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시간이다. 포스트 코로나 사회를 펼쳐나갈 대전환의 시기에 대한민국의 시선은 오는 3월 9일 치러질 제20대 대선으로 향한다. 인생지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이 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대선판에 집권여당의 대선 후보와 제1야당 대선 후보의 삶의 궤적을 훑어보면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이재명·윤석열의 인생곡선'을 준비했다. <편집자 주>
◆날아라 개천용 VS 관악 터줏대감
두 후보의 성장 과정은 극명하게 갈린다. 한 후보는 소년공으로 시작해 검정고시를 거쳐 사법시험에 합격해 개천에서 탄생한 용이라면, 또 다른 후보는 서울 중산층 가정에서 정규 교육을 받은 후 검사가 된 엘리트 형 인물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977년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에서 소년공으로 일하고 있을 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당시 신흥 명문으로 떠오른 서울 충암고등학교를 다녔다.
경북 안동군(현 안동시) 산골마을에서 아버지를 따라 상대원동에 자리 잡은 이 후보는 초등학교(현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산업현장에 투입됐다. 상대원동은 1970년대 경기도 광주에 대단지가 조성되면서 성남으로 이주한 철거민의 고용을 위한 공단이 즐비한 곳이었다. 이 후보는 목걸이·고무기판·냉장고 공장 등을 전전했다. 야구 글러브를 만드는 '대양실업'에서 입은 부상은 그에게 평생 장애를 남기기도 했다.
이 후보는 위험에서 빗겨난 공장 사무직을 동경했다. 그래서 중학교,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쳤다. 중앙대학교는 대입학력고사까지 치른 이 후보를 선호장학생으로 선정했다. 등록금 면제에 공장 월급보다 많은 학자금을 월마다 줬다. 그가 선택한 학과는 법학과였다. 1986년 이 후보는 두 번 만에 제 28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성북동, 평창동과 함께 서울의 오래된 부촌으로 꼽히는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연세대에서 응용통계학을 가르치던 윤기중 명예교수가 그의 아버지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관계가 좋지 못했던 이 후보와 달리 윤 명예교수는 아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대광초-충암중-충암고를 졸업한 윤 후보는 법조인이 되라는 부친의 조언에 따라 서울대학교 법학과에 진학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민주화의 열기가 달아오르던 1980년 5월, 윤 후보는 교내에서 열린 12·12사태 관련 모의재판에서 판사 역할을 맡아 신군부의 실세였던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 사건으로 윤 후보는 보안당국의 수사망을 피해 몸을 숨기기도 했다.
윤 후보도 사법시험에 도전했으나, 2차에서 번번이 쓴 잔을 들이켰다. 사람들을 만나서 어울리기 좋아해서 그랬을까, 윤 후보는 9번에 도전 끝에 1991년 제33회 사법시험에 통과했다.
윤 후보는 한 예능 방송에 나와 길어진 수험 생활에 대해 "대학 다닐 때도 아버지에게 맞았다. 술 먹고 밤늦게 돌아다니다 혼도 많이 났다"며 "공부도 안 하고 친구들과 맨날 밤늦게 다니니 고무호스를 접어서 실로 묶어 놓으셨더라. 맞고 나니 술이 다 깼다"고 회상했다.
◆성남 변호사 VS 강골 검사
두 후보는 직업인으로의 '제2의 삶'을 개척해나갔다. 이재명 후보는 사연 많은 공간 '경기도 성남시'에서 정치적 입지를 다졌다. 윤석열 후보는 실력을 쌓으면서 특수통 검사의 길을 걷는다.
이 후보는 사법연수원 성적이 상위권이었으나, 판·검사에 지원하지 않고 성남으로 내려갔다. 전태일 평전의 저자인 인권 변호사 조영래 변호사와 지인에게 자금을 빌려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다.
이 후보는 지역의 문제를 파고들었다. 시민단체 '성남시민모임'의 위원장을 맡아 시립병원 설립을 이뤄내기 위한 주민발의를 주도하고 정관계 비리의 온상이던 성남 파크뷰 특혜 분양 의혹을 세상에 알렸다. 당시 현직이던 이대엽 성남시장이 시 금고를 농협에 맡기고 그의 친척이 특혜 대출을 받은 사건도 파헤쳤다. 이 후보가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도 이때 쯤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그의 꼬리표가 된 'KBS PD 검사사칭 방조', '음주운전' 전과가 생겼다.
이 후보는 우여곡절 끝에 2010년 성남시장에 당선됐다. 성남시청 시장실을 시민에게 개방하고 전임 시장이 남긴 빚을 청산했다. 그리고 2014년 성남시장에 한 번 더 당선된다.
