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을 피하지 않고 혼란을 막겠습니다.'
9일 아침 출근 지하철을 타기 위해 집 앞 큰 사거리 횡단보도를 건너는 중 마주친 흰 바탕에 현수막엔 검은색 굵은 글씨로 짧은 문구가 적혀있다.
이는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로 국민을 충격과 분노에 휩싸이게 한 윤석열 대통령이 소속한 국민의힘이란 정당이 내건 현수막이다.
해당 현수막은 국민의힘 정당을 나타내는 로고도, 국민의힘을 나타내는 빨간색 글씨도 없다. 어떤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는 것인지도, 어떻게 혼란을 막겠다는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적어도 공당이라면, 윤 대통령이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로 국민의힘의 일터인 국회에 계엄군이 진입해 동료 당직자와 시민을 위협했다는 사실에 대한 사과가 먼저이지 않은가.
현수막 내용만 봤을 때는 국민의힘이 어떠한 사고나 실책으로 인해 책임질 일이 있다는 것과, 이로 인한 혼란이 이미 발생했다는 사실만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혼란스럽다. 국민의힘은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에서 부결하기로 당론으로 정하고 실제 표결 때 본회의장을 빠져나가 투표를 아예 성립조차 못하게 했다. 탄핵 표결 당론을 부결으로 정한 이유는 그들이 겪었던 '탄핵 트라우마' 때문이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로 당이 분열하고 실제로 거의 망했던 경험이 그들을 본회의장 밖으로 이끌었다고 한다.
과연 그런가. 이미 윤석열 정권 아래에서 그들이 여당으로서 누려왔던 지위를 내려놓지 못하고 차기 대선에서 도저히 정권재창출을 할 가능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지금에 와서 이재명 정권 탄생에 기여할 수 없다고 항변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그렇다면 108명의 국민의힘 의원은 윤석열 정권의 성공을 위해 대통령과 소통하고 대통령의 막가파식 계획을 견제하지 못했나.
탄핵 표결 불성립 다음날일 8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는 윤석열 대통령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자신들이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담화문을 발표했다. 누가 이들에게 그럴 권한을 줬나. 윤 대통령은 보란듯이 인사권을 행하고 있다. 이들이 의원총회를 그렇게 많이 여는 것은 '계엄 선포에 대한 책임을 피하고 당내의 혼란을 막겠다'는 이유일 것으로 보인다.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