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계가 러시아에 자동차와 스마트폰 등을 계속 수출할 수 있게 됐다.미국이 소비재를 수출 제재에서 예외라고 확인해주면서다. 다만 현지 기업에 대한 금융 제재가 지속될 전망이고, 전쟁 장기화 우려도 여전히 안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미국 정부로부터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에 휴대전화와 자동차, 세탁기 등 소비재가 예외임을 확인했다고 3일 밝혔다.
앞서 미국 정부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FDPR을 적용해 수출을 규제하기 시작했다. 면제 국가 명단에 우리나라를 제외하면서 러시아 수출이 막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졌었다.
미국이 이들 제품을 수출 규제 예외라고 확인함에 따라 일단 수출을 지속할 수 있을지를 우려할 필요는 없게 됐다. FDPR 면제국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미국 등과 비슷한 수출 통제를 해야하는 만큼, 우리나라가 면제국이 아니라고 해서 면제국과 비교해 러시아 수출에 큰 제한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수출액 기준으로 12위 국가다. 지난해 99억8000만달러를 판매했다. 이 중 자동차가 26억4200만달러, 자동차 부품이 15억9000만달러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스마트폰도 현지 시장 점유율이 30%를 훌쩍 넘어서는 1위로 주력 품목 중 하나다. LG전자 등도 현지 가전 제품 시장에 공을 들이며 꾸준히 비중을 높여왔었다.
일단 관련 업계는 한시름 놓는 분위기지만, 그렇다고 사업을 정상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러시아를 향한 경제 제재가 더 거세지는 가운데, 시장 불확실성도 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자동차 업계는 현지 공장을 중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가 1일부터 5일까지, 일본 도요타도 4일부터 현지 공장을 중단하기로 했다. 현지로 부품을 보내던 물류망이 차단된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다. 마쓰다와 미쓰비시 등도 가동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현지 업체로부터 대금을 받을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러시아가 스위프트에서 퇴출되면서 금융 거래가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 대한상의 세미나에 따르면 FDPR 규제에서 예외 품목이라도 현지 국방부나 국영기업 등 '군사 최종 사용자'와의 거래시 문제가 될 수 있다.
수출과 사업을 이어간다고 해도 실적이 예전과 같을지도 미지수다. 당장 전쟁과 무역 제재로 인한 물류망 마비로 현지 공급부터 어려워진데다가, 전쟁과 금융 제재로 현지 소비도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어서다.
글로벌 기업들이 현지에서 잇따라 철수하는 이유도 이같은 판단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표면적으로는 러시아를 향한 저항이지만, 실리적으로도 무리하게 사업을 유지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
실제로 러시아 수출을 중단한 일본 혼다와 미국 GM과 포드, 스웨덴 볼보 등 여러 자동차 업계는 현지 점유율이 미미한 상태다. GM은 일찌감치 현대차에 현지 공장을 매각한 바 있다. 러시아에 대한 수출과 서비스를 중단한 애플 역시 점유율이 삼성전자와 비교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국내 기업들도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지만, 상대적으로 투자규모나 점유율이 높은 만큼 굳이 다른 기업들을 따를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대차그룹과 삼성전자가 오랜 투자와 노력으로 현지 자동차와 스마트폰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이어가는 상황, 러시아 시장이 한 번 철수하면 재진입하기 어려운 환경인 만큼 사업 방향을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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