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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커버스토리] '꿈'깨는 4차산업혁명, 이제는 양산 능력이 승부처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후 스팟에 이어 스트레치까지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현대자동차그룹은 대량 양산 능력을 가지고 있다" 올 초 열린 CES2022에서 보스턴 다이내믹스 마크 레이버트 회장은 현대차그룹과 기대되는 시너지 효과를 이렇게 말했다. 세계 최고 로봇 기술 회사도 양산 능력이 필요했다는 얘기다.

 

미래를 앞당길 새로운 기술들이 앞다퉈 발표되고 있지만, 여전히 현실화되는 분야는 많지 않다. 그나마 상용화된 기술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 대중화까지는 요원한 경우가 많다.

 

기술을 '꿰는' 일, 양산이 그만큼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합리적인 가격에 많은 수량을 공급해야 시장을 만들고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또다시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생산 기지를 만들고 오랜 시간 테스트를 거쳐야만 한다.

 

한동안 소비자들은 현실보다 '꿈'에 주목했다. 기존 업체들을 평가절하하고 대신 청사진을 제시하는 새로운 기업에 높은 점수를 줬다. 주식 시장도 기존 업체보다 신흥 업체들에 투자가 몰리면서 '제2의 벤처붐'이 일기도 했다.

 

이제는 변하고 있다. 혁신적인 제품이라도 품질을 확인하기 시작했고, 증권 시장에서도 양산 능력을 갖춘 회사가 다시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 스타트업도 계획을 현실화하는 역량을 판단 기준으로 평가받게 됐다.

 

쌍용자동차도 오랜 준비 끝에 전기차인 이모션 양산에 성공하며 본격적으로 친환경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쌍용자동차

◆ 꿈 깬 전기차 시장

 

자동차 업계는 양산 능력이 가장 중요시되는 분야 중 하나다. 미국 포드가 대량 생산 개념을 확립한 이후 지금까지도 얼마나 효율적으로 고품질의 차량을 많이 만들 수 있는지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해왔다.

 

특히 전기차 양산 능력은 자동차 업계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자리잡았다. 글로벌 정부가 환경 규제를 강화하면서 전기차 도입을 가속화하는 상황, 대대적인 양산을 통해 가격을 내연기관차 수준으로 낮추고 더 많은 차를 보급할 수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크다.

 

한때 전기차 시장은 '꿈'만 내세운 기업들이 난립했었다. 테슬라를 시작으로 완전히 색다른 디자인과 전기 모터를 이용한 획기적인 성능을 갖춘 모델을 내세워 기술을 자랑하고 투자를 유치하며 크게 성장한 회사도 많았다.

 

그러나 성공 케이스는 사실상 테슬라가 유일하다. 다른 회사들과는 달리 일찌감치 로드스터를 시작으로 모델S와 모델3 등 고성능 전기차를 양산해 내연기관차 수준으로 가격을 낮추는데 성공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이 472만대, 테슬라는 100만대에 가까운 판매량을 기록하며 전세계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최근에도 테슬라는 여러 행사를 통해 전기차보다 새로운 양산 기술을 앞세워 발표하고 있다.

 

테슬라 기가팩토리 /테슬라

'제2의' 테슬라'로 주목받던 신생 기업 대부분은 양산에 이르지 못하고 존폐 기로에 서있다. 이미 군산공장에서 양산을 모색하던 중국 바이톤은 파산 수순, 패러데이퓨처와 미국 루시드모터스 등이 뒤늦게 양산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모습이다. 주가도 테슬라를 제외하고는 급락을 거듭하고 있다.

 

테슬라가 전기차 양산에 일찌감치 성공했던 비결은 단연 원통형 배터리다. 원통형 배터리는 양산이 쉬운데다가 보편적으로 사용돼 가격이 저렴하고 고성능을 낼 수 있어 테슬라가 전기차 가격을 대폭 인하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테슬라는 전기차보다 배터리 사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직접 배터리를 만들고도 있다.

