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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이규성의 전원에 산다] 또 물폭탄을…

이규성 선임기자.

서울 강남에 물폭탄이 터졌을 때 경기도 광주 곤지암 일대는 물론 양자산계곡도 산사태가 속출, 전원주택들이 물에 휩쓸렸다. 하지만 잣나무골은 별 피해를 입지 않았다. 얼마전 상하수도 및 오폐수 관로, 빗물 배수로가 정비된 때문이다. 최근 이 지역은 하루 400㎜가 넘는 강수량을 기록했다.

 

전원에 산다는 건 장마철마다 한번쯤 물폭탄을 감내해야 한다. 장마, 폭우가 적은 해는 다행이지만 수난이 없기를 바랄 순 없다. 잣나무골에 사는 동안 겪었는 수난이 주마등 같다. 4대강사업이 막 끝났을 무렵 폭우가 내렸다. 서울에서는 광화문과 오목교, 인양천 일대에서 물난리가 났다. 당시 우리 지역에서는 팔당댐이 위험수위를 넘나드는가 하면 이포보는 아예 성난 바다처럼 변했다. 곤지암천은 모래사장으로 변했고 경안천도 범람해 농경지가 침수됐었다. 그래서 폭우속 '자동차가 아니라 모터보트를 끌고 가는 거네'하고 투덜거리며 일하러 간 적도 있다.

 

한 번은 우리집으로 토사가 엄청나게 밀려들었다. 도저히 삽으로 흙더미를 치울 수 없을 정도였다. 돌덩이까지 밀려든 데다 물빠진 뒤 마당은 단단한 자갈밭으로 변해버렸다. 토사를 치우려고 포크레인을 부를 수도 없었다. 다들 수해복구에 동원돼 보름이나 지나서야 겨우 장비를 불러 복구했다.

 

간혹 정화조나 상수도를 덮쳐 애먹은 적도 있다. 올해는 좀 괜찮으려나 싶다가도 폭우에 한번쯤은 된통 당하기 일쑤. 미리 배수를 정비하고, 비설걷이를 한다고해도 미찬가지다. 그렇게 비가 덮친 날에도 출근하는 신세를 낙담하면서 살아온게 전원생활인가 싶다.

 

폭우가 내리던 엊그제 서울 강남 등 일부지역의 물난리를 보면서 참 남일같지 않다. 어떤 남자가 배수구에 엎드려 쓰레기를 치우는 모습도 보이고 물바다가 된 도로에 차들이 잠겨 있는 모습도 보였다. 다음날 서울 강남은 완전 전쟁터 처럼 처참했다. 반지하방에서 일가족이 죽음을 당한 소식도 있었다.

 

문득 서울 강남에 직장이 있는 아들에게 '출근은 괜찮았니'하고 전화를 했다. 아들은 지금 집에 들어와 잠을 자려는 중이라고 대꾸했다. 지난밤 강남일대가 물에 잠겨 도저히 퇴근할 수 없어 회사에서 밤샘했다고 한다. 게다가 새벽녁에는지하주차장으로 들어온 물을 퍼내느라 고생했다고 푸념했다.

 

물난리로 정치권도 난리다. 재난당한 사람 맘은 아는지 모르는지 사진찍기에 혈안이 된 정치인들, 수해봉사 마치고 술파티를 벌이면서 민생을 돌본다는건지 한심할 지경이다.

 

헌데 어떤 정치인은 반지하를 법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나섰다. 2020년 현재 전국의 반지하 주택은 32만7320가구다. 서울에만 20만849가구, 인천·경기 등 수도권에 대부분이 몰려 있다. 반지하에 사는 이들은 저소득층이다. 기초수급자들도 많다. 물론 '기생충'의 무대인 반지하는 뉴욕, 베를린과 같은 외국 대도시에도 있다. 그러나 유독 한국적 주거형태로 굳어졌다.

 

당연히 열악한 주거를 없애자는데 동의한다. 그러자면 반지하 거주자를 위한 임대주택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적어도 서울 시내에 분당만한 신도시 너댓개는 더 만들어야 가능하다. 재개발, 재건축 단지의 용적률을 두배쯤 높여도 쉽지 않다. 그게 아니고서는 모두 사탕발림이다. 신규 임대수요는 차치하고서라도 말이다. 물폭탄을 적당히 모면하려는 정책은 가뜩이나 힘겨운 이들에게 또 물폭탄을 퍼붓는것과 다르지 않다. 현실적인 정책을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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