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이 여전히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선단 공정 기술 경쟁은 오히려 치열해지는 모습이다.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미래 시장을 선점하려는 '삼국지'가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 글로벌 파운드리는 지난해 4분기 매출 18억54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 13일(현지시간)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12% 감소, 영업이익이 3억300만달러로 전년과 전분기 대비 10% 안팎 증가하긴 했지만, 감가상각과 영업외비용 등을 뺀 '조정된 영업이익'은 3조8300만달러로 전년(4조2500만달러) 대비 10% 가량 감소했다. 순이익도 2억7800만달러로 전년 동기(6억6800만달러)보다 3분의 1 수준을 쪼그라들었다.
앞서 국내 파운드리 업체인 DB 하이텍 역시 지난해 매출 1조1522억원에 영업이익 26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1%, 65.4%나 줄어든 실적을 발표한 바 있다.
파운드리 '2강'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 역시 파운드리 사업에서 대규모 적자를 피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대만 TSMC가 4분기 시장 기대치를 넘어섰지만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저조했다.
파운드리 업계는 올해 전망도 부정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TSMC가 올 1분기 매출 전망치를 전분기 대비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글로벌파운드리도 1분기 매출 축소를 점쳤다. 증권가와 전문가들도 올 초 파운드리 시장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수요가 여전히 부진한 탓이다. 모바일 등 전방 산업이 기대만큼 폭발적으로 성장하지는 않는 가운데, 전기차를 중심으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다시 위축되고 있다. 글로벌파운드리는 데이터센터에서도 여전히 재고를 줄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럼에도 주요 파운드리 업계는 기술 경쟁을 본격화하며 대대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TSMC가 최근 3나노 공정 생산 능력을 2배 가까이 높인 상태, 삼성전자도 3나노 2세대 양산을 서두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 연말로 예정했던 미국 테일러 공장 가동도 앞당길 수 있다는 소문도 나왔다.
파운드리 시장 침체가 10나노 이상 레거시 공정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상황, 오히려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선단 공정 비중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TSMC는 지난해 3나노 매출 비중이 6%에 불과했지만, 애플에 이은 추가 수주를 통해 올해 15%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파운드리도 고객사들이 10나노 미만 공정을 위해 수주처를 옮기고 있다고 고백했다.
내년에나 양산을 시작할 2나노 공정 수주전도 벌써부터 치열하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TSMC는 퀄컴으로부터 2나노 공정 AP 테스트칩을 수주했다. 3나노 공정 적용에서는 한발 늦었던 퀄컴이 벌써 차세대 제품을 2나노 공정으로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지난 컨퍼런스콜에서 2나노 AI 가속기 수주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인텔도 2나노급 공정부터 파운드리 사업을 본격화하며 '삼국지' 시대를 연다. 인텔은 일찌감치 ASML에 하이 NA EUV를 공급받아 올해부터 20옹스트롬(A)를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20A는 경쟁사 2나노 파운드리 수준으로 트랜지스터를 집적한다는 의미의 인텔 자체 공정 이름으로, 파운드리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하이 NA EUV를 사용할 예정이다.
2나노 공정이 주목받는 이유는 성능 개선 수준이 이전보다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집적률은 물론 삼성전자에 이어 3사 모두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와 후면 전력 공급(BSPDN) 등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다. 3나노 공정을 한 발 늦게 적용했던 퀄컴이 발빠르게 움직이는 이유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AI붐'도 영향이 크다. 오픈AI 샘 올트먼 CEO가 새로운 AI 반도체 개발을 위한 투자 유치에 나선 가운데, 전세계 팹리스들도 새로운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신제품을 쏟아내고 있다. 서버업계에서도 대대적인 투자를 예고한 상태, AI 반도체 시장도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도 2나노 공정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경계현 사장은 지난해 강연을 통해 2나노로 TSMC 역전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한발 앞서 GAA를 적용해왔던 만큼 GAA로 경쟁하는 2나노부터는 TSMC를 앞설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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