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더 간절하고 절실했다."
도쿄올림픽 배구경기에서 한·일전을 마친 김연경 선수는 끝내 눈물을 쏟았다. 배구 한·일전은 이번 올림픽의 백미 가운데 하나였다. 사실 도쿄올림픽을 바라보는 심정은 복잡하다. 우선 올림픽 개최 자체를 반대했고, 차라리 '바이러스축제'라는 지적에 동의하는 편이다. 그래도 올림픽이 열리고 우리 선수가 참여하니, 반대하면서도 응원해야했다. 더위와 코로나19로 지치고 힘든 때에 올림픽 중계 방송이라도 보면서 지낼 수 있다는 위안이 겹쳤다. 이런 기대감도 있다. 올림픽 때마다 나오는 '역경을 이겨낸 인간 승리!'. 코끝이 찡한 그런 감동스토리랄까.
그러나 그 기대감은 개막식부터 산산히 부서졌다. 조악하기 그지 없는, 학예회 수준의 개막식은 참으로 볼폼 없어 실망스러웠다. 이 더위에 올림픽 경기나 감상하며 견딜 수 있을거라는 마음도 깨졌다. 탭댄스, 기미가요 등 인류의 미래와 비전은 전혀 없었다. '아! 이럴려고, 그 억지를 부린거냐'란 한탄이 절로 나왔다.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편파판정, 혐한, 어설픈 경기 운영 등.
올림픽이 한창인 지금, 다만 몇가지 역설이 눈길을 끈다. 특히 그 중에서도 우리의 메달밭인 태권도의 '노골드'다. 뉴욕타임즈의 지적대로 우리의 몰락이 '세계화의 성공'을 의미한다는 견해에 수긍한다. (사실 뉴욕타임즈는 10여년전 태권도에 가장 불평이 많았던 신문이었다) 올림픽 사상 첫 '노 골드'의 초라한 결과 앞에서 '태권도 종주국'의 명예는 추락했음에도 다소 위안을 갖는 대목이기도 하다. 결국 한국태권도는 '은 1, 동2'의 성적으로 도쿄올림픽을 끝냈다.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후 최악의 결과라고 한다. '종주국'이란 타이틀을 내세우기 부끄러운 성적이다. 다른 나라가 우러러보던 '한국 태권도'의 경쟁력은 물거품 처럼 사라졌다. 일본이 유도에서 금메달을 싹쓸이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런데 역설은 바로 이대목에 있다. 국내 분위기와는 달리 해외에서는 태권도에 대해 환호한다니 말이다. 태권도가 선수단 규모가 적은 나라들의 효자종목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의견이다. 태권도로 역사상 첫 메달을 획득해 행복해진 나라가 여럿이라고. 우리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당시 박세리와 박찬호를 보며 극복의 의지를 불태웠던 것처럼 말이다.
이런 면에서 '태권도가 K팝에 앞서 가장 성공적인 문화상품'이라는 것을 제대로 알게 된 셈이다. 현재 세계태권도연맹에는 210개국 및 난민 대표가 회원국으로 등록돼 있다. 유엔 회원국(193개국)이나 IOC 회원국(205개국)보다 많다. '태권도 세계화'가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금 우리 태권도의 몰락과 세계화의 성공이 가장 위기의 순간에 희망을 찾아내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에 위안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태권도의 생명력이 힘겨운 세계인의 희망으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니.
올림픽 종목 사상 첫 금메달을 획득한 태국에서는 태권도복이 수만벌 팔리고 태권도장으로 어린이들이 몰려들고 있다고. 한국인 스승 영전에 금메달을 바친다는 우즈베키스탄 선수의 눈물도 감동이었다. 어느 해외 네티즌은 "한국 태권도 선수의 표정은 왠지 (긴장감 대신)안정감이 담겨 있다"라고 말하는 것 처럼 행복함을 전해줄 수 있는 종목으로 다시 성장하길 기대한다.
이제 올림픽은 종반에 다다르고 있다. 끝날때쯤 어떤 감동이 우리 마음을 흔들게 될 지 여전히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있다. 무엇이 우리를 감동하게 할까.
Copyright ⓒ Metro. All rights reserved. (주)메트로미디어의 모든 기사 또는 컨텐츠에 대한 무단 전재ㆍ복사ㆍ배포를 금합니다.
주식회사 메트로미디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 ㅣ Tel : 02. 721. 9800 / Fax : 02. 730. 2882
문의메일 : webmaster@metroseoul.co.kr ㅣ 대표이사 · 발행인 · 편집인 : 이장규 ㅣ 신문사업 등록번호 : 서울, 가00206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2546 ㅣ 등록일 : 2013년 3월 20일 ㅣ 제호 : 메트로신문
사업자등록번호 : 242-88-00131 ISSN : 2635-9219 ㅣ 청소년 보호책임자 및 고충처리인 : 안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