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류 열풍이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BTS LA공연, '오징어게임'에 이어 '지옥' 등 K팝·K드라마가 코로나에 지친 마음을 달래주고 있다. '바로 그 한류!'.
기자는 소위 '올림픽학번'이다. 1988년 입학생이다. 당시 교정에서는 거의 매일 집회가 열렸고 어디서나 최루탄 냄새가 가득했다. 교문에서 대학교정까지는 수 백 미터 언덕길, 길가의 은행나무는 늘상 최루탄에 시달렸다. 그 풍경이란. 검게 그을린 화염병 자욱, 하얀 최루탄 가루가 무대위의 '쉘위댄스' 처럼 길바닥에 널려 있었다.
저녁무렵 학사촌과 교정 곳곳에서는 막걸리를 마시며 목청껏 운동가요를 불렀다. 아예 목 놓아 소리쳤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교정에는 두개의 아고라가 있었다. 하나는 '민주광장', 또 다른 하나는 '민족예술틀(민예뜰)'이다. '민주광장'은 아스팔트광장, '민예틀'은 밤 늦도록 막걸리를 마시며 토론과 논쟁이 벌어지던 잔디밭이었다. 민예틀에서 많은 학우를 만났던 기억이 있다. 그곳은 각 단과대학으로 흩어지는 이동통로로 예술대학 가운데 위치한 커뮤니티였다.
그곳에선 지나가던 누구도 그저 아무렇지 않게 끼어들어 막걸리를 나눴다. 사진, 문학, 미술, 연극영화, 무용, 디자인 등 문예 장르가 망라된 토론장이라니. 민예틀에 동참한 이들중에는 국악, 기악, 작곡, 현대음악 등 음대생들도 있었다. 그중에는 술판에 들어와 막걸리값 대신에 기타를 치거나 짊어진 바이올린을 꺼내 '솔아솔아푸르른솔아'를 켜기도 했다. 사진전, 걸게그림전, 집단창작시전, 풍물패 공연 등도 벌어졌다. 밤새 공연연습한 연극과생들이 끼어들라치면 그야말로 종합예술판이었다. 토론과 언쟁, 공연, 합창, 전시 등등…. 대화는 자유롭고 울분은 가득했다. 토론, 노래, 장기자랑. 난장판이라고 해야 맞겠다.
당시 가장 치열한 논쟁은 한국의 문화예술이 세계 주류문화가 될 수 있는가였다. 87년 6월항쟁 이후 문학평론가인 백낙청 선생이 말한 '민족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는 거대담론으로 논쟁은 항상 뜨거웠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민족적인 것은 자연친화적이고 생명윤리적이며 공동체적이고 보편타당하다는데 모두들 동의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특히 우리 감정과 정서를 제일 잘 전달할 수 있는 장르로 영화, 음악을 꼽았던 게 늘 잊혀지지 않는다. 그중에서도 한 학우는 "지금 우리가 장승과 벅수를 가지고 뉴욕·파리같은 곳에 가면 세계 최고의 조각이 될 것"이라고 설파하던 이도 있었다. 수 년 후 그는 아내와 더불어 '소녀상'을 세계 곳곳에 전파하고 있다.
사실 피카소, 마티스 등 위대한 예술가들의 근원에 아프리카 예술이 숨쉬고 있는 것 처럼 우리 문화예술에는 과거와 미래, 인간애가 소통하고 있다. 우리의 생활 방식, 환경, 자연에서 얻은 영감으로 표현된 예술세계가 바로 한류인 셈이다. 요즘 한껏 '국뽕'에 취해 있다. 그래서 나는 믿고 있다. 한류가 코로나로 지친 이들을 어루만지고 있다고. 또한 중국의 중화주의, 일본 군국주의, 이슬람 교조주의, 미얀마사태 등 전체주의를 막아낼 인류의 방파제가 될 것이라고. 왜냐고? 한류는 우리의 민족성, 보편성을 담고 있으니까. 지금 한류에 환호하는 이들을 보노라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청년시절 우리의 고뇌가 실현되고 있다니.
많은 이들이 말한다. "잘 만든 영화 한편이 자동차 100만대보다 낫다"고. 그러고 보면 그게 오늘의 밥줄이었을 줄이야. 늘상 감동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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