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찰, 검찰이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에 대한 특혜 의혹 수사에 착수했다. 현재 대장동 땅에는 여야 대통령 후보를 비롯해 야당 전현직 유력 정치인, 전직 법조인, 언론인, 재벌가 등이 뒤엉켜 고소, 고발, 논란이 난무하고 있다. 대장동 땅은 내게 꽤 익숙한 물건이다.
2000년대 초반,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직후 온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다. 대장동에서 나오기 어려운 물건 하나가 눈길을 끌었었다. 이 땅은 누구도 선뜻 손대기 어려웠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 묶여 있어 주택건립 등 개발행위가 불가능했다. 가격은 평당 10만원 이하로 낮았던 걸로 기억된다. 그런데 훗날 엄청난 시한폭탄일 줄은 아무도 몰랐다.
이 시기 부동산시장은 거대한 카지노판이었다. 돈많은 이들은 '세상이 IMF시대만 같아라'라며 배를 불리기에 최고라고 환호작약했다. 당시 용인 등 그린벨트 외의 지역에는 민간개발 아파트가 논 가운데 혹은 잘려진 산허리에 개발됐다. 일반인들도 분양권 전매에 혈안이었다. 수많은 공무원이 감옥에 가는 등 불법이 밥상 위의 김치 처럼 난무했다. 이런 판국에 부동산 개발 전문 시행사들이 일확천금을 노리고 매달 많게는 1000여개 이상 생겨났다가 사라졌다. 일종의 화천대유 같은 시행법인의 천국같았다.
도심에서도 아파트, 오피스텔 등을 개발하는 시행사가 셀수 없는 지경. 부동산 개발 시행사는 누구나 자본금 수 천 만원만 있으면 신고 후 사업자 등록이 가능했다. 시행사들은 프로젝트파이낸싱(PF)사업이라는 방식으로 돈을 끌어 들여 수많은 논밭을 파헤쳤다.
이에 대박을 꿈꾸는 시행법인이 폭발, 한탕주의, 고의부도, 허위분양 등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시행법인들은 시공사, 파이낸싱 관련자들과 삼각편대를 이뤄 집없는 이들을 먹이감으로 삼았다. 대장동 땅도 개발제한이 풀릴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땅값이 엄청나게 올랐다.
여기서 참여정부가 새로운 뇌관에 불을 붙였다. 당시 참여정부는 판교 등 제2기 신도시사업을 펼쳤다. 대장동 땅도 공공개발로 편입됐다. 그후 정권 내내 부동산시장으로 골머리를 앓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퇴임 후 불의하게 세상을 등졌다.
노 대통령 다음으로 정권을 잡은 이명박 대통령은 대장동 땅을 다시 민간개발로 넘겼다. '민간이 이익 볼 수 있는 사업에서 공공은 손을 떼라'고 했던 이 대통령은 지금 감옥에 있다. 이처럼 대장동 땅에 발을 담근 정권마저 영욕을 거듭하며 오늘날 또다른 운명을 겨누고 있다. 이번엔 새 정권이다.
어느 국감날이 생각난다. 아마도 국감장에는 여당의 인품 좋은 또다른 대통령후보도 있었던 것 같다.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생각나지 않지만 공공기관의 대표가 국감장에서 공공개발 포기를 선언하던 순간 일부 국회의원과 보좌관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반면 공공기관 직원들은 망연자실 한숨을 토하기도 했다. 필자는 그때 공공개발을 민간개발로 한순간 뒤집을 수 있는 힘에 전율을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기자가 부동산 현장에서 멀어져 있을 즈음 또다른 반전이 펼쳐졌다. 그건 '오징어게임'같은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다. 당시 무명의 이재명이 성남시장으로 당선되고 민간개발을 공영개발로 바꿨다.
마침내 밭떼기는 아파트촌으로 변모, 1조원대에 이르는 거대이익을 남기고 또다른 운명에 처했다. 더우기 이제 마지막 고비를 넘으려 한다. 이재명이 실제 몸통인 지 새로운시장 질서를 만든 것인 지를 판가름할 순간이다. 게다가 화천대유에 참여한 이들이 일학천금을 노린 한탕주의자였는지 건전한 경제할동을 영위했는지도 증명하려고 한다. 여러 고비마다 선혈이 낭자한 핏빛과 음울한 냄새가 짙다. 이제 대장동 땅의 내력이 또 어떤 운명을 기록할 지 시선을 거두지 못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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