 

문제는 원통형 배터리가 구조적 문제로 열을 잘 배출하지 못해 화재 등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 때문에 테슬라는 여전히 배터리 결함에 따른 화재 의혹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기존 완성차 업계가 전기차 양산에 나서지 못한 이유도 이 때문으로 알려져있다. 배터리에 대한 연구가 아직 미흡했던 상황, 안전한 배터리를 찾기 위해 각사마다 수많은 연구를 거듭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답은 나왔다. 자동차 업계는 각자 각형과 파우치형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다. 기술이 고도화되고 양산이 본격화하면서 가격도 크게 떨어졌다. 국내외 배터리 업계가 전세계에 새로운 셀 생산 기지를 만들면서 배터리 가격은 앞으로 계속 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SK이노베이션이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배터리 공장.

이에 따라 완성차 업계도 전기차 생산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지난해 기준 폭스바겐이 43만여대, 현대차그룹이 24만여대 전기차를 판매했다. 아직 테슬라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순차적으로 기존 공장을 전기차 체계로 전환하면서 양산 능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가격 인하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테슬라의 가장 큰 문제인 품질 문제도 없어 점유율 역전도 머지 않았다는 예상이 나온다.

 

남은 숙제 역시 배터리를 어떻게 양산할지다. 일단 완성차 업계는 일단 배터리 업계에 공급 협력을 강화하거나, 아예 함께 셀 생산 기지를 만드는 등 각자 다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완성차사가 당장 배터리를 양산하기는 어려운 만큼 테슬라와 같이 완전 내재화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분석이지만, 전기차에 배터리 비중이 높은 만큼 장기적으로는 직접 공장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여러 업체는 배터리 패키징에서만큼은 직접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효성 그린 수소 생산 이미지 /효성

◆ 진짜 친환경 시대, 그린 수소 대량 생산이 관건

 

미래 핵심 산업인 수소 에너지 역시 양산에 초점이 맞춰진 산업 분야다. 우주에서 가장 많은 원소이긴 하지만, 지구에서 구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수소 충전 가격은 1kg당 8000원 수준이다. 수소차 넥쏘 전비가 1kg당 90km 안팎으로, 10km에 1000원 가까이를 지불해야한다. 정부 보조금이 있어 실제 부담금은 1kg에 5000원 가량이지만, 정부가 언제까지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나마도 이같은 수소 가격은 화석연료를 이용해 추출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세계에 유통되는 수소 중 96%가 '그레이수소'다. 석유화학이나 철강 공장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하거나, 천연가스로 물을 추출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그레이수소가 대량 생산을 본격화하면 원가를 추가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과 정부 등이 앞다퉈 수소 생태계를 조성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는 청정 에너지인 수소를 추출하기 위해 화석연료를 태우는 '모순'이다. 친환경차를 움직이기 위해 이산화탄소를 더 배출해야한다는 것.

 

대안으로는 블루 수소가 있다. 생산 방식은 같지만,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방식으로 환경 오염을 최소화하는 방식이다. 다만 이 방식 역시 추가 공정이 필요해 비용이 더 들게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30년까지 그린수소를 생산하기 위한 해상 설비를 갖출 계획이다. 사진은 지난 1월 4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22에 현대중공업그룹 발표 /김재웅기자

때문에 궁극적으로 수소 생태계는 완전히 친환경적으로 생산하는 '그린 수소' 방식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린수소는 태양광이나 풍력 등 친환경 발전을 통해 만든 전기로 물을 분해하는 방식으로, 완전한 친환경 에너지로 꼽힌다.

 

당장 그린 수소 가격은 그레이 수소보다 5배 이상 비싸다고 알려져있다. 친환경 발전 비용이 워낙 비싼 탓이다. 현실적으로 당장은 대안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이에 에너지 기업들은 그린 수소 대량 생산을 미래 핵심 사업을 지목하고 대규모 투자와 기술 개발에 나선 상태다.

