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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이규성의 전원에 산다] 난방비의 주범은

이규성 선임기자.

"으악! 우리 전기세가 이달에만 57만원 나왔어."

 

엊그제 아내는 거의 실성할뻔 했다. 전기세가 전달보다 두배 가량 올라서다. 우리 집은 난방으로 심야전기를 쓴다. 집안 실내온도는 18도, 여전히 춥다. 이불밖으로 나오기 어려울 지경이다. 잣나무골에 사는 일곱가구 중 한집을 빼고는 모두 심야전기보일러를 쓴다. 우리 집은 맨 처음 기름보일러를 썼다. 그러다가 3, 4년 지나 정부에서는 보조금까지 주면서 심야전기보일러로 교체할 것을 권장했다. 당시 심야전기비용은 기름의 절반수준, 대략 2년정도면 보일러값 비용이 빠졌다. 그 다음부터는 모두들 심야전기로 바꾸느라 야단법석이었다.

 

심야전기는 오후 10시∼오전 4시까지 보급되는 전기로 전력소비가 적은 야간시간대의 전력량을 주간대와 맞추기 위한 방편으로 제공되는 전력이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고 새정부는 한국전력을 민영화시켰다. 전기료가 오를 것이라는 반대의견도 많았으나 대통령은 확고했다. 민영화된 한전은 제일 먼저 전기 누진제를 실시하고 다음으로 심야전기우대 혜택을 폐지했다. 그래서 민영화폭탄을 고스란히 맞았다.전기요금이 매달 두배나 올랐기 때문이다.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지 않는다면 누가 정부를 신뢰하겠는가. 그때부터 여지껏 난방비와의 전쟁을 치루며 사는 것 같다.

 

지금 도시가스 요금 인상과 한파로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도 '난방비 폭탄'를 맞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평년 대비 관리비가 2배 이상 늘었다는 '인증샷'이 쏟아진다. 멘붕인 사람도 수두룩하다. 어떤 이는 82㎡ 12월분 관리비가 51만4250원이라는 인증샷을 올려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기도 했다. 대부분 수 십 만원의 관리비가 나오는 듯 하다. 실내온도를 20도 이하로 줄였는데도 그렇다.

 

심야전기 우대혜택이 폐지되던 당시 어떤 집들은 장작보일러로 난방을 다시 교체했다. 어떤 집은 지열보일러나 태양광설비를 도입하는 등 다시 법석을 떨었다. 그래서 마을 노인들이 잣나무골로 나무하러 오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그나마 숲이 우거져 죽은 나무만 잘라가도 되니 다행이랄까. 하여간 소동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벌어졌다.

 

다시 정권이 바뀌고서는 옆마을 산비탈에 변전소가 들어오고, 기존 송전탑 외에 별도의 송전탑이 또 만들어진다고해서 큰 싸움이 벌어졌다. 수도권 경동지역은 물론 강원도 일대에서도 밀양송전탑 이후 송전탑싸움이 벌어졌으나 계획을 수립한 정권이 철회해 일단락되기는 했다. 그러나 그 싸움은 머지않아 또 벌어질 운명이다.

 

이번 난방비 인상파동의 원인은 지난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이다. 글로벌 에너지 수급난으로 국내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액은 지난해 567억달러(70여조원)로 급증했다. 지난해 가스 도매요금은 주택용을 기준으로 네 차례(4·5·7·10월)에 걸쳐 42.3%나 올랐다.우리나라만 그런 건 아니다. 유럽은 물론 미국에서도 난방비로 난리다. 세계 어느 곳에서는 전쟁을 하고 그 전쟁 때문에 우리는 또다른 전쟁을 치루는 처지가 됐다. 그러니 세상 모든 이들이 참전한 형국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판국에 전쟁, 한파보다 더 무서운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난방비 상승이 지난 정권탓으로 돌리는 등 정치싸움이 그칠 줄 모른다. 난방비를 줄일 대책은 하지 않고 인상분을 어디다 전가시킬 건가에만 골몰한 이들이 국민을 더욱 아프게 한다. 그래서 더 춥다. 전원에 살면서 난방비 걱정 없는 날이 있었던가. 믿을 수 있는 정책과 신뢰할 수 있는 정치가 더욱 절실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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