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 '빚투'로 호들갑스러웠던 엊그제다. 뉴스 뿐만 아니라 예능과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조차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은 대출)이 운위될 정도였다. '영끌'이라는 호들갑은 곧 한국적 사회현상이 되고 집없는 젊은이들은 더 불안해졌다. 마치 집을 사지 않는 청년은 출발선에서부터 낙오자인 듯 서로가 서로를 부추겼다.
'영끌', '빚투'(빚내서 투자)는 엄밀히 집값은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는 부동산 불패신화를 전제로 한다. 그 전제를 기정사실로 설정, 최후의 수요자인 청년들에게 청춘을 바칠 것을 강요한 것이다. 그 덕분에 몇몇은 앉아서 한몫 챙겼다. 거기에 전문가들은 어떠했나? 매일같이 집값 오른다고 난리를 치며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젊은이들을 주택판으로 내몰았다. 집값 상승의 에스컬레이터 끝이 절벽임을 경고하는 이들은 찾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렇게 젊은이들을 부추겼던 이들은 지금 어느 한구석에도 일말의 반성이 없다.
지금 시장을 한 번 살펴보자. 누가 제일 먼저 죽을 판인가. 영끌, 빚투해서 집을 산 청년이 제일 먼저 절벽끝에 내몰려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올해 들어 집값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서울 강남 등 고가아파트의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일례로 잠실주공 5단지 82㎡의 경우 최고가 대비 10억원 가량 떨어졌다. 더 많이 떨어진 채 거래된 급매물도 있다.
강남, 서초 등은 물론 서울 전역에서 두달새 급락한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규제지역 해제 이후 하락 폭은 더 커졌다. 고금리, 경기 침체 우려로 급매물마저 거래 실종사태를 맞았다. 서울뿐 아니다. 경기와 인천 등 수도권과 지방도 낙폭이 커졌다. 분당, 일산도 마찬가지다. 1기 신도시 재정비 발표에도 불구하고 속수무책, 다시 반등할 거라는 조짐은 없다.
규제완화로 서울의 집값 하락률이 감소하는 추세인 것 맞다. 그러나 서울, 경기는 물론 세종 등 전국 모든 곳에서 하락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등으로 집값이 많이 올랐던 제2기 신도시의 경우 하락세가 가파르다.
역전세도 심각한 상황이다. 1억∼2억원 정도 낮아진 것은 보통이다. 그래서 이번엔 집주인들이 울상이다. 계약 갱신기간이 되면서 떨어진 가격 만큼 돈을 돌려줄 수 없자 반대로 집주인이 하락분을 월세로 환산, 세입자에게 돌려주고 있는 사례마저 나타났다.
세입자들은 이사를 가려 해도 제때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 지 걱정이 태산이다. 역전세로 그런 난리가 없다. 역전세는 주택 가격 하락에 따라 전세 시세가 계약 당시보다 떨어지면서 전셋값이 역전된 상황을 가리킨다. 집주인은 신규 세입자를 구해도 기존 세입자에게 돌려줄 보증금이 부족할 수 있고, 이전 세입자는 제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역전세는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이 더욱 많다. '깡통전세'도 또다른 태풍이다. 전셋값이 아예 매매가격을 넘어서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같은 깡통전세가 확산될 경우 분쟁을 넘어 세입자에게 강제경매될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나 이런 상황에서 짐을 짊어질 사람들이 바로 '영끌족', '빚투족'이다. 올해는 전세 물량이 지난해보다 5만가구 가량 더 늘어난다. 전세가 하락은 불가피하다. 늘어난 입주물량 만큼 전세값이 조정되는 정도가 아니다. 그 누구도 지금 시장이 바닥이라고 인식하는 이들은 없다. 여기서 생각해볼 문제가 있다. 그렇다고 떨어지는 집값을 막으면 문제가 해결되는 것인가. 지난날 젊은이들을 '영끌', '빚투'로 내몰았던 이들의 반성은 언제쯤 이뤄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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