 

SK는 세계 최초로 그린 수소 양산을 시작한 미국 모놀리스에 투자하고 그린수소 양산 체계 구축 계획을 세우는 등 발빠르게 움직이고 나섰다. 한화솔루션도 태양광 사업과 수전해 기술 분야 등을 활용해 그린수소 사업을 본격화했다.현대중공업 역시 미래 핵심 사업으로 수소를 지목하고 2030년까지 해상에 친환경 발전 설비를 갖춘 그린 수소 생산 기지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수소 에너지 활용에 필수적인 부품, 스택 역시 양산이 중요 과제다. 전세계적으로 손에 꼽는 스택 생산 기업 중 하나인 현대모비스는 충주 공장을 통해 스택 양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스택 가격이 떨어지는 게 수소 생태계 확대 열쇠 중 하나인 만큼, 꾸준히 양산 규모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sl TSMC 팹3. /TSMC

◆ 반도체 1위, 수율을 잡아라

 

삼성전자는 수년 전부터 기술 개발 성공을 따로 알리지 않고 있다. 수년 전만 해도 메모리 반도체 업계간 경쟁적으로 미세 공정 개발 등을 발표하며 우위를 자랑해왔지만, 양산을 하지 못하는 기술은 의미가 없는 만큼, 앞으로도 개발 성과를 굳이 공개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삼성전자

반도체 산업은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임과 동시에, 양산 능력이 가장 중요한 산업이기도 하다. 웨이퍼 1장에 얼마나 많은 칩을 찍어낼 수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높은 품질을 보장할 수 있는지가 반도체 업계의 성패를 가른다. 더 많이 만들어낼수록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수율이 높으면 불량률도 낮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1위 자리를 확고히 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생산 능력을 뜻하는 수율을 크게 높였던 덕분이다. 선제적인 투자로 생산 설비를 확충하고 '치킨 게임'에서도 승리, 이를 바탕으로 또다시 대대적인 투자를 거듭해 초격차를 확보하며 더 싸고 저렴하며 성능 좋은 메모리 반도체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삼성전자 메모리 수율은 업계에서 최고로 평가된다. D램에서는 동그란 웨이퍼에서 측면부를 최대한 살려내는 식각 공정 경쟁력으로 수율을 극대화할 수 있었고, 3D 낸드플래시 기술 핵심인 셀에 균일하고 정확하게 구멍을 내는 홀 기술도 경쟁사를 압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도 회로 선폭 깊이 등 성능면에서도 좋은 결과를 냈다.

 

YMTC가 양산한다고 발표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한 128Gb 낸드플래시. /YMTC

반대로 중국 기업들은 양산에서 고배를 마시고 '반도체 굴기'에 실패했다. 미중무역분쟁 직전까지 중국 기업들은 첨단 반도체 시제품을 여러차례 선보이며 반도체 기술력을 자랑했지만, 실제 양산에 성공한 것은 저난이도 구형 제품 뿐이었다. 중국 팹리스 기업이 수나노대 비메모리 반도체를 개발해왔음에도 미중무역분쟁에 빛을 보지 못한 이유 역시 양산 능력 한계 영향이었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부문에서 점유율을 높이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대만 TSMC에 수율로 뒤쳐지기 때문이라는 추측도 있다. TSMC가 파운드리 한우물만 파왔던 만큼, 삼성전자가 따라잡기 쉽지 않은 상태라는 것.

 

애리조나 인텔 팹42. /인텔

삼성전자가 TSMC보다 빨리 올 상반기 3나노 공정에 게이트 올 어라운드(GAA)를 선제적으로 도입하기로 한 상황, 기술적으로는 한 발 앞서 나갔음에도 여전히 경쟁 우위라는 평가가 나오지 않고 있기도 하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3나노 공정 수율을 충분히 확인해주고, 추후 2세대 GAA까지 양산 능력을 증명해야 비로소 TSMC 본격적으로 겨룰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인텔은 아직 파운드리 양산 체계를 갖추지 않고서도 '다크호스'로 주목받는다. 이미 CPU를 통해 양산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인텔은 미세 공정 단위를 기준으로 양산 능력에서 삼성전자나 TSMC보다 한 발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다. 타사 기준 10나노 공정에 머물러 있지만, 실제 트랜지스터 개수 등을 고려하면 7나노 수준이라는 것. 실제로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 재개를 발표하면서 공정 이름을 자체 기준으로 변경했고, 2025년 파운드리 사업을 시작하면서는 2나노 수준으로 경쟁하겠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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