균 가입자 감소율과 평균 수명 증가율을 차감한다. 스웨덴은 연금 부채가 보험료 수입과 기금보다 많은 경우 연금액을 조정한다.
현재 여야는 보험료율 13% 인상에 대해선 합의했고, 소득대체율은 국민의힘이 43%, 더불어민주당이 44%로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다만, 국민의힘은 소득대체율 43%를 민주당이 자동조정장치를 온전히 수용할 때 인상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국정협의회에서 '국회 승인' 후 자동조정장치 발동을 조건으로 하면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알려졌지만 당 안팎과 시민사회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지난주 목요일(20일) 저녁에 국정협의회가 있었는데, 그날 연금개혁안에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하는 부분에 대해서 이 대표가 명확하게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며 "다만, 그것이 국회의 승인을 얻는다는 등의 절차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추후에 실무 협의를 하기로 했다는 점을 이 자리에서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석열 정부가 연금 개혁은 모수 개혁과 구조개혁을 동시에 진행해야 한다면서 내놓은 것이 이른바 자동조정장치"라며 "한마디로 연금 자동 삭감 장치"라고 비판했다. 이어 "민주당은 그동안 일관되게 반대해 왔지만, 정부가 진전된 입장, 국회의 승인을 조건으로 시행한다고 하는 것인 만큼 논의에서 배제하지는 않겠다"며 "자동조정장치는 구조 개혁에서 논의하면 되는 문제다. 자꾸 이런저런 조건을 걸지 말고, 모수개혁부터 합의하자"고 말했다.
여야는 자동조정장치와 소득대체율 입장차를 좁히기 위해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양당 원내대표 회동을 25일 오후 진행하기로 했으나, 26일 오전으로 미뤄졌다.
한편, 거대의석을 보유한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협상이 지체되면 단독으로 상임위에서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인상하는 연금개혁안을 처리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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