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새로운 인사제도 혁신안을 통해 급변하는 환경에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조직을 유연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단순히 우수 인재를 뽑는 것만이 아닌, 시스템 속에서 자연스럽게 젊고 유능한 인재에 많은 기회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하면서다. 이재용 부회장이 오랜 기간 고민한 결과라는 평가다.
◆ 기대 효과는 무엇
'삼성형 패스트 트랙'은 나이와 상관없이 우수 인재를 중용하고 경영진을 육성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연공서열을 기반으로한 '직급별 표준 체류기간'을 폐지하면서 능력이 있는 직원이라면 특별한 조치 없이 빠르게 승진할 수 있게 한 것. 이를 통해 30대 임원 승진도 훨씬 수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평가 제도도 객관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개편했다.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평가로 부서나 업무 차이와는 관계 없이 성과를 내면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평가자도 부서장 한명이 아닌 임직원들이 동참하는 '피어 리뷰'를 시범 도입하고, 점수가 아닌 서술식으로 평가를 하도록 해 최대한 구체적으로 평가를 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대신 최상위 10%에 대한 평가는 그대로 운영하며 동기 부여 요인도 빼놓지 않았다.
기회도 대폭 확대한다. '사내 FA' 제도로 같은 부서에서 5년 이상 근무하고 나면 다른 부서에서도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제도를 공식적으로 마련했다. '스텝 제도'로 국내외 우수 인력에 교환 근무 기회를 제공, 글로벌 경험과 리더 후보군 육성 토대도 준비했다.
조직 수평화는 새로운 인사제도를 더 빨리 도입할 수 있도록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인트라넷에 직급과 사번 정보를 삭제하고 상호 존댓말 사용을 원칙으로 정했다. 공식 승격자 발표도 하지 않는다. 부서원들이 부서장과 업무에 대해 상시 의논할 수 있는 '수시 피드백'도 도입했다.
근무 환경도 다변화했다. 주요 거점에 공유 오피스를 설치해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업무에 몰입하는 환경을 제공하고, 사내에도 카페/도서관형 자율근무존을 새로 조성해 유연하고 창의적인 근무환경을 구축한다.
삼성전자는 임직원 온라인 대토론회와 계층별 의견 청취 등 인사제도 혁신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이어왔다. 최종적으로 노사협의회와 노동조합, 부서장 등 1000여명을 대상으로 의견을 청취하고 세부 운영방안을 조율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인사 제도를 개편한 것은 2016년 이후 5년여만이다. 당시에도 직급 단계를 축소하고 호칭을 '님'이나 '프로'로 변경하는 등 쇄신을 단행했었다.
◆ 현장 목소리 적극 반영
이번 인사는 이재용 부회장의 오랜 고민이 묻어난다는 평가다. 최근 미국 출장에서 '우리의 생존환경이 극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과, 귀국길에 '냉혹한 현실'을 언급한 직후 인사 개편을 통해 조직을 대대적으로 쇄신하며 유연성을 대폭 제고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 대국민 입장 발표에서도 뉴삼성을 약속하며 인재 양성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인사 제도 역시 인재를 단순히 발탁하는 것이 아닌 육성하고 기회를 열어주는 방식을 도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조직 효율성뿐 아니다. 이번 인사제도에는 공정한 기회와 희망에 대한 메시지도 녹았다. 이재용 부회장이 그동안 현장을 찾아 직접 보고 들으며 고민한 결과다.
당장 우수 인력에는 정년 이후에도 지속 근무할 수 있도록 '시니어 트랙' 제도를 도입했다. 축적된 기술력과 경험을 존중할뿐 아니라 고령화와 인구절벽 등 환경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게 하고. 육아휴직자에는 육아휴직 리보딩 프로그램으로 경력 단절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등이다. 공채 제도도 계속 유지하기로 한 바 있다.
앞서 이 부회장은 2019년 청와대 기업인 간담회에서 '두 아이의 아버지'임을 언급하며 '소중한 아들딸에게 기회, 꿈과 희망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코로나19가 심해지던 지난해 8월 '워킹맘'을 직접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대대적인 혁신을 예고한 바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산업은 물론 직장 생활, 가정 생활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며, 잘못된 관행과 인식을 바꾸자는 것. 직후 삼성전자는 임신부와 육아가 필요한 임직원에 재택 근무를 허용하는 등 조치를 취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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