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맘때쯤 '공모주는 마권이 아니다'란 글을 썼다. SK바이오팜 상장으로 촉발된 공모주 열풍이 증시를 잠식할 때였다. 이젠 공모주 흥행 여부를 따지는 하나의 지표가 됐다고 해도 무방한 '따상(상장 첫날 공모가의 두 배로 시초가 형성한 뒤 상한가)'이란 말도 그때 생겼다. 몸값이 급격히 불어난 기업공개(IPO) 대형주에서 감지된 이상 현상을 살펴보고 투자 적정성을 잘 따져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1년이 지난 지금도 대형 IPO 시기에 맞춰 시장을 물들이는 따상 기대감은 여전하다. 오히려 그때보다 공격적인 투자자들이 더 많아진 듯하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신용대출 잔액은 140조8931억원으로 지난 6월 말 보다 2조원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증권가에선 이 같은 현상을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 등 인기 공모주의 연이은 IPO 때문으로 해석한다. 빚을 내 공모주 청약에 참여하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지금 공모주의 기대가치는 기업가치 평가의 장이라는 본질과 좀 떨어진 곳에 있다. 상장 초기 매매 시기와 그에 따른 차익 여부에만 쏠려 있는 투자자들의 시선 때문이다. 기자가 청약현장에서 공모주 투자자들에게 발견한 투자의 본심은 무위험한 자산을 한 주라도 더 챙겨야 한다는 조급함이었다.
금융당국에도 책임을 묻고 싶다. 증권투자의 원칙은 '돈 놓고 돈 먹기'다. 많이 놓는 자가 많이 잃거나 많이 버는 것이 당연한 순리다. 하지만 자유경제와 경제원칙의 가치를 담보해야 할 금융당국은 스스로 이를 무너뜨렸다. 전 국민에게 계좌 쪼개기와 차명 거래를 유도한 균등배정제는 자원의 수익을 나눌 기회를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자는 취지로 기획됐으나 문제는 공모주를 공정한 분배라는 담론에서 접근했다는 데 있었다.
투자자 보호와 정보 확보가 어려워 위험도 크다는 경계의식도 심어줘야 하지 않았을까. 증권발행시장은 성공적인 물량 소화를 위해 적정 공모가를 결정하는 증권사와 기관 간의 계약 시장이다. 신규 상장주에 대한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데다 가격 결정 능력도 없는 개인에겐 무리한 요구다.
어쨌든 균등배정제는 크래프톤을 끝으로 자본시장의 역사로 사라졌다. 확실한 건 지난해와는 공모주 투자 열풍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는 것이다. 크래프톤의 부진은 더 이상 공모주가 무위험한 재테크가 아니라는 걸 말해준다. 이젠 투자자가 기업의 미래가치를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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