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8학군'에 산다. 내가 사는 잣나무골 반경 5㎞ 내 골프장만 다섯개다. 일개 면단위에서 골프장이 이처럼 많은 곳이 있을까. 경기도 광주와 더불어 인근 여주, 이천 등은 상수원 보호권역으로 부동산 개발에 규제가 많다. 그런데도 곤지암 일대는 집중적으로 개발됐다. 물론 골프장 중에는 인근 도척면이나 여주 산북면 등에도 서너개 있지만 일단 거리상으로 우리집은 골프장이 사방을 포위한 형국이다. 용인에서도 이처럼 집중된 곳은 없다.
처음 정착하기 위해 왔을 당시 골프장 세곳이 한창 공사중이었다. 그 세곳 모두 여러가지 잡음과 민원, 주민 갈등, 각종 의혹이 난무해 온통 시끄러웠다. 잣나무골 인근 마을마다 골프장 때문에 주민들이 갈라져 그야말로 아수라장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았다. 당시 나는 기자 신분은 아니었다. 설령 문제 의식을 갖는다해도 끼어들 틈이 없었다. 문득 아프리카 초원이라도 온 듯 낯설고 정착 외에 다른 것을 생각할 여념이 없었다.
건설중인 한 골프장의 경우 마을사람들은 퇴임한 지 얼마 안 된 대통령의 숨겨진 재산이라고 수근거렸다. 그러나 그로 인해 사회적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지금도 그의 것인지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그와 측근들이 인근 산에 올랐다가 현장을 둘러보고 가는 일이 많았다. 그의 아들 한명도 골프장 건설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들이 다녀간 후엔 마을이 잠시 술렁이다 잦아드는 일이 늘상 반복되곤 했다.
다른 한 골프장도 문제투성이였다. 그 골프장의 경우 골프장에서 제공한 향응, 뇌물 등으로 주민들간에 갈등이 복잡했다. 나중에 밝혀진 일이지만 이해관계와 협조 여부에 따라 향응, 뇌물 크기가 엄청난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결국 뇌물을 제공한 측과 주민 여럿이 감옥엘 가고 마을공동체는 쑥대밭이 됐다. 나중에 면민체육대회가 있던 날 그 마을사람들은 참석자도 적었고 다른 마을과 달리 흥이 나지 않는 모습을 본 적 있다. 오랜동안 마을사람들을 주눅들게 한 그 골프장에서는 국내 메이저 여자골프대회가 매년 열리고 있다.
세번째 골프장은 잣나무골에서 인접한 마을이기는 하나 행정구역이 다르다. 그 골프장에서도 주민들간의 갈등으로 잡음이 많았다. 골프장 측이 땅을 매입할 때 땅값 차이가 몇 배나 돼 일부 주민들이 늘상 화가 나 있었다. 비밀스런 개별 매매가 이뤄지다보니 벌어진 일이다. 계약골프장에 협조, 땅을 팔도록 유도한 이들은 값을 후하게 쳐주고 미리 땅을 내준 사람들은 헐값을 받아 갈등이 많았다. 게다가 환경오염 등을 이유로 골프장 건설 자체를 반대하는 이들까지 뒤엉켜 엉망이었다.
이곳 뿐만 아니었다. 인근 면에서도 휴양시설과 골프장을 건설하면서 뇌물을 먹은 국회의원, 군수 등이 감옥에 가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멀쩡한 골프장은 단 한군데 보질 못 했다. 하여간 문제투성이 골프장은 기여이 완공되고 주변엔 식당 수 십 개가 생겼다. 맨 처음 곤지암에서 양평으로 이어지는 지방도로변에는 식당 대여섯개 정도였다. 지금은 식당, 카페가 수 백 개나 된다. 부동산 중개업소도 수두룩하다. 골프장 입구 도로변은 아예 식당촌이 돼버렸다. 텅빈 땅에 식당, 카페 등 편의시설이 생겨 밤에도 휘황찬란하다. 단지 골프장 하나 생겼을 뿐인데 그많은 식당이 필요한 것인 지.
지금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있다. 나라의 흥망을 뒤흔들 정도다. 골프장 하나 만드는데도 마을공동체가 붕괴되고 온통 악취와 비리가 산골짜기를 뒤덮을 정도인데 다른 것들도 다 파헤쳐보면 문제가 얼마나 많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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