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장외가격 55만원 선 거래
금감원, 증권신고서 정정 제출 요구
외국계 배정물량, 중국 리스크 우려
공모가 논란 속에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정정 공시 요구를 받고 스스로 몸값을 낮춘 크래프톤의 기업공개(IPO)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중국 판호(서비스 허가권) 문제를 비롯한 몇몇 위험요인 역시 제기되는 만큼 공모가의 정당성에 대해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것이 남은 IPO 기간 해야 할 주요 숙제로 보인다.
크래프톤의 기관 대상 수요예측은 오는 14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되며 청약은 다음 달 2일부터 3일까지다.
◆장외가 수준으로 밴드 제시… 시장 반발에 '깜짝'
9일 증권플러스 비상장에 따르면 상장을 앞둔 크래프톤은 현재 장외 가격에서 55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몸값을 10%가량 낮췄음에도 여전히 공모가 논란이 한창이다.
크래프톤이 지난달 16일 처음 내세웠던 공모 희망가 범위(밴드)은 45만8000~55만7000원이었다. 자사 기업가치로 35조736억원을 책정한 데 따른 것이다. 이 경우 국내 증시에서 게임 대장주로 꼽히는 엔씨소프트(18조3000억원)와 넷마블(11조원6800억원) 뿐만 아니라 일본 시장에 상장된 넥슨(약 23조원)도 가뿐히 뛰어넘는다. 유가증권시장 시총 10위권의 셀트리온(36조7500억원)이랑도 견줄 수 있는 수준이다.
고평가 논란 속에 투자자들의 비판이 거세졌고 금융당국도 곧바로 반응했다. 금감원은 크래프톤에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다.
결국 지난 1일 새로 제시한 40만원에서 49만8000원의 새로운 공모가 밴드를 제시했다. 하단과 상단을 각각 약 12%, 10%씩 낮춘 데 이어 공모 규모도 865만4230주로 줄였다. 이에 따른 총 공모 규모는 3조5000~4조3000억원으로 2010년 삼성생명이 세운 국내 IPO 공모 금액 기록(4조8881억원)을 넘진 못하게 됐다. 상단 기준 최대 시총은 24조3512억원이다.
시장의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지식재산권(IP) 사업성과가 뚜렷하지 않은 데 대한 의구심 등이다. 국내 게임사 외에 미국 월트디즈니와 워너뮤직 등 글로벌 콘텐츠 업체 2곳을 비교 기업으로 제시했으나 이를 제외했다. 비교군도 엔씨소프트,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등 국내 게임사들로만 한정했다. 이들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 47.2배를 기준으로 여기에 할인율 30.9%~14%를 적용해 새로운 공모가를 산출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IP를 통한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크래프톤과 주관사단이 무리수를 뒀다"며 "시장 반발이 컸던 만큼 투자자들 눈높이에 맞춰가는 과정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고평가 논란 "높은 변동성 가능성"
크래프톤의 고평가 논란을 뒷받침하는 우려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높은 외국계 배정 물량과 중국 리스크다.
앞서 상장한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사례가 불안감을 더욱더 키우고 있다. SKIET의 공모주식 중 외국계 주관사 인수물량은 44% 수준으로 이중 미확약 배정분은 35.4% 규모다. 상장 첫 날 외국인은 상장주식 수 3.3%에 해당하는 3605억원의 SKIET 주식을 팔아치웠다. 크래프톤의 외국계 주관사 인수비율은 55%로 SKIET보다 11%포인트(p) 웃돈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외국계 IPO 주관사 인수비율이 높을수록 미확약 배정물량도 증가한다"며 "매도 리스크가 크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크래프톤의 상장일 유통가능 물량은 상장주식수 대비 33.5%다.
한·중 관계 악화에 따른 중국 리스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전체 매출에서 중국 게임사인 텐센트의 로열티 수익이 68.1%를 차지한다. 특정 기업, 그것도 중국 게임사업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정부는 게임 산업 규제를 강화함과 동시에 판호 총량도 줄여나가고 있다. 이에 크래프톤은 기술 지원 방식으로 중국 모바일 게임 '화평정영'을 우회 서비스해 대안 마련에 나섰다.
다행히 주가 흐름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는 요소도 있다. 상장 후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위험도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초기 투자자였던 사모펀드 밸리즈원(276만주·1조5000억원)을 비롯해 김창한 대표(14만주·780억원)를 비롯한 주요 개발자들이 사전에 구주매출을 완료했다.
그래도 변동성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다수의 신규 게임 출시를 준비하며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곤 해도 배틀그라운드 게임 한 종목에 매출이 편중돼 있다. 지난 1분기 크래프톤의 전체 매출 96.7%가 배틀그라운드에서 발생했다.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첫 날 거래되는 가격과 유통 물량에 따라 주가는 높은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 3분기 출시될 '배틀그라운드:뉴스테이트' 성과에 따라 주가와 실적이 갈릴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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