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광주에서 만나본 시민들
유세차에서 연설한 청년들, 윤석열 호남에서 선전할 것
기습 반대 시위했던 시민, 정치보복 발언 국민 우습게 안 것
【광주=박태홍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이번 제20대 대선에서 호남 지역의 민주당 몰표 현상을 막아내고 남도 민심의 새로운 선택지로 떠오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공식 선거운동 2일차인 16일, 윤 후보의 거점 유세가 열린 광주 송정 매일시장 인근에서 만나본 20·30 청년들은 호남에서 윤 후보가 30%의 특표율을 기록할 수 있다며 선전을 예상했다. 윤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시민은 "이해할 수 없는 후보가 나왔다"며 고개를 흔들기도 했다.
이날 윤 후보 유세를 돕기 위해 연설에 나선 곽승용 국민의힘 청년 보좌역을 유세차 옆에서 만났다. 곽 보좌역은 연설에서 30명이 넘는 청년 보좌역 중에 유일하게 호남에 주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곽 보좌역은 호남 지역의 청년들이 윤 후보를 지지하도록 설득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이념 논쟁보다는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한다. 시민들이 진짜 원하는 정책이 있다"며 "광주 지역에 코스트코나 스타필드 같은 대형 슈퍼마켓이 없는데, 제가 (후보에게) 강하게 꼭 공약으로 발표하시라 건의를 드렸고, 이외에도 구상한 것이 있어서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윤 후보는 연설에서 "복합 쇼핑몰이 수도권이든 전국 어딜 가든 많다. 왜 광주만 없나"라며 "(민주당이)시민이 원하는 데 무슨 자격으로 쇼핑몰 하나 들어오는 것을 막을 권리가 있나"고 호남 지방에 복합 쇼핑몰 유치를 약속했다.
5·18 민주화 운동 유공자의 자녀임에도 윤 후보 지지에 나섰다는 박용일 청년본부 청년통합특보단장은 유세차 연설을 마치고 기자와 만나 "기존 청년들은 시야가 없었다. 그저 광주 호남이라는 이유로 그냥 민주당에만 갇혀 있었다"며 "그러다보니 밀릴 대로 밀려버린 것이고 우리 청년들이 이제 눈을 뜨고 보기 시작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호남 사람들이 민주당을 지지해왔지만 돌아온 것은 '배신과 그 껍데기'라고 표현하며 민주당이 호남을 볼모로 잡고 이용해 왔다는 것이 호남을 움직이는 가장 큰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호남에서 윤 후보의 지지율이 30%까지 분명히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확신했다.
앳된 얼굴로 관중 속에 섞여 눈에 띄던 송영준(25) 씨는 전남 나주에서 윤 후보를 보기 위해 광주로 왔다. 송 씨는 "이재명·윤석열 후보 모두 논란이 없지 않지만 최근에 뉴스를 봤을 때,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가 날 리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공정과 상식을 내세운 윤 후보를 지지하게 됐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시절부터 정권교체 가능성을 높일 지역 중 하나를 호남으로 보고 구애를 이어나갔다. 이준석 당대표는 여순사건 피해자들과 만나며 호남 민심과 접촉면을 늘렸으며 전세 무궁화호 '열정 열차'를 타고 호남 지방을 순회하며 서진(西進) 정책을 이어나갔다. 윤 후보는 손편지 200만장을 호남으로 보내 지지를 호소했고 호남에 방문할 때마다 민주당 정권의 무능을 심판해달라고 설득하고 있다.
반면, 윤 후보가 거점 유세를 마친 후 다음 일정을 위해 이동하자 송정 매일시장은 일대 소란이 일었다. 윤 후보의 신천지 유착 의혹과 무속 논란을 비판하는 피켓을 든 사람들이 "윤석열은 사퇴하라"라고 거세게 소리쳤기 때문이다.
그 중 가장 목소리를 높인 건 전정(76·광주 남구)씨였다. 그는 학교에서 국사를 가르치는 교사였다고 소개했다. 그에게 윤 후보 사퇴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이유를 묻자 "정권을 잡으면 가만히 놔두지 않겠다고 대통령과 국민들을 향해 공갈과 협박을 했다"며 "국민 전체를 죄인으로 보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한국전쟁의 잿더미를 이겨내고 4·19 혁명, 5·18 광주민주화운동, 6월 항쟁을 지나 겨우 민주주의가 이 수준까지 왔는데, 이런 후보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옆에서 전 씨에게 고생했다며 두유를 챙겨주던 A씨(67)는 윤석열 후보의 북(北) 선제타격 가능성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남북 간 정세를 보더라도 선제 타격한다는 것이 무슨 말이냐"며 "사드(THAAD) 추가 배치 공약도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에서 개인택시를 운전하는 서준겸(60) 씨는 아직 투표할 후보를 정하지 않았지만, 이젠 호남이 정당 중심 투표에서 벗어날 때가 왔다고 지적했다.
서 씨는 "원래 호남이 민주당 뿌리가 박혀 갖고 50·60세대와 노인들은 민주당이 머릿속에 딱 붙어있다"고 표현하며 "고(故) 김대중 대통령 이후로 민주당에서 (호남 출신) 대선 후보도 안 나온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이번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낙선했지만…"이라고 말을 흐렸다. 그는 "솔직히 말해서 옛날에는 이것 저것 생각 안하고 (선거 때) 어른들이 앞에서 따라다니면서 민주당 말만 했지만 청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니까, 세대가 교체 되면 많이 바뀔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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