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건설/부동산>업계

[이규성의 전원에 산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이규성 선임기자.

노후도시 특별법은 오래전의 기억을 소환했다. 87∼88년 대학 입시를 마친 기자는 학비를 벌기 위해 공사현장을 찾았었다. 88올림픽을 앞두고 막바지 공사에 여념이 없던 호텔 공사 현장이었다. 당시 현장 일용잡부인 내가 받은 일당은 9000원. 아마도 두달 남짓 그곳에서 땀을 흘렸다. 지금도 그 호텔을 지나가면 겨울 바람이 생각난다.

 

그리곤 88∼89년 겨울 다시 공사현장을 찾았다. 일당이 2만7000원, 일년새 세배가 오른 것이다. 신도시 건설이 내게 준 복이라고 하면 말이 될까. 하여간 노태우정권이 주택 200만호를 목표로 수도권 5개 신도시 건설을 내놓은 게 내 학비를 보탰다. 자원, 인력이 신도시로 쏠린 탓이다.

 

신도시 건설이 끝날때쯤 중소기업의 상당수는 인력난 등을 이유로 중국으로 탈주, 산업불균형이 심화됐다는 지적이 있다. 덕분에 학비를 마련했던 나로서는 신도시가 우리 경제에 미친 영향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 판이 재현될 상황이다.

 

노후도시 특별법이 전국 108곳, 215만 가구에 적용될 전망이다. 제1기 신도시를 포함해 서울 개포, 서울가양, 용인수지, 용인수지2, 고양행신 등은 물론 안산반월과 창원 국가산단 배후도시, 김해 장유·북부·내외 등 3개 지구 등도 적용 대상이다. 특별법에 따라 재건축 및 리모델링을 실시할 경우 용적률이 법적 상한선의 1.5배까지 증가, 사실상 개발을 완료한 단지의 주택수는 300만가구를 훌쩍 넘어설 전망이다. 그야말로 전 국토가 공사판으로 변모할 형편이다.

 

특히 특별법은 용적률 상향, 안전진단 배제 등 파격적인 규제완화를 내걸어 1기 신도시 재정비 촉진을 유도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앞서 전제돼야 할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우리 경제는 회생 불능한 신도시 늪에 빠져버릴 수 밖에 없다. 현재 특별법이 정상적으로 제정될 지 확신은 없다. 특별법이 나온 배경에는 '부동산불패신화'가 있다. 즉, 여전히 집값이 상승하고 수익이 발생할 거라는 전제 없이는 불가능하다.

 

글로벌 경제위기,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등 국제정세는 결코 녹록치 않다. 우리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도 불투명하다. 금리, 물가 폭등 등 국내 경제 환경도 부동산 시장을 활성화시키기에는 무리다. 특별법은 여러 조건에도 불구하고 신도시 주민의 심장에 불을 질렀다. 재건축 의지가 활활 타오르게 된 것과 같다. 실제 재건축으로 닥칠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대책이 안 보인다. 재건축 시 발생할 이주난, 추가부담금 및 보유세 등의 방안도 만만치 않다.

 

가령 분당신도시 15만여가구를 재정비한다고 치자. 당연히 시차를 조절, 매년 1만여가구씩 재정비할 경우 1만가구의 순환주택이 요구된다. 1년에 1만여가구의 전세수요를 주변도시가 수용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또 거기서 발생한 연쇄효과는 서울 등이 감당할 수 있을 거로 보이진 않는다. 일종의 판도라상자가 열린 셈이다. 그 신도시 재건축 상자에서 쏟아져 나올 숙제는 이주난에 국한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물론 이주단지 건설을 구상중이라고는 하나 공사차량으로 인한 교통, 환경 등은 또 어떤가. 게다가 자원낭비로 인한 폐해는 상상이 안 된다. 당장 신도시 아파트를 깨부수면서 발생할 콘크리트를 처분하기 위해서는 수십만㎡의 매립지가 필요하다.

 

또 전 산업이 재조정되는 폐해도 예측 불가능하다. 그것이 내 삶에, 자식들의 삶에 어떤 작용이 일어날 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