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 하강하는 듯 솟아오르는 듯 느릿하게 유영하며 마당 한껸을 배회하는 반딧불이를 보았다. '개똥벌레' 혹은 '반디'라고도 하는 불리는 그 벌레가 돌아왔다. 사실 나는 고사성어인 '형설지공'이란 말이 믿기지 않는다. 아주 어릴 적 유리병에 반디를 잡아 넣고 글자가 보이는지를 실험했는데 아예 불가능했다. 그래서 형설지공이란 고사성어를 배울땐 은근히 반발한 적이 있다. 마당에 나무가 우거져 가로등 빛이 들지 않는 곳으로만 날으는 반딧불이가 가엽기도하고, 가상하기도 하다.
처음 반딧불이를 봤을 때 어린 아이들을 깨워 한참이나 마당에 앉혀놓고 법석을 떤 기억이 난다. 아이들은 처음 신기한 듯 떠다니는 '형광' 빛을 바라봤지만 곧 시들해져 나 혼자 추억에 잠겼었다. 그리고 다음날, 그 다음날에도 나는 마당에서 살았다. 그게 밤을 보내는 일과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위안을 받고 있었던 것 같다.
대개 하루 일을 끝내고 집에 돌아올 때는 짙은 어둠속이었다. 심지어는 밤 열시가 넘어서 귀가하는 날이 많았다. 그 시절 직장인이라면 다들 그렇게 살았다. 나도 그랬다. 돌아와 불빛 하나 없는 골짜기, 마당에 외등도 꺼놓고는 한동안 반딧불이 불빛을 감상하고는 들어가 잠들었다. 휴일 밤에는 아예 마당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그걸 자랑하기도 했다.
여전히 우리 마당에는 반디가 살고 있다. 그 반딧불이를 사랑한다. 그러나 언제 소멸할지는 가늠조차 할 수 없다. 다만 머지 않아 사라질 것이라는데는 동의한다. 몇 년 전인가 성남시에서도 반딧불이가 발견돼 지역사회가 요란했던 적이 있다. 게다가 지금은 성남 대장동, 금토동 일대에서 아동 자연학습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지금 내 마당에 반딧불이가 서식한다고 자랑하는게 아니다. 얼마전 어떤 바다거북이는 암껏만 생겨나 멸종할거라는 뉴스를 보았다. 그 거북이는 바다가 온난해져 암껏만 남았다는 내용이었다. 성장하면서 성이 결정되는 이유에서다. 우리 마당의 반딧불이도 이미 개체 수가 줄어들고 있어 그 징후가 엿보인지 여러해 전이다. 잣나무골의 밤을 밝히는 가로등빛에 쫓기는 삶을 산다고나 할까.
집을 지은 후 처음 우리집에서 발견된 건 도롱뇽이다. 도롱뇽도 완전히 사라졌다. 차가운 침출수 웅덩이가 있어 도롱뇽이 부화하기에 알맞았다. 그 웅덩이에서 허드렛일을 하고, 밭에 물도 주고, 발길이 잦자 도롱뇽은 소멸했다. 애당초 도롱뇽은 여기 당당한 잣나무골의 일원이었으나 주인이지 않은 우리가 주인을 소멸시킨 거나 다름 없었다.
더군다나 요즘 슬슬 사라져가는 것 중에는 벌과 나비도 있다. 요즘에 꽃처럼 만발해야할 곤충이 벌, 나비다. 특히 벌은 분주해야 한다. 대체로 벌꿀은 아카시아꽃이 필때와 밤꽃 필 때 수확한다. 그리고 가을 꽃이 피면 일년에 세차례 벌꿀을 수확하므로 지금 두벌째 수확기를 거치며 분주해야 맞다. 그러나 지금 어느 숲에서도 벌을 보기는 쉽지 않다. 이제 양봉업자의 벌통만 남았다고해도 틀린 말이 아닐 듯 싶다. 나비도 거의 없다.
그렇게 많던 참새가 잠시 돌아왔다고는 하나 예전 처럼 많지는 않다. 그리곤 까치나 꿩도 보기 어렵다. 이사왔을 당시 새소리가 소란스러웠지만 지금는 풀벌레소리도 크게 줄었다. 아파트 불빛이 대낮같은 도시는 오죽하랴. 그것들이야 다 곤충들이고, 없어진다고 무엇이 불편하랴만은…. 벌이 사라지면 동식물 수만종이 함께 소멸한다는 것은 이미 수도 없이 경고가 있었다. 우리가 흔히 먹는 과일 대부분도 사라질 것이라는 건 이제 단순히 경고가 아니다. 벌레소리, 나비짓, 반딧불이 불빛 등은 대개 번식과 관련 있다. 그리고 그 번식은 다른 종족의 번식을 돕기도 한다.
그런데도 나는 여기서 도롱뇽이 사라지는 걸 보았으며 벌과 나비가 스러져 가는 걸 목도하고 있다. 그저 어찌 할 수 없이, 다음 단계도 더 지켜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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