윤 후보는 검사 생활을 대구에서 시작해 강릉, 성남을 거쳐 기본기를 쌓고 1999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배치받는다. 이후 윤 후보는 2002년 이명재 전 검찰총장의 설득에 사표를 내고 로펌 태평양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으나 "짜장면 냄새가 그립다"며 검찰에 경력직으로 복귀했다. 검사가 천직인 셈이다.
강골 검사 윤 후보의 이력은 복귀 후부터 두드러진다. 윤 후보는 참여정부 초기 불법대선 자금 사건, 현대차 비자금 사건, 외환은행 헐값 매각 사건에 투입돼 특수 수사를 경험한다. 신정아-변양균 사건, BBK 특검 등 이명박 정부의 굵직한 비리 사건 수사에도 참여한 윤 후보는 2009년 대검찰청의 요직인 범죄정보2담당관, 대검 중수2과장, 1과장을 연달아 맡으며 특수통 검사의 길을 걷는다.
2012년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에 오른 윤 후보는 씨앤그룹 비자금 사건,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 LIG기업어음 사건을 맡고 이듬해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던 중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말을 국정감사장에서 내뱉으면서 일약 '스타검사'로 도약한다.
윤 후보는 수사 외압을 폭로했다는 이유로 정직 4개월의 징계를 받고 대구고검, 대전고검으로 내려가는 좌천성 인사를 견뎌낸다.
◆20대 대선 후보로 만난 두 사람
이 후보는 자신의 정치적 역량을 계속 향상했다. 이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로 일어난 촛불 시위에서 군중 속에서 연설했고 2017년 더불어민주당 19대 대선 경선에 도전해 당시 문재인 현 대통령,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이은 3위를 차지했다.
이 후보는 2018년 지방선거에선 약 90만 인구의 성남시의 행정을 책임지는 것을 넘어 2018년 대한민국 인구의 4분의 1이 사는 경기도지사 선거에 나서 56.4%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된다.
경기도지사로서 이 후보는 경기도 내 공공병원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해 관련 의제를 공론장에 끌어올렸고 경기도 내 계곡 불법시설물 철거를 통해 강력한 실행력을 대중에게 노출했다. 이 후보의 정치생명을 끝장낼 수 있었던 재판도 대법원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20대 대선 경선에서 결선투표를 거치지 않고 과반의 지지율을 얻어 정권재창출의 기수가 됐다.
다만 그를 둘러싼 '성남시 대장동 특혜 개발', '형수 욕설 논란', '전과 4범', '불륜 스캔들', '연인 살해 조카 변호' 논란 등이 점화됐다.
대한민국에서 검사의 이미지는 부정적이지만, 국민들이 윤 후보에 대해 거는 기대는 남달랐다. 윤 후보는 박근혜 전 대통령 특검에서 수사팀장을 맡아 뇌물죄 관련 대기업 수사를 담당한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으로 이어진다.
윤 후보는 2017년 전임보다 다섯 기수가 낮음에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되고 이명박 전 대통령을 수사해 구속하기에 이른다. 또 2019년 전직 문무일 검찰총장 보다 다섯 기수 밑임에도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으로 임명되는 '기수 파괴의 전형'을 보여줬다.
모두가 '강골검사' 윤석열 아래 검찰에서 기대하는 바가 컸으나 검찰총장 윤석열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을 수사하면서 청와대와 각을 세운다.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이미지도 이 때 더 강화된다.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과 조국 관련 수사, 검찰 개혁에서 갈등을 빚은 윤 후보는 총장 직무집행정지, 2개월 정직 징계, 취소 소송 등 초유의 사태 이후 2021년 3월 4일 검찰총장을 사직한다. 사직의 변에서 그는 "이 나라를 지탱해 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지금 파괴되고 있다. 앞으로 제가 어떤 위치에 있든지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선전포고를 했다.
마음을 굳힌 윤 후보는 6월에 대선 출마를 선언하고 국민의힘에 입당하면서 세력을 끌어 모은다. 정치신인 윤석열에게 반신반의하는 시선도 적지 않았으나, 정권교체론를 등에 업은 윤 후보는 베테랑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 유승민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 원희룡 전 제주지사를 꺽고 제1야당의 대선후보가 됐다.
한편, 윤 후보도 정치 입문 이후 '윤석열 검찰 야당 고발 사주 의혹', '전두환 옹호 발언', '부인 김건희 씨의 경력·이력 부풀리기 의혹', '장모 구속' 등으로 논란을 피해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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