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대표 소송'으로 기업을 '마녀사냥'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려고 하자, 경제단체가 적극적으로 반대를 표명하고 나섰다.
국내 경제 7개 단체는 10일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 개정에 대한 경제계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7개 단체는 ▲한국상장회사협의회 ▲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코스닥협회 등이다.
이들은 지난해 열린 지난해 제10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대표소송 추진 관련해 '수탁자책임 활동 지침' 개정안이 상정된 데에 '기업 벌주기식' 주주활동에 몰두하는 것이라며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국민연금은 원칙적으로 대표소송 결정 주체를 기금운용본부로 두고, 예외적 사안에 대해서만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책위)에 맡긴다.
이번 개정안은 수책위로 일원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앞으로 대표 소송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수책위는 국민연금이 기업 경영에 적극 참여한다는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며 설립한 기관이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촉해 사실상 정부 입김이 크게 작용한다.
수책위가 대표소송을 전담하게 되면 국민연금은 다른 대주주나 오너 등에도 무분별하게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재계가 정부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특히 경제계는 연금보험료의 42%를 순수 부담하고 있어 대표소송의 직접적 이해당사자이지만, 복지부 및 국민연금과 사전 의견수렴조차 갖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대표 소송은 결과와 무관하게 기업 신뢰도와 평판에 큰 타격을 입힐 수 있으며, 결국 기금 수익률 하락으로 국민들에까지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계는 이같은 조치를 국민연금이 '기업 벌주기식' 주주활동해 몰두하는 것이라고 봤다. 이어서 복지부와 국민연금이 본분에 더욱 충실하기를 바란다며 해당 지침 개정 전면 보류와 선결과제 4가지를 제시했다.
우선 관련 절차 및 결정 주체 등 중요사항을 법률에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국민연금이 국내 기업에 대해 막대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그 영향력이 매우 커서 기업 경영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는 만큼, 대표소송에 대한 법적 근거와 절차 및 결정 권한 등 중요 사항을 수책위가 아닌 국민연금법 등 관련 법률로 직접 정하라는 것
두번째로는 대표 소송 대상 사건을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명확한 원칙과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여론에 편승한 소송이 남발될 수 있고, 기업의 혁신적인 경영 활동도 위축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이사의 고의에 의한 불법행위 ▲이사 개인에게 경제적 이익이 귀속됐으며 ▲ 해당 사실이 판결이나 당사자의 자백 등으로 확정된 경우로 한정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세번째로는 철저한 검증장치 마련을 들었다. 대표소송이 승패와 관련없이 회사에 막대한 소송비용 피해가 불가피해서 헤지펀드들의 기업 압박용 위협소송으로 널리 활용된다는 이유다. 대표소송이 장기적 주주가치와 기금 수익률 제고에 기여한다는 명확한 근거도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이사가 회사에 미친 손해가 월등히 큰 경우에만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소 제기 기준 및 실익에 관한 철저한 검증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대표소송 제기는 기금 운용을 담당하는 기금운용본부에서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금 운용에 전혀 책임을 지지 않는 수책위가 결정하게 된다면 수익률과는 무관하게 정치나 사회적 이해관계, 여론 등에 따라 소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것. 때문에 기금 운용본부가 실익 등을 검토해 결정하되, 극히 예외적인 사안에 대해서만 최종 책임을 지는 기금운용위원회가 결정권을 갖도록 해야한다고 봤다. 또 기금 수익률이 악화될 경우 대표소송에 찬성한 당사자가 책임을 지는 남소방지 장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경제 단체는 "경영권을 지켜낼 변변한 방어수단 하나 없는 상황에서 복지부와 국민연금이 경제계 우려와 제언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개정안을 무리하게 강행하는 것은 명목상 주주가치를 앞세운 실질적 경영 간섭에 불과하고, 이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왜곡하는 것이다"며 "이에 경제계는 복지부와 국민연금이 경제계, 관련 전문가 및 유관 부처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신중한 정책 추진에 임해줄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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