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이 피폐해져서 한동안 아무것도 못할 것 같다" 2년에 걸친 법적 분쟁을 마친 지인이 크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었다.
그 지인은 소송이 걸린 이후 쉴 새가 없었다. 서류를 작성하고 법정을 오가는 것은 물론, 공포와 스트레스로 밤낮 잠도 이루지 못했다.
잘못이 없다는 것도 더 문제였다. 결과는 기각. 애초에 고소인이 괴롭히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한 소송이었다. 그나마도 안타까운 사정을 알게된 변호사 단체가 도와준 덕분이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더 많은 돈과 긴 시간을 허비했을 것이라고 지인은 안도했다.
죄의 여부를 떠나, 법원은 무서운 곳이다.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할 뿐 아니라,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겨우 벗어날 수 있다. 법적 분쟁을 시작한 쪽도 그렇지만, 끌려다녀야 하는 쪽은 항상 불안에 빠질 수 밖에 없다. 특히나 형사 소송은 조사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을 만큼 힘들고 치욕적인 일이라고 잘 알려져있다. 옛부터 손해를 보더라도 송사에 휘말리지는 말아야 한다는 어른들 말에도 이유가 있다.
재벌 총수라고 다를 건 없을 테다. 비용이야 크게 부담되지 않더라도, 법원에 출석하고 재판 결과를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죗값을 치르는 것과 크게 차이가 없어보인다. 한 총수는 사법리스크를 겪은 뒤 경영 목표를 '착하게 살기'로 잡았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그 어려운 일을 벌써 8년째 하고 있다. 2016년 11월 8일 본사 압수수색을 받은데 이어 13일 참고인으로 소환조사를 받으며 '국정농단' 사건에 휘말리기 시작했다. 그나마 2021년 상고를 포기하고 가석방까지 되며 비로소 경영에 복귀하나 기대를 받았지만, 삼성 합병 의혹으로 또다시 기소돼 거의 매주마다 법원을 오갔다.
오는 26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지만, 재계와 법조계 등에서는 결과가 어떻든 재판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집행유예가 나온다면 검찰측이, 지나친 실형이 나온다면 이 회장 측이 항고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10년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분위기다.
이 회장이 잘못을 했는지, 또 얼만큼인지는 법원이 판단할 문제다. 다만 이 회장이 형량과는 별개로 10년간 법정에 묶어둬야 할 만큼 악독한 인물인지는 의문이 든다. 이 회장을 괴롭히고 싶은 사람도 없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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