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 항상 치루는 행사가 있다. 여느 가정과 마찬가지로 김장이다. 요즘 지역에서는 김장축제로 북새통이다. 서울이나 전국 어디서도 같은 풍경일 듯 하다. 김장시장도 열렸다. 경동지역 지방자치단체 및 농협 등도 코로나19로 멈췄던 김장축제를 다시 재개했다. 지역시민단체들도 김장나눔행사로 온정을 나누느라 여념 없다. 양로원이나 고아원 등 소외계층에도 정성스런 김치가 보내지고 나눔은 날개달고 퍼지고 있다.
그런 와중에 우리도 축제장에서 배추 등을 구입했다. 몇해전 김장을 하려면 장에 가서 배추, 무우를 사고 마늘, 고추가루, 액젖, 파 등을 따로따로 사느라 애를 먹곤 했다. 그러나 일주일 정도 지역농협에 시장이 열린다. 그 시간 큰 마당에 산더미 처럼 배추가 쌓이고 각종 양념을 파는 천막들도 흥겨움을 더한다. 올해 아내는 양평농협에 가서 김장에 필요한 걸 한꺼번에 사왔다. 장에 다녀와서는 배추값, 양념거리도 값싸게 구할 수 있어 좋았다고 신바람이 나 있었다. 한아름이 되는 묵직한 배추 한포기가 2000원, 무우 다섯개짜리 한단 1만원. 무척 만족해 했다. 아내는 오랫동안 처가에 가서 김장을 해오곤 했다. 그래서 우리집 전라도 김치는 친구들에게도 특별했다.
그러다 집에서 직접 김치를 담그고부터 겨울맞이 행사가 됐다. 가장이라면 알 것이다. 김장을 마치고 나면 왠지 뿌듯한 느낌이다. 겨울준비를 다 마쳤다는 안도감이랄까. 그런데 올 김장은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 아내는 얼마전 이천에 가서 김치독을 사왔다. 투박한 질항아리다. 아내에게는 다 계획이 있었다. 예전 방식대로 김장해서 항아리에 담아 땅에 묻겠단다. 어느날 내가 외출한 사이 항아리를 땅에 묻어두기까지할 정도로 진심이었다.
친구는 수능시험 감독을 끝내고 주말에 김장하러 처가에 다녀왔다. "추워야 제 맛인데…." 그는 김장할 때가 됐는데도 날씨가 푸근해 영 맛이 안난다고 투덜거렸다. 농협마당에서 열리는 축제날에도 날씨는 따뜻했다. 도저히 김장철이라고는 느낄 수가 없었다.
결혼한 이후 처가나 친가에서 번갈아가며 김장을 해왔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는 이곳에서 아내가 직접 김장을 하고 나는 옆에서 잠시 보조 역할을 한다. 김장을 마쳤으니 월동준비가 끝난 셈이다.
문득 그런 생각도 든다. 곰들이 겨울잠을 자는 것은 먹이 때문이라고 한다. 동물원에서 먹이활동을 할 필요가 없는 곰들은 겨울잠을 자지 않는단다. 월동준비로 김장하지 않는다면 인생의 한 매듭이 지어지지 않는다고나 할까. 요즘 치르는 이 행사는 그래서 의미가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불편한 뉴스도 있다. 지난해 역대 최대를 기록한 김치 수출은 올 들어 주춤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12년 만에 흑자로 돌아선 김치 무역수지도 1년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설 것이란다. 올해 1~10월 김치 수출액은 1억1864만4000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12.8% 줄었다.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에서 건강식품이 된 김치 수출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김치 수입액도 크게 늘었다. 올해 1~10월 김치 수입액은 1억4152만1000달러로 지난해 연간 수입액(1억4074만2000달러)을 이미 넘어섰다. 물가 부담에 식당 등에서 중국산보다 가격이 비싼 국산 김치를 사용하기 어려워져서다. 올 연간 김치 수입액은 역대 최대인 2020년(1억5242만6000달러)을 넘어서는 1억6000만~1억7000만달러 수준이 될 전망이다. 우리 문화의 꽃인 김치가 수입에 의존하는 날이 되었다니.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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