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가 공급망 관련 자료 제출을 앞두고 막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요구 사항을 다소 완화했음에도 기밀 유출 우려는 여전히 적지 않은 가운데, 정부도 협상에 나서려는 모습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오는 8일까지 미국 상무부에 공급망 정보를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주요 반도체 업체들에 최근 3년간 매출과 고객, 재고 등 현황을 요구한 바 있다.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에 대응해, 공급망 투명성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미국측 요구가 영업 기밀을 포함하고 있다고 난색을 표했다. 특히 고객사 정보는 영업비밀이라 자칫 법적 분쟁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에 따라 미국측은 고객사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대신, 산업별로만 제출하도록 기준을 완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제출하지 않겠다던 대만 TSMC도 다시 제출에 응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그럼에도 반도체 업계는 여전히 민감한 내용이 드러날 수 밖에 없다는 분위기다. 반도체 업계 특성상 산업별 공급 정보만으로도 고객사 현황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판매 가격이나 재고 수준 등은 가격을 정하는데 중요하게 활용된다. 고객사들에 정보가 유출되면 가격 협상에서 불리하다는 얘기다. 주요 고객 중 상당수가 미국 기업인데다가, 정보 취합 이유가 현지 공급망 안정화인 만큼 유출 가능성을 배재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기술 유출 가능성도 있다. 생산 장비와 시설, 생산 제품과 공급량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면 공정과 수율 등 주요 사업 정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 설명이다. 미국이 이 정보를 활용해 현지 생산 시설 및 투자에 반영하면 국내 반도체 업계를 압박하는 것도 가능하다.
중국과의 거래도 문제다. 중국 매출이 적지 않은 상황, 구체적인 자료 공개는 미국이 중국 공급을 줄이라고 압박할 근거가 될 수 있다. 중국에서 미국 측에 민감한 정보를 넘겼다고 문제를 제기하면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일단 국내 반도체 업계는 정보를 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 측이 제출 여부를 자율에 맡기겠다고는 했지만, 추후 강제할 수 있다고 언급하며 강도 높게 압박하고 있어서다. 최대한 민감한 정보를 제외한다는 방침이라도 주요 정보를 완전히 제외할 수는 없을 전망이다. 정부도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이달 중 미국에 보내 상무부 장관과 협의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실효성 있는 성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업계가 내부 정보 보안에 크게 예민한 이유는 작은 사실 만으로도 많은 정보를 이끌어낼 수 있어서다"라며 공급망 정보 공개 자체에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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