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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이규성의 전원에산다] 내집마련과 현실

이규성 선임기자.

취재현장에 있는 동안 "집값이 오른다는 건 미래 후손들의 소득을 빼앗아 오는 것"이라는 말이 늘상 아프게 들리곤 했다. 그 말은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다. 너무도 당연해서다. 그저 시골마을 숲 얹저리에 내 집 한채 지어 여지껏 살아온 내게도 후손들, 즉 내 자식들의 미래를 도둑질한 것 같다는 혐의를 지우긴 어렵다.

 

30여년전과 지금의 취재현장을 묘사하고 있는 한 신문 기사를 들춰보자.

 

"사람들이 차를 버리고 뛰기 시작했다. 수확을 끝낸 논바닥을 가로질러 달리다 진창에 발 빠진 사람도 있고 넘어져서 흙투성이가 된 사람도 있었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분당 모델하우스로 가는 길마다 사람과 차가 뒤엉켜 움직일 수가 없게 되자 사람들은 논두렁, 밭두렁은 물론 길이 아닌 곳으로도 마구 내달렸다. 아이의 손을 놓고 달리는 남자도 보였다."

 

"전쟁통에도 이러지는 않았는데…. 아이가 깔리기라도 하면 어쩔 판이야. 누군가 한숨을 토했다. 모델하우스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안에 들어간 사람은 앞사람 뒷통수만 보면서 그냥 떠밀려 돌아나왔다."

 

1989년 11월30일. 경기 분당 서현동 시범단지 모델하우스 풍경이다. 당시 현장으로 내달려갔던 사람들의 절실했던 모습이 그려진다. 그러면 지금은 어떤 풍경을 적고 있을까. 30여년이 지난 지금 한 일간지가 보여주는 풍경은 그때와 다르면서도 같은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아래는 지금의 모습을 그린 어느 기사다.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월세를 구하다 당황스러운 일을 겪었다. 온라인 중개플랫폼을 통해 조건에 맞는 집을 찾아 공인중개사와 집을 보기로 약속을 잡았는데 불과 1시간 만에 '집이 나갔으니 오지 않아도 된다'는 전화를 받은 것이다. 다른 사람이 집을 보지도 않고 계약금을 넣었기 때문이었다. A씨는 '고민하다 집을 몇 번이나 놓쳤다'며 '이제는 계약 만료가 얼마 안 남아 웬만한 조건들은 내려놓고 가격만 맞으면 들어갈 생각'이라고 했다."

 

30여년 전에는 집없는 가정들의 자화상이었다면 지금은 2030세대의 아픔을 보여주고 있다. 같은 것은 예나 지금이나 집 없는 고통이 계속되고 있다는 거다. 30여년 전 분당신도시 집값은 최초 분양가가 단지별로 3.3㎡ 당 180만∼220만원, 최고점이던 2007년 상반기 3.3㎡당 평균시세 2075만원까지 오른 집값은 현재 3.3㎡당 평균시세 4000만원을 상회한다. 30여년전 분당에 첫 입주해 지금까지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매년 젊은이들의 일년치 연봉을 앉아서 번 셈이다.

 

최근 한 일간지가 보여줬듯이 집값은 떨어지는데도 전세를 못 구해 허덕이는 젊은이들이 많다. 이렇게 누군가의 불로소득은 결국 젊은이의 보금자리를 턴 것이나 마찬가지다. 젊은이가 서울에서 작은 집 하나 마련하는데도 월급을 한푼 안 쓰고 20여년을 모아도 불가능하다는 통계가 나왔다. 따라서 집 가진 사람들이 집값 상승으로 후손들의 소득을 가져갔다는 말이 틀리지 않는다. 월세를 찾아 허덕일 정도니 말이다.

 

대출을 확대하는 걸로 젊은이의 내집마련을 돕는다고해서 풀릴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주택공급을 늘려 문제를 잡겠다는 시장만능주의적 발상만으로도 어렵다. 여전히 집에 대한 정책은 멈춘 적 없다. 하지만 주택보급률이 전국적으로 100%가 넘어섰는데도 더욱 엉키기만하고 있다. 그게 그렇게 해결될 문제였으면 이제껏 주택문제는 허구일 수 있다. 민생을 뜨거운 가슴으로 볼 수 있어야 답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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