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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이규성의 전원에 산다] 마을버스 안에서

이규성 선임기자.

이른 아침, 모처럼 잣나무골 아래 마을 회관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탔다. 일행은 넷, 중학생쯤 돼 보이는 학생과 나, 외국인노동자 둘이었다. 이들은 마을에 세들어 산다. 아는 이들이다.

 

요즘 외국인노동자가 확연히 눈에 띤다. 코로나19 펜데믹이 끝나면서 그들이 돌아온건가. 사실 그들의 손길이 있고서야 여기, 수도권 변방이 돌아간다. 도시 일자리는 부족하지만 여기는 사람이 더 부족하다. 언제부턴가 공장들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그 자리에는 외국노동자들이 채워졌다. 그래서 인근 여러 마을의 중심인 안거리는 저녁이면 다시 사람들이 북적인다. 이곳을 북적이게 하는 이들은 외국노동자들이다.

 

암튼 좌석 열다섯개뿐인 작은 소형버스인데도 자리가 여럿 남았다. 다음 마을입구 정류장에서 외국인 노동자 여럿이 오르고 뒷자리 두어개를 빼고는 다 채워졌다. 다시 안거리 정거장에서 노인 한무리가 차에 오른다. 그러자 젊은 외국노동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두어명은 뒷자리로 물러서고, 두어명은 선 채로 간다. 노인들은 주저하다가도 고맙다고 답례하고는 자리에 앉는다.

 

우리 풍습처럼 어르신에게 자리를 내주는 모습이 기특하달까, 내심 '다들 잘 배웠네'싶다. 함께 뒷자리에 앉은 우리 마을 한 외국청년은 27살, 네팔사람으로 5년 전부터 줄곧 여기서 공장생활을 한다. 다시 돌아온게 아니라 아예 떠나지 못했었다. 그런 그가 안쓰럽다. "고생 많네. 부모님 보고 싶지? 장가는 언제 가나?." 아는 사람이지만 오지랖스럽게 그동안 묻지 않았던 것들을 모두 쏟아낸다. 곧 고향의 여자 친구를 불러 같이 살 계획이란다.

 

한 청년은 베트남사람, 34살이다. 그는 아내와 여섯살된 딸 하나가 있다. 코로나19 직전 들어와 여지껏 있다. 그는 곤지암 인근 가구공장에 다니고 아내는 옆 마을 식품공장에 다닌다. 어린 딸은 안거리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생이다. 그는 한국에 정착해 아이의 공부도 여기서 마치고 싶어한다. 광주시내에서 물건을 사고, 돌아오는 길에 곤지암읍내 베트남식당에서 친구들을 만나 모임을 가질 예정이라고 했다.

 

어느새 작은 차에 사람이 넘쳤다. 절반 이상 외국인 노동자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우즈베크스탄 등 중앙아시아, 동남아 출신들이 대부분이다. 네팔 청년에게 아는 사람도 있느냐고 물었다. 고개를 젓는다. 외국노동자들끼리 서로 아는 걸로 아는 내가 좀 생경스럽다.

 

헌데 정작 물어 볼 말은 꽤 뒤늦었다.

 

"어디 가 ?"

 

"경기대요?"

 

"왜 ?"

 

"한국어능력평가시험 보러요."

 

"몇급?"

 

"5급요."

 

시험 잘 보라고 격려하고는 또 물었다.

 

"일하는데 시험까지 필요한가?"

 

네팔청년은 5년후 한국 거주기간이 끝나고 고국으로 돌아가면 한국어를 가르치는 일을 할 생각이란다. 어학연수인 셈인 건가. 그래서 열심히 공부하고 시험도 치뤄낼거라고 했다. 그는 한국말이 어렵단다. 뭐라고 답해야할 지 모르겠다. 거기까지 얘기를 나누고 그와 작별했다. 아쉬웠다. 아무튼 마음속으로 꿈이 잘 이뤄져가기를, 이 나라에서 나쁜 기억을 가져가지 않기를 바랐다.

 

동네 마을버스는 외국노동자의 삶, 애환도 실어 나른다. 얼마전 유명한 외국의 한 경제학자는 "한국은 저출산대책으로 외국인의 이민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동감한다. 사실 우리는 수백개 성씨 중 절반 가량이 외래성씨일 정도로 혼혈민족이다. 이미 그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걸 마을버스에서 실감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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