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반도체 전쟁'이 전장 분야로도 확대될 전망이다. '다크호스' 인텔이 초미세공정에 이어 차반도체에까지 투자하겠다고 나서면서다.
전장 반도체가 '계륵'인 만큼 추가 투자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또다른 주력 분야인 자동차 산업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인텔은 최근 인베스터데이를 통해 파운드리 사업에서 자동차 전장 그룹을 출범시킨다고 밝혔다.
인텔은 자동차 반도체가 앞으로 10년간 2배 가량 성장해 연간 115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미리 전장 반도체 사업을 육성해 자체 개방형 중앙 아키텍처를 개발하고 수준 높은 양산 품질과 첨단 기술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이다.
인텔이 최근 인수를 결정한 이스라엘 타워 세미 컨덕터도 전장 사업을 넓히기위한 초석이었다는 분석이다. 타워 세미 컨덕터는 전장과 CMOS 센서 등을 생산하는 업체로 최대 22나노 수준 반도체를 양산하는 수준으로 알려져있다.
시간 낭비 없이 주로 20나노보다 큰 전장 반도체 양산 시설을 확보하는 것뿐 아니라, 전장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인증 절차를 생략하고 사업의 핵심인 거래처 확보 작업도 할 수 있게 됐다.
인텔이 전장 반도체 사업에 진출하면서 반도체, 특히 파운드리 업계는 또다른 과제에 봉착했다. 전장 반도체 공급난이 여전히 극심한 가운데, 초미세 공정에 더해 저난도 공정에까지 통합 솔루션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
이미 TSMC는 이같은 전략으로 성공을 거둔 바 있다. TSMC는 고객사 중심 경영 철학으로 초미세 공정 개발은 물론 십수년전 공정도 고객사가 필요로 한다면 여전히 유지하는 회사로 잘 알려져있다. 이를 통해 쌓은 깊은 신뢰가 삼성전자의 추격에도 점유율을 굳건히 유지하는 비결 중 하나라는 평가다.
문제는 저난도 공정 전장 반도체 사업이 '계륵'이라는 점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전장 반도체 사업이 사실상 수익을 내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고 있다. 당장은 반도체 공급난 때문에 수익률이 높아진 상태지만, 머지 않아 공급난이 해소되면 예전과 같이 부가가치가 떨어질 수 밖에 없어서다. 반도체 장비 업계가 꾸준히 8인치 웨이퍼 공정을 12인치 공정으로 전환할 수 있는 솔루션을 내놓고 있는데도 여전히 여러 반도체 업계가 투자를 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알려졌다.
특히 미래차에는 더 미세한 반도체가 더 적게 필요할 전망이다. 자동차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더 우수한 반도체를 요구하고, 이 과정에서 수십개로 구성되던 반도체를 몇개로 통합하고 움직임도 이어지면서다.
인텔도 이같은 상황을 충분히 고려했다. 인텔의 패키징 기술과 첨단 설계 및 공정, 모빌아이를 활용한 최첨단 솔루션을 기반으로 자동차를 위한 고성능 개방형 플랫폼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타워 세미컨덕터를 인수한 이유도 생산 공정보다는 고객사 확보를 위한 결정이라는 추측이 있다. 일각에서는 인텔이 미국 정부와 협의를 통해 현지 반도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결정을 했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도 '대규모 M&A'를 준비 중인 상황이다. 기대감이 높던 전장 반도체가 아닌 다른 분야를 대상으로 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전장 반도체 업체 인수 가격이 최근 들어 지나치게 높아진 데다 각국 정부의 '이기주의'에 따른 반도체 업체 매각 불승인 분위기도 문제로 지적된다.
삼성전자도 최근 다양한 분야를 대상으로 M&A 대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장 반도체 만이 아닌 AI와 로봇 등에서도 의미 있는 규모의 인수를 시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다만 국내 반도체 업계가 전장 반도체에 미온적인 상황이 또다른 국내 주력 산업인 자동차에는 부정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여전히 반도체 공급난이 심각한 상황,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내 생산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국내에서 전장 반도체를 생산하는 곳은 DB하이텍과 SK하이닉스시스템IC 등 일부에 불과하다.
반도체가 아닌 자동차 업계가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산차들도 테슬라와 같이 반도체를 자체 설계하고 고집적화하는 방향으로 발전하면 반도체 수급에 어려워하지 않아도된다.
현대차도 이미 대책 마련에 착수한 상태다. 반도체 자체 설계와 공급 등을 중요하게 논의 중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반도체 통합 등 구체적인 설계와 관련해서도 힘을 쏟고 있다는 전언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협력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현대차가 당장 반도체 설계와 양산 등에 나서기에는 역량이 부족한 만큼, 삼성전자와 함께 개발과 공급 방안을 강구하면 해답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다. 이미 삼성전자가 테슬라에 반도체를 공급하고 있어서 시너지 효과는 적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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