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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칼럼

[이규성의 전원에 산다] 잣나무골과 새 다리

이규성 선임기자.

최근 잣나무골에 다리 하나가 놓였다. 그 다리 이름은 '잣나무교'다. 폭 5m, 길이 10m 정도로 작은 편이다. 이제 잣나무골로 들어오려면 이 다리를 건너게 된다. 예전에 놓였던 시멘트다리는 곧바로 철거됐다. 다리 하나가 놓이고 철거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일주일 남짓. 새 다리의 콘크리트가 양생되는 기간을 포함하면 보름 정도 걸린 것 같다. '이처럼 다리가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었나'.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비록 작은 것이기는 하나 계곡 양쪽에 철제 기둥을 박고 그 위에 약간 배불뚝한 타원형 빔을 설치한 다음 상판을 덮는 것으로 완성됐다.

 

철거된 다리는 폭도 좁고 난간도 없었다. 눈이 내린 날 차가 개울로 떨어지지나 않을까 늘상 머릿털이 쭈뼛거릴 정도였다. 게다가 다리를 건넌 다음 직각으로 꺾어야할 만큼 괴상했다. 그래서 잣나무골을 내려갈 때는 거꾸로 다리앞에 이르러 직각으로 우회전을 해야하니 긴장되는 도하작전이 하루에 한 두 번 이상 이뤄졌다. 이제는 그런 불편이 사라졌다.

 

반면 다리를 건너는 풍경은 예전과 다르다. 예전 콘크리트교 아래엔 보가 설치돼 있어 다리 양편에는 작은 웅덩이와 밤나무 몇그루가 있었다. 이사와서 정착할 무렵 나는 어린 아이들과 물장구를 치러가거나 가을녁 밤을 주으러 잣나무골을 내려가곤 했었다. 웅덩이에서 물장구를 치다가 물고기를 잡거나 개울을 오르내리며 우렁 잡는 재미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그렇게 젖은 채 집에 돌아와 아내한테 야단을 듣던 그 추억을 다시 기약하긴 어렵게 됐다. 다리가 철거되면서 보도 사라졌다. 밤나무도 잘렸다.

 

옛 다리가 있던 자리와 잣나무교 사이의 거리는 불과 30m, 그 다리를 하나 옮겨지으면서 펼쳐진 풍경은 완연히 구별된다. 대신 다리와 잦나무골길은 반듯해졌다. 하지만 이제 어디를 봐도 그 개울에 가서 물장구를 칠만한 느낌이 안 든다. 보에 올라 잠시 휴식한다는 그림 역시 어디에서도 찾아보기가 어렵다.

 

잣나무골에 이르는 길 풍경도 많이 변했다. 지난 여름, 도로 포장을 새로 하면서 길 옆에 자라던 나무들이 잘려나갔다. 밤나무와 잣나무 몇그루였지만 다리, 정비업체에게는 좋아보이질 않았던 모양이다. 굳이 잘라낼 필요가 있었나. 아무리 봐도 그건 좀 지나친 것 같았다.

 

아니면 공사하는 김에 아예 정비된 분위기를 내려고 그랬을까? 혹시 그 작업으로 공사비를 더 받는 것이었나? 여러 생각이 든다. 답을 찾긴 어렵다. 그러면서도 무슨 간사한 마음인지 새로 놓은 다리가 확실히 좋다는 생각을 한다. 새 다리가 통행이나 미관에는 좋은데 추억이 잘려나갔다는, 이율배반이라니.

 

낡은 다리에도 작은 추억과 흘러온 삶이 있기 마련이다. 세상의 삽질만능은 무슨 시대정신인 것 처럼 아우성이니. 수많은 공사판마다 친환경적인 개발이라는 구호가 넘치는 건 또 어떻고. 사실 환경을 거스르지 않는 개발이 있다는 의견은 선뜻 동의가 안된다.

 

새 다리가 놓여야할 당위성은 있다. 10여년전 큰크리트다리 건너 포장재공장이 들어섰다. 그 공장을 드나드는 트럭들은 늘상 애를 먹었다. 어떤 트럭은 추락할 듯 다리에 걸친채 구조된 적도 있었다. 다리가 하나 놓이고선 가장 행복해진 곳은 포장재공장이다. 이제 다리를 건너 어렵지 않게 공장 마당으로 진입할 수 있게 됐다. 개발효과는 분명하다. 그걸 부정하지는 않지만 너무 쉽게 나무를 베어버리는 건 아쉽고도 아프다.친환경이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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