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청년들에게 '빚'을 권한다. 그리고는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끊임없이 '몰핀'을 주입한다. 빚의 굴레는 더 무거워지고만 있다. 최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젊은이들에게 "(설령 떨어지더라도) 집을 서둘러 구입하지 말라"고 경고한 바 있다. 지속적인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인상)을 시사한 자리에서다. 그의 경고는 미국의 젊은이들보다 한국의 청년들이 더 새겨야할 대목이다. 이달 현재 30대 이하 청년다중채무액은 158조원를 넘어섰다.
그간 '영끌', '빚투'가 집없는 청년들의 불안감을 부채질했다. 그래서 지금 청년들은 금리 인상과 집값 하락의 여파를 고스란히 떠안아야할 처지가 됐다. 당분간 금리는 더 오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집값 추락은 바닥이 보이질 않는다. 하지만 이땅에선 청년들에게 주택 구입을 경고하는 목소리는 많지 않다. 오히려 청년들을 볼모로 집값 하락을 방어할 태세다. 꼭 일본이 주가 부양을 위해 국가 채무를 늘려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 어려운 형국을 누군가가 감당해야할 상황인데 그걸 청년들에게 전가한다는 인상을 지을 수 없다.
지금 주택시장의 공포감은 극에 달한다. 서울, 수도권 집값이 하락하고 하락폭도 커졌다. 특히 서울에서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지역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시장 전체가 거래 절벽이다. 미분양도 느는 추세다. 지난 6월 말 기준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2만7917가구로 전월보다 535가구 증가했다. 이 중 수도권 미분양 주택은 4456가구로 한달 새 25.1%(893가구) 늘었다. '준공 후 미분양'의 경우 전국적으로 7130가구다. 미분양 증가세는 서울, 수도권도 마찬가지다.
반면 1∼6월 주택 인허가 물량은 전국 기준 25만9759가구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12.6% 증가했다. 인허가물량은 서울을 제외하고 수도권 및 전국에서 크게 늘었다. 상반기 시장을 관망하던 건설업체는 인허가 물량을 8월 이후 쏟아낼 분위기다. 즉, 집 살 사람은 없는데 팔 집은 늘어난다는 말이다. 서울 아파트 3.3㎡ 당 분양가가 평균 3000만원이 넘은 지 오래다. 이런 때 정부는 달콤한 유혹으로 집 없는 청년들을 꼬드기고 있다. 이에 일부 언론도 편승했다.
"청년들아, 돈 없지? 집은 갖고 싶지? 내가 돈 빌려줄게!"
이런 꼬드김이 생애 첫주택구입자금 주택담보인정비율(LTV) 80% 허용이다. 이 말은 엄밀히 청년들에게는 빚을 한껏 늘려줄테니 마구 집 사고, 그래서 집값이 떨어지지 않게 청춘을 바치라는 말과 같다. 서울에서 작은 집 하나 구입하는데 월급을 한푼도 안쓰고 모은다해도 20년 이상 걸린다. 그런데도 인생을 저당잡히라는거다.
하반기 주택 분양물량이 쏟아짐에도 시장 침체는 명백하다. 시장 침체를 막으려면 누군가가 그걸 짊어져야 한다. 헌데 정부는 청년들을 내세운 듯 하다. 결국 5억∼6억원 이상 빚지고 집을 사라는 거다.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빚 내서 집 사라"고 노골적으로, 아무런 가책도 없이 떠벌이던 장관님이 되돌아온 꼴이다.
이렇게 '빚투'하면 그 청년은 40여년 이상 빚을 갚느라 허덕여야 한다. 아예 한 인생을 탕진시키겠다는 논리가 바로 빚을 늘려주는 정책이다. 무이자라면 모를까. 정부가 청년들의 대출금리를 4%로 제한하겠다고는 하지만, 그걸로 살아날 수 있는 건가.
도대체 파월 의장 처럼 경고라도 한마디 해주는 이가 한 명이라도 있어야 하는게 아닌가. 청년들에게 빚을 늘려줘서 잘 됐다고, 그것도 엄청난 대책을 내놓은 거라고 자화자찬하는 정부를 보면 기가 찰 노릇이다. 제발 빚을 권장하는 사회가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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