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늘함이 다가오는 늦가을, 직접 찾아본 르노삼성자동차 부산 공장은 오히려 직원들의 열기로 뜨거웠다. 언제 위기를 겪었냐는 듯. "상반기만 해도 우울했지만, 이제는 모두 해보자는 분위기로 완전히 바뀌었다" 르노삼성 관계자 말이다.
르노삼성을 바꾼 주인공은 뉴 아르카나. 국내명 XM3다. 유럽 출시 1년여만에 5만대 수출을 돌파하는데 성공했다. 아르카나 하이브리드 모델은 프랑스에서 친환경차 시장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내년 중으로 하이브리드 모델까지 추가하면 국내 판매량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내수 판매 축소에 닛산 로그 생산 중단으로 생산량이 대폭 감소했지만, 뉴 아르카나만으로도 연간 10만대 이상 만들 수 있게 되면서 흑자 전환 기대감도 높아졌다.
뉴 아르카나는 르노그룹에서 개발한 글로벌 전략 차종이지만, 르노삼성이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직접 생산까지 맡고 있다. 일찌감치 SM6(탈리스만)와 QM6(꼴레오스)로 개발 능력을 인정받은데 이어 뉴 아르카나도 르노그룹 20개 공장을 제치고 전량 생산을 맡는데 성공했다.
르노삼성이 전세계에 르노그룹 20개 공장을 제치고 뉴 아르카나 생산을 맡을 수 있었던 이유는 부산 공장의 뛰어난 생산력 덕분이다. 르노그룹이 전세계 공장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평가를 통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전세계 모든 자동차 공장을 평가 대상으로 하는 '하버 리포트'에서는 126개 공장 중 6위에 오르며 르노그룹을 대표하는 공장으로 자리잡았다. 뉴 아르카나 뿐 아니라 차기 프로젝트 유치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뉴 아르카나는 닛산 로그와 달리 고정된 유럽 수출 물량 생산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품질 경쟁력 강화가 요구됐다"며 생산성을 대폭 높인 배경을 설명했다.
르노삼성 부산 공장의 가장 큰 경쟁력은 '다차종 혼류생산'에서 나온다. 1개의 조립 라인에서 4개 플랫폼, 8개 모델까지 생산할 수 있어 운영 비용 절감 등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그러면서도 오조립이나 불량률을 최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타사 2~3개 라인 기능을 1개 라인으로 대체할 수 있을 정도로, 위탁 생산 모델을 수주해도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정도다.
핵심 기술은 자동부품 공급장치(AGV) 210기다. 공장을 종횡무진 누비며 각 공정에 필요한 부품을 정확하게 공급해준다. 바닥에 마그네틱 라인을 따라 이동하며, 사람이 지나가면 인식하고 바로 멈춰 안전사고도 내지 않는다.
실제로 부산공장 작업 라인에는 우핸들을 포함한 서로 다른 차들이 구별 없이 줄지어있는 가운데, 작업대에는 각각에 맞는 부품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작업자들은 작업 전 태블릿을 통해 부품이 맞는지 확인 후 작업을 시작해 실수를 방지했다.
혼류 생산을 하면서도 생산 품질 역시 르노그룹에서 최고 수준이다. 대당 불량수가 0.15건으로 르노의 전세계 20개 공장 중 가장 적다. 그룹 내 수행 평가를 통해 초기 품질 안정화에서도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XM3 초기 품질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일단 자동화가 큰 역할을 했다. 차체와 도장 공장 100%, 물류 공급 자동화율 95% 등 자동화 비율이 높은 편이다. 오프라인 검사 프로세스도 사진을 찍어 판단하는 비전 등 자동화 기기를 도입하며 작업자 검사 등을 더해 300%다. 불량 검사를 3번 한다는 얘기다.
르노삼성은 우수한 작업자 역시 부산 공장의 경쟁력을 높이는 장점으로 봤다. 철저한 품질 교육뿐 아니라 현장에서도 수시간마다 다른 작업을 하는 방식을 도입, 작업 이해도를 높이고 여러 공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통해 근무 피로도도 최소화하고, 인력 운영도 탄력적으로 할 수 있다. 작업 전환시 노조 합의를 필요로 하는 타사와는 다른 강점이다. 영어나 일본어가 가능한 직원도 많아서 그룹 관계자들과도 소통이 쉽다는 점도 내세웠다.
현장에서 본 작업자들은 관계자 설명 그대로였다. 투어가 진행되는 중에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작업에만 열중하는 모습. 그러면서도 피곤하거나 지친 기색보다는 자신감이 드러났다. 최근 XM3 인기에 사기가 크게 높아졌다고 관계자는 귀띔했다.
부산 공장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기술도 있다. 철저하게 품질을 관리하는 스탬핑 공정이나 서로 다른 소재를 정밀하게 용접하는 플라즈마 설비가 있지만, 차를 빈틈없이 튼튼하게 만들어주는 도장은 자타공인 최고 수준이다. 철저한 실링 작업으로 누수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했고, 수차례 전착과 오븐, 코팅 등 공정으로 방청 성능도 업계 최고 수준이다. 외장 색상도 21개까지 구현 가능하며, 최근에는 난이도가 높은 색상까지 적용하는데 성공했다.
이해진 르노삼성 제조본부장은 공장을 소개하면서 고객 만족을 위해 품질에 타협하지 않는 DNA 만큼은 삼성자동차에서 이어지고 있다고 특히 강조했다. 실제로 삼성차를 만든 핵심 인력들이 여전히 중역으로 활약중이다. 돌아오는 길 서울과 부산 도로에서 생산된지 10년을 훌쩍 넘은 닛산 티아나 베이스 SM5를 보며 새삼 르노삼성 부산공장 품질을 실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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