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人 머니 산업 IT·과학 정치&정책 생활경제 사회 에듀&JOB 기획연재 오피니언 라이프 AI영상 플러스
글로벌 메트로신문
로그인
회원가입

    머니

  • 증권
  • 은행
  • 보험
  • 카드
  • 부동산
  • 경제일반

    산업

  • 재계
  • 자동차
  • 전기전자
  • 물류항공
  • 산업일반

    IT·과학

  • 인터넷
  • 게임
  • 방송통신
  • IT·과학일반

    사회

  • 지방행정
  • 국제
  • 사회일반

    플러스

  • 한줄뉴스
  • 포토
  • 영상
  • 운세/사주
오피니언>칼럼

[이규성의 전원에산다] 안거리 뷔페식당에 가는 이유

이규성 선임기자.

안거리에는 예닐곱개의 식당이 있다. 중국집, 설렁탕집, 한식집, 순대국밥집 그리고 두개의 뷔페식당이 있다. 뷔페식당이라고 해봐야 가격이 저렴한 자율식당과 같다. 안거리에는 초등학교, 농협, 마트, 식당, 치킨집 등 약간의 편의시설이 있다. 안거리에 편의시설이 생겨난 이유는 오래된 초등학교 때문인 듯 하다.

 

안거리 식당은 단골이 다 다르다. 고등학생이나 아이들은 주로 중국집엘 가고 어른들은 설렁탕집이나 순대국밥집에 가는 편이다. 대체로 힌식집은 가족단위로 이용한다. 특이한 것은 뷔페식당이다. 이곳은 7, 8년전에 생겨 여전히 성업중이다. 그외의 식당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이후 몇차례 폐업을 반복하다가 근래 들어 자리를 잡았다.

 

뷔페식당은 반찬이 무려 스무가지가 넘고 점심엔 별도로 국수가 나온다. 간혹 복날 별식으로 삼계탕이 나오기도 한다. 아침엔 계란후라이와 국이 일품이다. 국은 해장국과 콩나물국, 북어국이 주로 나온다. 아침은 오전 여섯시부터 시작된다. 이 식당은 주변 공장 구내 식당과 마찬가지다. 구내식당과 같은 이유는 노동자들이 싸인을 하고 식사를 하면 한 달에 한 번씩 공장에서 결재를 할 수 있어서다. 별도의 식당을 갖추기 어려운 공장, 고정 이용자를 확보하려는 식당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이곳에서 공장과 물류창고 종사자들이 하루 세끼를 해결하는 이들도 있다. 외국노동자들이 대표적이다. 아침에 해장이 용이한 국이 주로 나오는 것도 이들 생활 패턴을 감안한 메뉴인 셈이다. 밤새 술 마신 사람들을 위해 속을 풀고 일 잘하라고, 일종의 응원과 배려섞인 음식라고나할까. 저녁 무렵에는 막걸리나 소주 등 반주를 곁들일 수 있으며 별도 메뉴로 삼겹살이나 토종닭 볶음탕을 팔기도 한다.

 

인근 공장 근로자들이 이용하다보니 주민들은 다른 식당을 주로 찾는다. 그것은 그저 나름대로의 질서 처럼 느껴진다. 나는 그 질서, 주민들의 습관에서 예외인 사람이다. 여러 식당을 아무 때나 이용한다. 덕분에 외국 근로자들과 친분을 쌓을 수 있었다. 간혹 새벽녘 뷔페식당, 저녁무렵 순대국집엘 간다. 또 친구들이 찾아올 때는 인근 마을 골프장 입구 보리밥집엘 간다. 보리밥집은 십 수 년 전부터 서울사람들에게도 많이 알려지고 서울 등 수도권에도 프랜차이즈 체인점이 여럿 생격날 만큼 유명한 곳이다. 설렁탕집도 자주 간다.

 

요즘엔 주로 뷔페식당을 많이 이용하는 편이다. 코로나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간 친구들이 다시 왔으려나. 점심 무렵 질서정연하게 입장해 QR코드를 찍고 접시에 음식을 담는 풍경은 차라리 비장할 정도로 조용하고도 느릿하다. 또 검거나 회색 잠바 일색이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조용히 밥을 먹는다. 왁자지컬하게 큰 목소리로 얘기를 주고받는 예전 모습이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리고 식당 이용객들도 달라졌다. 수 년전 자리를 가득 메웠던 외국 노동자들은 전혀 보이질 않는다. 베트남, 우주벡, 네팔, 스리랑카인 등 인종 전시장 같았던 식당은 예전과는 판이하다. 사마르칸트에서 온 한 우즈벡 친구는 '우리와 너희는 친척뻘 되는 민족'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속으로 '친해지려는 마음은 가상하다만 말도 얼굴도 다른 너희들과 친척은 좀 과하다'고 뇌까렸었다. 한참 후 중앙아시아의 흉노족, 위그르족, 서남아시아의 돌궐족이 우리와 같은 시원을 가진 민족이란 걸 알고는 화들짝 놀랐었다. '그렇네. 네 말이 맞잖아'. 그들은 아직 돌아오지 못 했다. 몇 년전 크리스마스 이브에 우연히 합석, 술잔을 나눴던 스리랑카친구들. 그 연줄로 알게 된 우즈벡 친구들. 박항서 축구에 함께 응원했던 베트남인. 그들과 나누었던 얘기, 술잔. 코로나19가 앗아간 추억이 그립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 Copyright ⓒ 메트로신문 & metr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