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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성의 전원에산다] 다자녀 특별공급과 씁쓸함

이규성 선임기자.

이제는 자녀 둘만 있어도 다자녀다. 그 내용은 이렇다. 올해 상반기 내 공공주택 다자녀 특별공급 청약 기준이 2자녀 이상으로 확대된다. 태아, 입양자녀도 해당한다. 그래서 2023년에 태어나는 아이들은 금수저가 아닌 '금아파트'를 물고 세상에 나오는 셈이다. 축복받을 일이다. 저출산대책으로 마련된 만큼 딴지 걸 필요는 없다. 없는 대책을 한 것도 아니고, 사회적 동의가 다시 필요한 사항은 아니라서 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허나 씁쓸한 건 피할 수가 없다.

 

이와 관련, 오는 2027년까지 신혼부부에게 ▲공공분양(뉴:홈) 15만5000가구 ▲공공임대 10만가구 ▲민간분양 17만5000가구 등 43만가구를 공급한다. 신도시급 이상이다. 엄격히 말하자면 금아파트는 무주택기간 중심으로 짜여진 청약가점제 대상에게 우선 순위가 주어졌을 아파트다. 오랜 무주택자에게서 막 자녀를 낳는, 덜 오래된 무주택자로 바뀐다는 점에서 '아랫돌 빼다 윗돌 괴기' 처럼 보이니 그렇다. 왠지 조삼모사인 것 같은데 '할말은 없네'라고나 할까. 일단 저출산문제를 주택문제로까지 넓혀놓았으니 눈길은 확 끈다. 그건 인정 안 할 수가 없다.

 

금융부분을 살펴보면 뉴:홈 전용 모기지 지원(1.9~3.0% 고정금리), 기금 대출 확대(신혼부부 2억7000만원→4억원) 등 내집 마련을 돕는다. 이런 다자녀 특별공급 확대는 무주택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기존 청약배분체계가 훼손되는 건 아니다. 다만 여기서 신혼부부 특별공급이 결혼연령을 앞당기진 못한 것 처럼 이번 정책도 그 실효성에는 의문이다. 수백조원의 일자리대책이 그랬지 않는가. 뭔가 근본적인 방안에는 도달하지 못했다고나 할까.

 

불과 반세기 전 이런 아파트가 있었다. 바로 '고자아파트'다. 당시 산아제한을 목표로 한 출산억제책이 최고조에 달하던 시기다. 이에 정부는 불임시술을 청약우선 공급조건으로 내놓았다. 시행 첫 대상인 반포의 한 아파트단지는 당첨자 대부분 정관수술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정책 효과가 증명된 사례다. 이후 '고자아파트'라는 별명이 붙어 여운을 남겼다. 지금은 재건축이 이뤄져 서울에서도 손꼽히는 고가아파트로 변모, 예전의 기억은 지워졌다. 그래서 더욱 씁쓸하지 않나. 이렇게 세상이 정반대로 흘러가니.

 

베이비붐시대에 태어난 아이, 즉 우리들은 사회적으로 그리 귀하게 대접받지는 못 했다. 출산억제책 속에서 환영받고 태어나지 못한 그 아이들은 지금 늘그막에 더욱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됐다. 늙어가는 이를 부양할 아이들이 태어났는데 축하는 못할 망정 질투라니. 가당찮다. 질투하는 건 아니라고 분명히 말하고 싶다. 다만 둘도 다자녀라고 하는 시대, 그냥 변모한 세상을 한 생애에 다 겪는게 의아할 따름이다. 게다가 생명의 탄생을 부양, 피부양관계 즉, 노동력 관점에서 보는 세상이 마땅한 건 지. 인권과 복지가 신장돼서 출산을 더욱 장려하는 거라면 얼마나 좋은 일이랴.

 

특별공급이란 일반분양과는 달리 일부세대를 한정, 해당자들만이 경쟁하는 공급방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신혼부부 특별공급, 생애최초 특별공급, 다자녀 특별공급, 노부모봉양 특별공급, 기관추천 특별공급, 이전기관 종사자 특별공급 등이 있다. 여기서 딴지걸게 있나.

 

하지만 저출산 유인책으로 나온 2자녀 특별공급을 바라보는 심정이 씁쓸한 건 부인하기 어렵다. 부양받을 사람으로서는 당연한 속내다. 다만 서로 상반된 방향으로 세상이 흘러가는 걸 보면 정책이 얼마나 신중하고 미래지향적이어야 하는가를 알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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