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대비해 현지 인력들을 대피시키는 등 긴급 대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현지 사업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러시아 사업이 작지 않은데다가 전쟁에 따른 후폭풍을 예의 주시하는 모습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기업들은 우크라이나에 현지 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현대코퍼레이션과 포스코인터내셔널, 한국타이어 등이다.
해당 업체들은 일찌감치 주재원 가족들을 귀환조치했으며, 전운이 고조되면서 필수 인력만 제외하고는 귀국이나 인근 국가로 대피시켰다.
다행히 현지 사업장은 대부분 생산 시설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와 LG전자, 한국타이어 등은 판매를 위해 법인을 운영하는 상황, 다른 곳도 비슷한 상황이라 전쟁이 일어나도 물적 피해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러시아다. 삼성전자는 러시아에 TV 생산 공장과 R&D 센터를, LG전자도 러시아 사업장에서 전자제품 생산을 하고 있다. 현대차도 현지 판매를 위한 조립 공장을 운영 중이다.
물리적 공격을 받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삼성전자와 LG전자 공장은 모스크바 인근 동남쪽에 있으며, 현대차 공장이 있는 상트페테르부르크는 모스크바보다 훨씬 북쪽에 위치했다. 우크라이나와는 수백에서 1000km 이상 거리 차이가 있다.
가장 큰 우려는 시장 침체다. 전쟁이 일어나면 일단 전쟁국가 내수 규모가 크게 쪼그라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인구가 1억5000만명에 달하는 나라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으로 평가된다.
가장 우려가 큰 분야는 자동차다. 코트라에 따르면 러시아 승용차 시장은 2020년 기준 160만대 수준으로, 지난해 현대차와 기아가 현지 브랜드인 라다와 비슷한 38만여대를 판매하는 등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는 곳이다. 대 러시아 수출액에서도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비중이 각각 29.2%, 15%로 절반에 달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전쟁이 일어나면 현지 자동차 시장이 10%, 전면전으로 치달을 경우 30% 가까이 급락할 것으로 우려했다. 이에 따라 정부에 긴급 대책을 건의한 상태다.
가전과 스마트폰 시장도 마찬가지다. 내수 시장이 위축되면 이들 판매량 역시 쪼그라드는 게 불가피하다. 삼성전자는 러시아에서 TV와 스마트폰으로 1위를 이어가고 있으며, LG전자도 현지 시장에서 꾸준히 마케팅을 지속하고 AS 서비스를 확대하는 등 공을 들여왔다.
러시아가 전쟁 책임으로 무역 제재를 받게 돼도 악재다. 현지 수출은 물론 반도체 판매도 어렵게 될 뿐 아니라, 현지 공장에서 원자재 수급난으로 생산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원자재 공급망도 악화된다. 당장 전쟁이 일어나면 국제유가가 급등할 수 밖에 없고, 러시아에서 생산하는 알루미늄과 팔라듐 등 주요 원자재도 수급이 어려워진다. 러시아 인근을 지나는 물류망도 멈춰선다.
일단 업계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인 만큼 적극적으로 대응하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다만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필요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한편 미국은 러시아가 16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수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이후 전세계적으로 전쟁을 막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미국은 여전히 베이징 동계 올림픽이 끝나는 20일 등 전쟁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러시아를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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